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품의 정점을 잡아내는 조율자, 중재자처럼 밸런스를 잡는 역할을 하는 것이 음악감독 이라고 생각합니다. 뮤지컬 안에서의 음악은 드라마와 결합된 상태에서 완성품이 됩니다. 음악감독은 음악만 좋아서는 안되고 음악이 드라마보다 앞서 나갈지, 천천히 갈지, 강하게 갈지, 약하게 갈지, 드라마를 리드할 것인지 뒤에서 지원할 지의 완급을 조절하면서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완성품의 정점을 만드는 중심을 잡아내는 것이 바로 음악감독입니다.



뮤지컬, 꿈의 무대 아주 어릴 때부터 ‘뮤지컬을 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습니다. 한국무용을 하셨던 어머니 덕분에 아주 어렸을 때부터 공연을 자연스럽게 접했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춤과 노래가 총집합 되어 있는 <애니><피터팬>과 같은 뮤지컬 무대는 정말 최고였습니다. 고등학교 밴드부 활동을 하고, 러시아 국립음악원에서 지휘를 공부하면서도 ‘이걸 뮤지컬 할 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뮤지컬에 대한 막연한 꿈이 있었습니다. 유학을 끝내고 <명성황후>팀에 합류하면서 자연스럽게 뮤지컬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나중에 음악을 만드는 게 아니라, 시놉이 나왔을 때부터 같이 의견교환을 하면서 연출, 작가와 “어느 부분에 음악이 들어갈까”를 고민했었습니다. 공연 창작 단계부터 전반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슈퍼바이저에 가까운 역할을 해왔던 것 같습니다.



다양한 장르의 경험, 열정 클래식, 밴드, CCM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공부했기 때문에 다양한 소소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음악적인 장점인 것 같습니다.

매 작품마다 정말 치열하게, ‘이 작품이 내 마지막 작품’ 이라는 심정으로 올인 하는 스타일 입니다. <명성황후>이후 매번 창작뮤지컬을 작업하다 보니, 굉장히 열악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돈을 못 받는 건 부지기수였고, 관객석이 텅텅 비었던 일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열정 하나로 버티면서 지금까지 흘러온 것 같습니다.

<카르멘><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할 때는 조승우, 엄기준, 김소현 등 열정이 넘치는 젊은 배우들과 새벽 3~4시까지 연습하는 일이 허다했습니다. 가슴이 뜨거워서 계산적인 게 하나도 없었던, 열정 하나로 작업했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장점과 단점은 동전의 양면과 같기 때문에 젊었을 때 이런 열정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고집스러움, 독선으로 보였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공연 때, 1막 중간에 피아노 줄이 끊어진 적이 있었습니다(웃음). 그것도 가장 중요한 ‘도’가 끊어져서 저 멀리에 있는 ‘도’를 치면서 말도 안되게 반주를 하면서 겨우겨우 1막을 마무리했었죠. 부랴부랴 키보드를 설치하고, 스피커를 연결하면서 인터미션 시간이 길어졌는데 자리에 계신 관객 분들이 오히려 제가 당황할까봐 괜찮다고, 더 크게 박수를 쳐주셨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이런 일이 생길 때 마다, 제가 왜 공연하는 사람으로 살고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참 어려운 질문입니다(웃음). 인생의 시기, 제 상황, 추억에 따라서 최고의 작품은 매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제 작품 중에서 꼽으라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소리도둑>을 꼽고 싶습니다.

<젊은 베르테르..>는 정말 문고 편 책 한 권으로 시작한 작품입니다. 기획사 대표님이 “이 작품을 공연화 해보자” 하셔서 책 한 권 달랑 들고, 스탭들 섭외부터 전 과정에 참여했었습니다. <소리도둑> 이라는 작품도 영화 ‘에이미’를 보고 착안해서 시놉단계부터 참여했었습니다. 수 백 번의 시행착오를 겪고, 수 없이 싸우고, 울고, 웃으면서 결실을 맺은 두 작품은 저에게는 자식과도 같은 작품입니다.



이건 정말 어렵습니다, 뮤지컬 넘버는 배우의 대사, 시간, 공간, 연출기법에 따라서 달라지기 때문에 들을 때 마다 그 느낌이 다르게 다가옵니다. 작품보다도 더 많은 뮤지컬 넘버 가운데 좋아하는 넘버를 꼽는 건 정말 힘든 것 같습니다(웃음).



소통 뮤지컬은 퍼즐과 같습니다. 한 조각, 한 조각이 각기 빛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 개별은 그림이 될 수 없습니다. 각 조각들이 한 곳에 모여서 맞춰졌을 때 생겨나는 조화가 중요합니다. 음악, 연출, 드라마 모든 것이 통하는 것. 그 조화를 만들어내는 소통을 할 줄 아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이름을 걸고 모두에게 감독을 주는, 진짜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창작뮤지컬 작업을 많이 하다 보니, ‘창작뮤지컬 전문음악감독’이라고 불러주시는 분들도 많은데 ‘우리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고집이 창작을 계속 작업하게 이끌어낸 것 같습니다.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의 삶이라는 베이스 위에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음악을 가지고 우리의 작품,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습니다.



요즘 들어, '음악감독이 되고 싶다', '음악감독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들고 찾아오거나 연락해 오는 분들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그만큼 음악감독이란 직업이 매력적으로 비춰졌다는 이야기겠지요. 하지만, 이 일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라는 얘기를 먼저하고 싶습니다. 정말로 음악감독이 되고 싶다면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에만 주목하지 말고, 음악감독이란 직업에 대해 제대로 알고 인내심을 가지고 접근했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기본기에 충실한 음악공부를 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많이 듣고, 경험해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 입니다. 음악감독인데 일단 음악을 잘해야 한다는 건 당연한 이야기겠지요?

덧붙이자면, 삶 속에서 다양한 경험들을 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어린 친구들에게는 한번의 여행, 한 권의 책, 전시회, 한 번의 만남, 대화에서 에너지와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그런 경험들은 음악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깊은 에너지가 될 수 있을 것 같고 드라마를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음악감독은 감성적인 예술가이면서 냉정한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기도 해야 합니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공부하지 말고, 넓은 세상을 만나면서 자기만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정리: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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