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7일 금 늦은 8시 / 아르코예술극장소극장 / 58분

실제와 인형극 사이을 넘나드는 상황속에 전개되는 이야기에서 제대로 된 대사라곤 "나가"와 "칵~퉤"와 "안녕" 뭐 이정도인 마임에 가까운 극이지만, 58분동안 많은 이야기를 들은 듯하다. 마치 꿈과 시간을 도둑맞는 우리를 위한 카시오페이아같은 극.

시작-술이 취해 들어와 잠이 드는 밤. 시계가 울리고 어제와 다를 것 없는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알람을 향해 부셔버리기라도 할 듯 뭔가를 집어던진다. 어쩌면 부셔버리고 싶은 것은 어제와 다를 것 없는 오늘을 살아야 하고 오늘과 다를 것 없는 내일이 기다리고 있는 쳇바퀴같은 자신의 삶일지도...

버스정류장-어떻게든 끼어보려고 하지만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 나만이 아웃사이더같이 소외되는 상황. 할머니를 돕는 선량한 마음도 달팽이와 조우하는 순수한 마음도 출근시간에 늦은 그에겐 불필요한 현실일 뿐.

회사-상사는 빨간 혀를 내밀어 지각한 그의 가슴을 때리고, 입에서 서류더미가 쏟아져나온다. 폭언과 무시, 산더미 같은 서류업무를 기가막히게 표현하고 있다. 서류가 그의 주인이 되는 세상. 실적 그래프나 수치의 빨간 화살표에 올라가보고 매달려보지만 결국 그 화살표들은 그를 잡아먹고 지치게 하고 그와더불어 침몰한다. 우리는 값어치가 측정될 바코드가 찍힌 팩 속에 고개가 숙여진 상품같은 존재, 조금씩 값어치가 달라도 팔려지고 선택되고 버려지는 수동적인 입장일 뿐~! 선택되어 죽은 꿈 또는 자신만의 꿈이 아니라 사회가 요구하는 전시용 꿈을 받치는 받침대로 사용되어 지는 도구~! 그 가짜 꿈과의 사투. 그 꿈은 점점 커져서 그의 손가락을 물고 팔을 물고 그를 통째로 집어삼키려 덤벼든다.

서커스-상자 안에 갇힌 그, 탈출하려 하지만 조련사는 망나니처럼 칼을 휘두르고는 상자 안으로 찔러 넣는다. 겨우 벗어나지만 다시 조련사의 채찍 속에 원하지 않는 서커스를 연습해야한다. 원하는대로 행동하는 척하다 결국은 자유를 찾아 탈출한다. 시간과의 치열한 싸움. 목을 조여오는 시간과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하고 삶을 포기한다. 추락하는 이의 얼굴을 비추는 장면과 같이 그는 관객을 보며 뒤로 떨어진다.

Dream-유년기. 오랫만인 ''''킨''''사이다병. 할머니와 수레. 친구들. 바닷속으로 뛰어 유영하는 평화로운 장면. 자신들을 삼키려는 괴물물고기(전등같은 거 달린 생선,아구?)를 여유롭게 물리치며. 앞으로 나아갈 세상이 마치 그들이 자유롭게 유영하는 바다와 같고 물고기를 간단히 물리쳤 듯 아무리 험한 고난도 이겨 넘길거라 확신하는 자신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 곁으로 예전에 잃어버렸던 삶의 꿈이 돌아온다. 아~! 그 물고기 모양의 꿈은 어린 시절 할머니같이 비녀를 꽂고 있다. 설명할 수 없는 감동.
그 Dream 속에 손가락 인형들, 물고기, 괴물물고기조차도 너무....귀엽고 아름답다.

다시 아침-되찾은 꿈을 잘 지키려는 듯 꿈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힘차게 다시 하루를 시작한다. 모모에 나오는 시간은행원들처럼 그의 시간을 훔쳐가던 커다란 손목시계는 이젠 없다. 사직서는 여전히 그의 안주머니에 있지만, 그는 평온한 마음으로 앉아 버스를 기다린다. 오늘은 새로운 날! 지키고 보살펴야 할 것을 되찾은 날~! 종이 배를 접어 꼬마 그가 타고 유연한 곡선을 그리며 흘러가는 모습을 쳐다본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 어쩔 수 없이 극단 사다리의 어린이 인형극"마법의 날개?"가 떠오른다. "나래의 꿈?"이었던가? 까만 옷을 입은 사람이 움직이는 것이지만 인형에 집중하게 된다. 한 가지 표정만을 가진 인형과 소품들로 어떻게 다양한 느낌과 상황을 이리도 잘 표현해내는지 혀를 내두르지 않았다뿐이지 감탄에 감탄을 더한다. 소품을 만드는 과정도 넘 궁금하고 어른을 위한 동화책으로 내고픈 장면이 참 많은 극이다.^^ 1월 21일 "그 섬에 가면"이란 극을 만나고 세 달도 안되어 다시 무대에서 같은 극단을 만난다. 참 바지런한 극단이구나. 나는 참 인형극을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잠시 나왔던 그림자극에서 인형도 나오고 테트리스도 나온다~ㅎ

되찾은 꿈을 위한 뒷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아도 좋다.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새로움 자체로 환영받는다. 평소와 달리 플래쉬터지게 잘못 세팅된 카메라로 커튼콜 찍을 때, 사람 찍을 때가 아닌 인형을 찍을 때, 찍지말라고 득달같이 달려온다. 주객이 전도다~ㅋㅋ 사람보다 인형의 테크닉은 지켜져야하는 거구나...독창적이니까. 공개하지 말아야겠다. 티켓박스에도 인형이 있다. 이건 괜찮겠지~!찰칵~!
만약 진짜 레일이 아니라 자석을 이용한 움직임이었다면 테이블 밑에서 엄청 고생하셨을 듯.
종이배에 탄 꼬마 그를 바라보는 어른 그의 서글픔 서린 따뜻한 시선에 뭉클해진다.
대사였다면 어찌 다 기억했을꼬...! 인상적인 장면이 너무 많아 자세히 묘사해 본다.

연극 그의 하루 평~^^

1시간의 짧은 극이지만, 직장인들의 애환을 잘 표현한 연극이란 생각이

들었다. 시계소리 땡소리가 나면 일어 나고, 이상하게 지옥버스에.

지각하면 상사 눈치. 그리고 벗어나고 싶은 사직서를 품고 다니는 모습

에 많은 직장인들이 보며 맞아 맞아를 외쳤다. 그래도 연극 에티켓은

지켜 주시길 부탁 드리며, 직장인 공감극 너무 좋았다.

"그의 하루" (작, 연출:조현산 출연:조현산, 류지연, 김양희, 최석원 제작:예술무대 산 극장: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별점:★★★☆☆) 아침마다 일어나기 싫지만, 매일 같은 시간에, 자명종 소리에 달콤한 잠에서 깨어나, 바쁜 일상을 보내야 하는 현대인의 하루를 인형극과 그림자극으로 표현하였다. 무언극으로 인형과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내용이 금방 와닿지 않았지만, 하루의 일상을 재치 있게 잘 표현하였다. 극에서 나오는 물고기의 의미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인형들 움직임이 참 이쁩니다^^
대사 없이, 배우들의 몸동작과 인형극으로만 이루어지구요~
팍팍한 현실을 견뎌내는 현대인으로서 내용 역시 공감이 팍팍ㅠ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