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95분
휴식 25분
2부 80분

작년 엘지아트센터 패키지로 봤던 공연중에 '형제자매들' 이란 것이 있었다.
공연시간만 5시간30분.
짧은 휴식 2번에 저녁먹을 시간을 고려한 1시간30분의 중간 긴 휴식이 있던 공연이었다.
긴 시간을 할애할 만큼 대단히 멋진 공연이었다.
공연중에 암전 한번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바뀌는 장면들과 내용들이 참 인상적이었다.
무대를 어찌 그리 잘 활용하는지 단조롭지 않게 여러 변화된 장소를 표현하면서도 자연스럽기만 하다.
객석에서 배우들이 등장하기도 하고 퇴장하기도 해서 이리저리 둘러보는 재미까지 있다 ^^
알아들을 수 없어 자막에 의존해야 하는 외국공연이지만 그들의 표정과 어투만으로도 느낌이 잘 전달되는 무척 만족스런 공연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마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을 것이다... 그렇게 긴 공연을 쉽게 잊을수는 없을 테니까.
국내 공연중 시간이 길었고 내용면에서 만족했던 공연은 2004년 4월에 국립극장 달오름에서 올려졌던 '뇌우'라는 공연이 기억난다.
중간 휴식시간에 따끈한 국수에 김밥을 제공해 주어서 무지하게 감사했던 기억과 함께 ^^

이번 세자매 공연정보를 접하고 보니 극단이 러시아 말리극단이다.
작년 '형제자매들'을 올렸던 극단.
두고 볼것도 없이 일찌감치 예매에 들어갔다.

역시나 무대활용을 잘한다.
이번에는 국립극장 해오름의 회전 무대를 잘 활용하여 여러방향의 장면들을 볼수 있게 배려해 주었다.
지금 정면에서 공연이 되고 있어도 옆쪽이나 사이드에서 진행되는 배우들의 움직임이 보여진다 ^&^
자신의 순서가 아니어도 배우들은 무대위에서 계속 연기중... 아니 실제 생활을 하고 있는 듯한 자연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주연부터 조연, 단역들까지 맡은 역할들이 참 잘 어울린다고 느껴진다.
특히 둘째 딸 마샤의 지적인 느낌은 그녀가 맡은 역할과 분위기에 무척 어울린다고 느껴졌다.
세자매를 보면서 늘 답답하고 갑갑한 생각과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란 생각을 했는데 ... 역시 다르지 않다.
다만 이번 작품에서는 그들이 모스크바를 꿈의 나라처럼 이상의 세계처럼 동경하면서 지인들과 만나 하루하루를 즐겁게 만들어가려 애쓰고 추억을 회상하는 장면들이 훨씬 유쾌하게 그려졌고 무대나 소품들이 눈길을 끌어 더욱 사실적으로 다가왔다는 점이 다른 공연들과 다른점이라 할수 있겠다.

극중 대사에서 ... 모스크바에 가면 또 지금과 같은 무료함과 무던한 일상이 되풀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는 참으로 공감이 말이었다.
지금 이곳이 마음에 들지 않고 이곳에서 꿈을 꾸지 못하고 희망을 갖지 못하는 이가 어딘가 다른 곳에 가면 갑자기 꿈을 꾸게 되고 이상적인 남자를 만나고 활기찬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것은 너무나 무모하고 허황된 꿈이다.
그녀들이 가진 지식과 재능을 현재 있는 곳에서 잘 이용하고 개발해 가다가 기회가 되어 자신들이 꿈꾸던 고향 모스크바에 가게 되었다면 이어서 더 멋진 삶을 개척할수도 있었을 테지만 그들의 일상은 매일이 탈출을 위한 하루하루의 억누름과 견뎌냄일뿐이니...

'형제자매들'의 다양한 사건들과 이야기 구조와는 다른 조금은 정적일수 있는 분위기이기에 그만큼의 만족을 느낄수는 없었지만 이제껏 보았던 '세자매' 중에서는 제일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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