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서울에서 관객모독을 두 번이나 봤었고, 춘천에 있는 친구들에게 자랑자랑을 했었다.
나에겐 너무 파격적이었고, 연극에서 주고자 했던 메세지가 무엇이었는지 그 연극이 대체 메세지를 주려고 한건 맞는지 등등을 친구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

그리고 춘천에 관객모독이 왔고, 그 친구들과 함께 보았다.
예상대로 친구들은 역시 파격적이라며 그 연극에 대한 수다 한 판을 걸지게 벌리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너무 아쉬웠다.
서울 소극장에서 봤던 나는 대공연장에서 벌어진 춘천의 관객모독에서는 분위기적으로 압도당할 뿐이었고 말소리가 명확하게 안들려서 멀리서 한편의 쇼를 보는 것 같았다. 열정적인 배우들의 연기는 좋았지만, 언어전달은 많이 안 됐다고 생각한다.

연극 자체는 너무 좋았지만 춘천에서 한 관객모독은 개인적으로 너무 아쉬웠다.
다음에는 소극장에서 소통할 수 있는 형식으로 만나요.

날씨가 너무 추웠지만, 공연장에 도착하니 예매한 표가 제 이름이 쓰인 봉투에

다소곳이 들어가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입장할 때까지 들리던 주변 사람들의

웅성거림에도 기대감이 묻어났고요.


'관객모독'이란 작품은 무엇보다도 연극이 보이지 않는 벽이 처진 상태에서

배우들만의 것으로 고정되는 기존의 연극 형식에 반발하여 탄생한 작품입니다.

페터 한트케의 1976년작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관객과 무대 사이의 벽을 허물고

거리를 좁히기 위하여 무엇보다도 관중의 호응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런데 추운 날씨에 이미 몸과 마음이 언 상태였는지 혹은

관객 대다수가 연극의 내용에 대해 전혀 모르는 채로 온 건지,

배우들의 호연에 비해 다소 조용한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관객을 모독하며, 그들이 마음 속에 가지고 있던 연극에 대한 부담감을 떨치고

비로소 관객과 배우가 하나가 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게 이 연극의 전개

의도였다면 이번 공연이 아주 성공적이었다고 보는 건 무리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름 웃으면서 본 분들도 많고, 저 자신도 몇 번째 본 연극치고는 재밌게

잘 봤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남는 건 비단 추운 날씨에

몸과 마음이 얼어붙었기 때문인 것만은 아닐테지요.

특히 이번 작품의 경우 배우들의 열정을 관객들이 넉넉히 감싸 안고

더 큰 무언가로 되돌려 줄 수 있어야 빛이 나는데-다른 작품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지만, 아무래도 관객들이 너무 점잖으셨습니다.


그러니 이 연극을 보러 가실 분이 계시다면,

부디 무대와 하나될 준비를 하고 가시길 바랍니다. 배우들과 무대는

이미 준비를 끝내고 있을테니, 즐거운 시간을 위해 옷깃을 여미는 대신

마음을 활짝 여시길 기대합니다.


좋은 공연이었습니다. 배우분들 수고 많으셨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