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감독은 한 장르의 음악을 관장하는 총책임자를 말합니다. 그 중 뮤지컬 음악감독이라고 하면 드라마가 결부된 음악을 관장하는 책임자죠. 뮤지컬 음악의 모든 리듬은 극의 리듬입니다. 때문에 가사가 곧 말인, 표현이 살아있는 음악을 드라마화 하는 총책임자라고 할 수 있어요.



대학에서 클래식 작곡을 전공했는데, 가요에도 관심이 많았어요. 그땐 ‘최고의 딴따라가 돼야지’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학교에만 있는 게 성이 차지 않아 음악으로 놀 수 있는 걸 찾아 다니다 우연히 대학 3학년 때 PC 통신에서 뮤지컬 <락햄릿> 오디션 반주자를 구한다는 글을 보고 뮤지컬을 접하게 됐습니다.

뮤지컬을 해보니 너무 재미있었어요. 작곡을 하면 굉장히 예민해 지는데 음악감독은 활동적인 제 성격과 잘 맞았습니다. 꿈이 작곡가였기 때문에 곡을 쓰려고 뮤지컬계에 들어왔지만 처음부터 곡을 쓸 순 없잖아요. 반주고 하고, 연습에도 참여하고, 뮤지컬 장르에 대해 공부도 하다 보니 음악감독을 하게 됐어요. 첫 작품인 <락햄릿>에선 음악감독을 하시던 분이 주인공 ‘햄릿’에 캐스팅이 되는 바람에 갑자기 하게 된 거죠. 지금이야 그런 일이 있을 수 없죠(웃음). 전 정말 운이 좋았던 겁니다.





스텝끼리는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더 많은 걸 창조하기 위해 서로 머리싸움을 합니다. 배우와는 달라요. 연습실이라는 공간이 충분히 릴렉스 한 상태에서 자기의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즐겁게 하려고 해요.
배우의 장점을 최대화 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사실 기본 연습은 그야말로 기본이고 저는 이 배우는 무엇이 특별할까.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요. 주황색과 노란색이 있는데 다른 색깔을 줘볼까, 이 배우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죠.
연습실에선 ‘뮤지컬 노래’라는 이 다섯 글자 때문에 더 많은 것을 찾을 수 있는 사람들이 한정되는 모습을 자주 보여요. 학교 수업도 그렇고, 뮤지컬 연습에서도 그걸 탈피하려고 노력합니다. 가요와 뮤지컬은 종이 한 장 차이거든요. 멜로드라마와 코믹드라마의 차이지 똑 같은 노래에요.



가장 큰 장점은 체력이에요. 모두를 압도하는(웃음). 그나마 서른이 넘어가면서 좀 자제 하지만 20대엔 그 어떤 남자들도 저만큼 버티지 못했어요. 녹음실이든 어디든 밤을 새고 또 새도 쌩쌩했으니까요. 일을 할 때는 사람과 사람 관계에 착안해서 한다는 것도 장점 같아요. 배우들의 장점을 뽑아내는 데 집중하는 것처럼요.
단점은, 음악을 아직도 못한다는 것. 예전엔 음악을 좀 하는 줄 알았는데 알면 알수록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스스로 음악에 관한 모든 게 성이 차지 않아요. 아직 갈 길이 멀어요.






뮤지컬 <렌트>를 정말 좋아해요. 조나단 라슨의 모든 음악을 좋아하거든요. 제 감성과도 잘 맞고. 그 중에서 꼽으라면 오늘은, ‘언아더 데이’에요.



현재 하고 있는 작품. 항상, 전 똑같아요. 현재 맡고 있는 작품이 가장 소중하고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몬테크리스토> 첫 공연 때 지휘를 하다 지휘봉이 무대 위로 날아갔어요(웃음). 아무리 작품을 많이 했어도 첫 공연 때는 긴장하게 마련인데 너무 힘차게 하다 지휘봉이 무대위로 날아 간 거죠. 배우 한 분이 무대에서 퇴장할 때 슬쩍 주어서 나갔어요. <대장금> 할 때는 팔목 인대가 늘어나서 깁스를 한 채 지휘를 하기도 했고요.






음악성. 많이 착각해요. 뮤지컬 음악감독이라고 음악성보다 드라마 능력에 더 치중하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드라마도 중요하고 노력해야 하지만 음악을 잘해야 하는데, 오히려 저를 포함해서 음악 스텝들이 음악에 대한 노력을 점점 게을리 할 때가 많아요.
음악감독이 작곡을 하는 건 아니잖아요. 재창조의 과정에서 이번 작품을 이만큼 했다면, 다음 작품에서는 어느 정도 끌어올 수 있게 치열한 싸움을 해야 하는 거죠. 뮤지컬 음악을 한다고 뮤지컬을 열심히 하는 건 당연하지만 본질을 잊어선 안 된다는 거죠.



음악 잘하는 것이요. 맡은 작품을 정말 잘하는 것밖에 없어요. 이런 작품을 하고 싶고 저런 극장에서 뭘 하고 싶다는 없어요.
멀리는 영화음악을 해보고 싶어요. 아직 뮤지컬이 너무 어려워서 못 떠나고 있는 거에요. 뮤지컬에서 뭔가를 해놓지 못했는데 다른 장르를 어떻게 하나 싶은 생각도 있고요. 현재는 연극도 참여하고 있고, 영화, 가요 등 장르를 넓혀가는 게 목표입니다..



뮤지컬 음악감독은 음악을 제일 잘 해야 해요. 통찰력과 직관력도 음악성에 다 포함이 됩니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거든요. 제발, 음악을 잘했으면 좋겠어요.
음악감독을 하면 여러 인간관계가 얽히는데, 이를 위해 인성을 개발하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자기 장르에 깊이를 가지고 심지가 곧으면 풀 수 있는 문제입니다. 성격 좋은 것과는 다르죠.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성찰, 그게 음악의 힘입니다. 하지만 포용력과 이해력을 필요해요. 불행은 원망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거든요.


정리: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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