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공연이었어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의 하나인 맥베드를 연극으로 보는 행운이 왔다. 올해 SPAF의 국내공연작 중 하나로 극단 죽죽에서는 새로운 방식으로 극을 구성하고 표현했다.

이런 걸작을 연극으로 본 것은 처음이라 많이 어렵긴 했다. 셰익스피어의 대사 하나하나가 철학적이다 보니 귀에 쏙쏙 박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스토리는 단순한 편이어서 괜찮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무거운 주제로 끌고가다보니 나같이 예술적 깊이가 없는 사람에게는 다소 지루한 면도 없지 않아 있었다.

내용면에서는 이러했지만 주목할 점은 배우들의 의상과 무대장치, 소품들이다. 의상은 거의 다 역할에 상관없이 모두 다 카키톤의 어찌보면 남루해보이는 옷이며 왕이 되면 천을 묶어서 망토처럼 표현하기도 한다. 가장 많이 등장하는 소품은 의자이다. 의자는 칼이 되기도 하고 투구가 되기도 하는 등 다양한 변화가 가능한 소품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는 촛불도 무대에서 많이 활용되었다. 처음에 악마들이 촛불을 들고 나타나 맥베드를 찾으며 예언을 한다. 나중에는 탁자위 올려진 촛불 4개를 맥베드가 계속 가지고 있는데 이는 맥베드 안에 악마들이 심어져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음악 뿐 아니라 배우분들이 바닥을 손가락으로 치는 등 음향효과를 주었고, 천장에 설치된 철봉같은 것, 기다란 막대기, 천 등으로 추상적인 느낌을 많이 보여줬다.

역사를 거쳐온 모든 권력자들이 맥베드 같지 않았을까. 처음에는 권력욕과 그 권력이 영원할 것이라 믿었겠지만 최후는 비참한 적이 많았다는 것을 역사가 입증해준다. 그 수많은 권력자들도 맥베드처럼 나중에 후회하고 자포자기했을까? 셰익스피어는 인간의 비극적인 단상을 참으로 잘 표현해준다.

이 연극의 소주제는 ''이것은 또 하나의 굿이다''인데 왜 그런지 계속 궁금해진다. 중간중간 한 명의 배우가 나와 마치 굿을 하듯이 몸의 여기저기를 손으로 치며 대사를 읖조린다. 이 부분이 상당히 굿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굿은 영혼을 기리거나 달래주는 행위인데 이 연극에서는 누구를 달래고자 함인가? 맥베드일까? 아니면 맥베드로부터 희생당한 사람들? 사실 이 부분은 매우 어려운 것 같다.

맥베드를 연기하셨던 배우분의 열연이 너무나 멋졌고 맥베드의 부인을 연기하신 배우분 나왔을 때가 사실 제일 흥미로웠다. 맥베드와 마찬가지로 탐욕의 편에 섰다가 비극적 최후를 맞는 인물. 대다수가 남성인데 여성이라 더 눈에 띄였는지 몰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이 극에 활력을 주는 느낌이다. 맥더프 연기하신 분도 목소리 톤이 좋으셨고 장애인 연기도 기억에 남는다.

예전 SPAF에서 보았던 파우스트는 참 재밌게 봤었는데 맥베드는 전반적으로 암울해서ㅠ 큰 재미는 없었지만 이런 명작을 직접 볼 수 있어서, 또 새롭게 현대적으로 표현한 연극을 감상할 수 있어 의미가 있었다.

대학로에는 대부분이 재미를 추구한 상업적 연극이 성행하고 있는데 이런 순수예술 쪽의 연극도 가끔씩 보니 신선하고 좋은 경험이 된다. SPAF도 나 늙을 때까지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매년 볼꺼야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