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를 가장 잘 표현하는 노래 뮤지컬 작곡은 작가가 의도하는 그림을 얼마나 잘 표현해 주는가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가요는 곡을 먼저 쓰고 작사를 하지만 뮤지컬은 우선 대본이 제일 중요하고, 가사의 흐름에 따라 선율의 흐름이 결정됩니다. 그래서 뮤지컬 작곡은 작가가 원하는 그림을 잘 표현해야 해요. 스토리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드는 것이죠.




무엇을 해도 뮤지컬 노래 같단 평가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에 음악선생님들이 어머니를 찾아와서 ‘이 아인 꼭 음악을 시켜야 한다’고 하셨어요. 요즘엔 많지만 당시엔 절대음감이 흔친 않았거든요. 물론 어머니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 딴따라 시킬 수 없다고 화내셨어요(웃음). 클래식은 악보대로 똑같이 쳐야 하는데 어려서 그렇게 하는 게 싫었어요. 혼자서 다르게 쳐보고 그러면서 음악을 참 좋아했죠. 대학은 중앙대 작곡가를 갔는데 당시엔 실용음악이란 게 없고 클래식만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학에서도 가요, 영화음악처럼 여러 음악 작업을 했었어요. 그런데 쓰는 것마다 제 음악은 뮤지컬 음악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가요를 쓰면 가요 같아야 하고, 무용 음악이면 무용 음악 같아야 하는데 뭘 해도 뮤지컬 음악 같다고 하니(웃음) 그 당시엔 혼란스러웠죠. 그래서 뮤지컬 쪽에 관심을 갖게 된 겁니다. 지인을 통해 서울예술단 반주부터 시작을 했습니다. 그리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편곡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편곡 작업을 시작했고, 대학 졸업 후부터는 편곡자로 알려졌어요. 뮤지컬 작곡은 가족 뮤지컬 <한 여름밤의 꿈>으로 처음으로 했습니다. 그 당시 배우들과 스탭들이 상당히 좋아했어요. 정말 뮤지컬스럽다며(웃음). 곡만 쓰면 다 뮤지컬 같다고 하니, 정답이잖아요(웃음).




구성과 선율 중시 대본을 전체적으로 읽고 나름대로 설계를 합니다.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연출의 생각의 무엇인지를 우선 파악하고 대본의 가사를 보면서 큰 그림을 그려요. 가사뿐만 아니라 드라마와 음악이 결합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합니다. 노래 끝내고 연기, 연기 끝내고 노래가 아니라 관객들이 어느 순간 보니 배우가 자연스럽게 노래를 하고, 자연스럽게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죠. 내 음악이 주가 되는 게 아니라, 전체가 다 사는 것. 그게 목표입니다.
뮤지컬이 아닌 곡을 쓸 때는 선율을 가장 중요시 해요. 후렴에서 관객들의 가슴에 꽂히는 그런 음악을 만들어야 하고요. 뮤지컬 역시 잘 뽑아내야 하겠지만 좀 더 종합적이어야 하겠죠.




라디오 스타 아무래도 저를 있게 한 <라디오스타>를 꼽고 싶습니다. 물론 <라디오스타>가 제일 고생을 많이 했어요. 너무나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곡들을 쓰고 편곡까지 다 해야 해서 패닉 상태에서 만들었다고 할 수 있죠(웃음).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지도 몰라요.
뮤지컬은 스스로 희열이 없으면 보통 힘든 작업이 아닙니다. 가요는 한 곡 가지고 몇 개월을 가다듬고 하는데 이건 한 작품의 스무 곡, 서른 곡을 단 몇 개월 안에 만들어야 하니까. 어찌 보면 중 노동이에요. 그래도 관객들, 배우들이 좋아하는 걸 보면 보람을 느끼죠.




저는 클래식 바탕의 노래들을 좋아합니다. 그 중 어떤 작품보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곡들이 정말 좋아요. 선율도 아름답고, 그 곡들이 진행되는 과정 역시 흠뻑 빠져들 정도였어요. 흐름이 정말 좋죠. 저도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어요. 노래 하나 하나가 관객들에게 꽂히면서 전체 노래는 탄탄한 구성으로 이뤄져 있는. 어떻게 보면 모든 작곡가들이 도전하고 싶은 목표가 아닐까 합니다.




제 음악은 선율이 강합니다. 전 뮤지컬 무대에서 선율이 들리지 않으면 그 시간이 멈춰 있는 것 같아요. 아무리 구성이 특별해도 선율로 관객들에게 즐거움이나 애절함을 주지 못한다면 시간이 서 있는 것이죠. 그래서 선율을 뽑아내는데 공을 많이 들입니다. 나오지 않으며 될 때까지 하고, 그 다음으로 구성을 해나가죠.




허망함이 전화위복으로 정말 뮤지컬 곡이 쓰고 싶었을 때, 젊은 연출가분이 곡을 의뢰하더군요. 정말 열심히 만들었어요. 작품도 괜찮았고. 배우들과 연주자들 섭외해서 라이브로 준비하고 있었는데 연습도 다 해놓고 개막 일주일 전에 공연이 엎어졌어요. 전 패닉상태였죠. 한번 내 곡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충격이었어요. 거의 정신이 오락가락 할 정도로(웃음). 그런데 연출가 분이 몇 개월 후에 <라디오 스타>를 추천해주셔서 그 작품에 참여하게 됐죠. 전화위복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옛날에는 목표가 많았던 것 같은데, 글쎄요..(웃음) 몇 년 전만 해도 누가 연출인지, 작가인지, 음악을 맡았는지가 중요했는데 지금은 어떤 스타를, 어떤 아이돌을 캐스팅 했는지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더군요. 작품이 좀 이상해도 출연자가 화려하면 호응이 좋아요. 제작사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작곡가로서 제대로, 마음껏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커요. 미친듯이 만들겠죠. 누구나 그럴 겁니다. 관객들이 작품의 질을 보고 따지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스타 뮤지컬 작곡가를 배출하지 못한 상태에서 뮤지컬계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이야기 하는 건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생각해요. 스스로에게 냉정하고 싶습니다. 하나를 만들더라고 사명감을 가지고 만든다면 우리나라에도 이런 노래가 나오는구나, 작곡가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이 틀린 게 하나도 없더군요. 견문을 넓히는 것. 여행도 자주가고, 영화도 많이 보는 것. 물론 뮤지컬도요. 한쪽으로만 치우친 건 별로 좋지 않을 것 같아요. 뮤지컬 작곡을 고민하더라도 다른 장르도 포괄적으로 많이 접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사람들을 만남에 있어 적극적인 자세도 필요하죠.


정리: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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