네 작품 중 세개를 예약을 해두고 설레는 마음으로 보러 갔는데 희곡의 완성도가 아쉽다.
무대미술과 조명, 연출기법은 매우 좋았고
연기를 하는 배우들이야, 예매당시 배우들 이름 보고 갔으니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다만 세 주인공이 결코 화해할 수 없는 사이임을 감안할 때
더구나 재영과 홍단은 그들의 감정을 치유할 관계의 결을 켜켜이 쌓은 것도 아닌데
너무나 급작스럽게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준다고 마무리하는 것은 억지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누구나 장롱속에 자신이 도피하고 싶은 것 하나씩을 담아놓는 다는 발상도 매우 좋고
용왕을 찾아간 3일과 3년의 바다 이야기도 좋았지만
10년전의 사건으로 얼힌 홍단과 재영을 다시 연결시키는 이야기가 억지스럽다고 느껴지는 것은
두사람사이의 감정이 교류가 될 시간도, 공간도 충분치 않았다는 점이다.

리얼리즘도 아니고 판타지도 아닌. 심하게 말하자면 그냥 책임감없이 쓴 결말.
홍단과 어머니가 눈알 이야기를 하면서 한번 박혔으면 거기 있지 어디가겠느냐, 뿌리박고 살아라 하는 이야기는 참 찡했음.

희곡을 모두 수록했다고 해서 프로그램을 샀는데
한팩이라는 단체가 이렇게 성의없는 직원들이 일을 하는덴가 하는 놀라움이 들었다.
낳은과 나은의 철자법도 모르고
출연배우들의 프로필의 오자들도 기가 차다.
적어도 관련일을 하면서 작품들을 전혀 안 보고 있거나 교정을 보지 않았거나 둘 중 하나겠지.
배우들을 모두 소집해서 벽돌벽을 배경으로 사진을 다 한꺼번에 새로 찍을 정도로 공을 들인 프로그램에 많은 오타들은 아주 큰 흠으로 남았다.

"장롱속의 바다" (작:현찬양 연출:하일호 출연:전소현, 천정하, 양승한, 김보경, 이주원, 김지민, 김범린 제작:한국공연예술센터 극장: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별점:★★★☆☆) 2013 봄 작가, 겨울 무대 첫번째 작품이다. 사고로 사람을 죽게 한 죄로 십년간 복역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재영은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탈북자 출신인 홍단은 이 집에 가정부로 들어오게 된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의 만남은 처음이 아니고 십년전에 이미 얽혀있다. 다시는 이전의 사회로 돌아갈 수 없는 두 사람에게는 장롱속이 새로운 안식처가 아닐까? 김보경 배우님과 천정하 배우님의 연기가 좋았다. 몽환적인 분위기의 음악과 조명이 극에 여운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