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주제는 아니지만 의미 있고 재미 있는 공연 이였습니다. 이런 소재의 연극이 많아졌음 좋겠어요.

오랜만에 관람했던 연극이기에 많은 기대를 하기도 했지만, 그동안 봐왔던 조금은 가벼웠던 공연들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라는 막연한 걱정이 앞선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인터파크에서이 1+1 이벤트 덕분에 2인 예약으로 회사후배들까지 데리고 4명이서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에 먼저 그런 이벤트를 가능하게 해준 인터파크에 감사를 드립니다.

대학로 중심에서는 다소 먼 극장이었고, 극장이 소재한 건물도 다른 극장보다는 작아서 입장하면서 1+1 이벤트가 이것 때문이었나? 하는 의심도 했지만, 오히려 연극이 시작한 뒤에는 작고 아담했던 공연장은 연기자의 혼신의 연기에 몰입할 수 있는 배경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들게 연기하는 배우들의 노력에 비해 극장의 시설 등이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좀 더 좋은 환경에서 마음껏 연기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막은 오르고.... 바로 등장한 배우 대신에 "내부고발자" 였던 익숙한 얼굴이 등장했습니다. 8,90년대를 살아왔던 사람, 특히 남자라면 잘 알고있는 "이지문 중위"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KT의 내부고발자, 사학비리를 고발했던 모선생님 등 3분의 내부고발자의 인터뷰가 나왔습니다. 특히 이지문 씨의 경우에는 그가 양심선언을 했던 92년도에 저 역시 대학을 휴학하고 군인으로 근무하고 있었던 까닭에 그가 젊은 나이에 자신의 순탄했을 미래를 포기하고 이등병으로의 강등을 감수하면서 감당했을 고통을 더 뼈져리게 느꼈기 때문인지 남의 이야기같지 않았습니다.

누구나 다 알면서도 섣불리 참견할 수 없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 그 문제를 너무 노골적으로 풀어서 "내부고발자"와의 갈등을 삼국사기에 나오는 "검군"이라는 인물과 연결시킨 것이 참 ''절묘''했다는 생각이들었습니다. 솔직히 이 연극 이전에는 ''검군''이라는 인물을 알지 못했고, 이 연극을 통해 어설프게나마 알게 된 인물을 다시금 연극관람후 검색을 통해 자세히 알아봤지만(다만, 연극에 나오는 그 이상의 이야기는 검색되지 않았기에 아쉬웠습니다), ‘검군’이 느꼈을 갈등이나 고민은 이 시대 본인이 주인인 회사가 아닌 누군가에 의해 고용이 되고 월급을 받아 살아가야 하는 employee 들에게는 언제나 맞딱들일 수 있는 일상의 일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좋은 것이 좋다’라는 현실과의 타협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 되게 되고, 그런 자연스런 일을 거부하는 것은 조직에서 왕따 당하기에 딱 좋은 ‘한심한’ 아니 ‘순진한’ 존재가 되어 버리기에 그냥 고민하지 않고 “대세”를 따라가게 되곤 합니다. 검군 역시 동료들의 부정에 대해 그 시기의 시대상이 너무 살기 힘들었기에 동료들의 부정에 대해서도 ‘그럴 수도 있다’라는 식의 이해를 하면서도(그래서 그들을 관가에 고발하는 것은 거부한 것이겠죠?) 그들처럼 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부정에 동참하지는 않은 것을 보면, 결과적으로 동료들에게 죽임을 당한 면에 있어서는 검군의 결과가 더 참혹한 것이었지만, 현대를 살아가면서 조직을 배반하고(내부고발자를 기존의 조직에서는 ‘배반’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겠죠..) 내가 속한 조직을 외부세계에 고발하고 개혁을 요구하는 “내부고발자”가 더 큰 용기가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직접적으로 생명을 빼앗기는 일은 없겠지만, 그것은 직접적인 생명을 앗아갈 수 없는 시대상 때문인 것이고, 실질적인 목숨줄을 수차례 뺏고도 남는 그들의 복수를 생각한다면, 현대의 내부고발자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이 더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연기를 하고 있는 많은 연기자들의 연기가 모두 좋았지만, 자기감정을 억누리면서도 관객을 (속으로) 울게 한 주인공의 부인역의 양희애님의 연기가 눈에 띄었습니다. 저 역시 그녀의 연기에 몰입되다보니... 그녀의 다음 대사를 속으로 예상했는데... 그녀가 거의 유사한 대사를 읊조릴 때 소름이 돋았고, 속으로 삼키는 울음에는 겉으로 울고 말았습니다.

저 스스로가 제가 속한 조직의 ‘내부고발자’가 될 수 있을 것인가? 물으신다면, 아직은 자신이 없다라고 말할 것 같습니다. 그럼... 그런 내부고발자가 내 조직에 있다면 그를 지원할 수 있을 것이냐는 질문에도 아직은 그럴 것이다 자신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럴 경우에는 내가 앞으로 누릴 수 있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와 같기 때문이겠죠... 아마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 역시 비슷한 느낌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땅의 수많은 『내부고발자』가 외국에서처럼 보호받고 당당해 질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될 수 있기를 이 연극을 보면서 내내 기원하고 또 기원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연극 만들어주신 연기자님, 작가님, 연출가님.. 모두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좋은 환경에서 연기할 수 있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시놉시스를 읽었을때만 해도 내용이 잘 이해되지않았었는데 극으로 잘 풀어내주셔서 생각할만한 거리를 많이 얻게된 연극입니다! 다들 연기도 잘하셔서 극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구요. 빔프로젝터를 사용한 무대연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국장님 목소리가 짱짱이세요...! 성우하셔도 될 정도로 목소리가 완전 좋으셔요ㅎㅎㅎㅎ!!! 오랜만에 지적욕구 충족하고 가네요♡

배우들의 호연과 한번더 생각하게 하는 연극! 재밌어요~

배우들의 연기가 독보이는 작품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