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하면 우륵이 먼저 떠오르고 소설가 김훈의 <현의 노래>가, 그리고 숙명 가야금 연주단이 뒤미처 다가온다. 처음으로 구입한 가야금 음반이 바로 숙명 가야금 연주단의 <For You>. 그간 활동한 베스트 앨범이었는데 한동안 이 음반만 듣게 만들었다. ‘Hey Jude’는 왜 이리 처연하게 들리는 걸까. 물론 애달픈 곡이지만 색다른 악기에 선율이 타고 흐르니 그 감응이 배가 된다.

가야금이란 악기에 대해 잘 모르지만 흥겨운 곡은 더욱더 신나게, 애절한 곡은 하염없는 나락으로 이끈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가야금 4중주단 여울의 연주도 그랬다.

드레스 같은, 얼핏 보면 개량된 한복 같기도 한 의상에서 이미 말하고 있다. 앞으로 선보일 음악의 특색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슈베르트의 ‘송어’나 비제의 ‘미뉴엣’이 가야금의 현을 타고 흐른다. 오, 이런! 난 아직도, 피아노 5중주가 아닌 가야금으로 송어를 들어도 모 제과점 CF 먼저 떠올린다. 학습된 이미지 효과란 참으로 무섭다.

전통적인 좌식 연주가 때때로 의자가 필요한 좌식으로 오늘은 입식으로 연주를 선보였다. 그래서인지 악기가 클래식이나 팝과 절묘하게 어울려 보였다. 연주자끼리의 시선 교환과 어께의 들썩거림이 육안으로 보기 어려운 현의 떨림을 대신 표현하고 있었다. 특히 레드 제플린의 ‘ stairway to heaven’에선 천국으로 가는 계단을 사려는 숙녀처럼 보이기도 했다.

창작곡 ‘dreaming'나 ’7th train 08:30'은 사실 공감하기 어려웠으나 후에 다시 듣게 된다면 다소나마 연주자들의 표현력, 혹은 작곡가의 의도를 전달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의 정서가 스민 악기라(12현을 25현으로 늘렸다 해도) 그런지 ‘밀양아리랑’이 정감간다. 공연후의 청중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쉬웠던 점이기도 했다. 칠음계의 음악을 서양의 악기보다 더 출중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시도가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일반 청중이 미처 접하지 못한 우리의 가락을 선사할 수 있는 프로그램 안배도 요구된다.

한 가지 불만을 더 말하자면 프로그램에 번연히 있는 곡을 앵콜곡인 양 공연을 갈무리했음을 들고 싶다. 앵콜하지 않고 퇴장하던지, 아니면 앵콜할 곡을 프로그램 지면에서 제외해야 한다. 어떤 곡으로 또 다른 선물을 안길까 내심 기대했던 청중의 공연 보는 재미를 앗아갔다. 90분 남짓했던 커피콘서트가 1시간 남짓해진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공연 시간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공연도 아니고 지나치게 짧다. 준비한 시간을 채 사용하지 못하고 돌아선 기분, 보편적인 기회비용일 터. 시간 또한 사전에 명시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