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적 의미로 춤의 형태를 구성하고 디자인 하는 게 안무이지만 사실 한 마디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굳이 표현하자면 뮤지컬 안무자는 뮤지컬 무대에서 재즈, 탭, 힙합, 스윙 등 각종 춤의 언어로 무대를 디자인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춤 이외에는방송 일을 했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가 춤 하나 좋아해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 쇼 프로그램 ‘젊음의 행진’에서 짝꿍 마지막 기수로 입문한 게 계기가 돼 서병구 선생님을 만나게 됐다. 당시 선생님과 방송 일을 했는데, 서병구 선생님이 <스타가 될거야>란 뮤지컬로 첫 안무를 하시면서 뮤지컬 조안무를 시작하게 됐다. 뮤지컬과 인연을 맺으면서 96년까지 안무와 배우 생활을 겸했다. 배우 생활도 좋았지만 성대결절이 와서 눈물을 머금고 그만두었다.

<난타>는 1998년 안무가로 데뷔한 작품이다. 송승환 대표님이 기회를 주셔서 시작했는데, 넌버벌 퍼포먼스라 장단까지 모두 안무였다. 첫 안무인 <난타>와 첫 안무상을 안겨준 <금발이 너무해>, 첫 연출작 <젊음의 행진>이 모두 송승환 대표님 작품이다. 서병구 선생님, 송승환 대표님은 가장 큰 영향력을 주신 분들이다.




계속 작업을 해나가면서 방식은 구체화 되고 변하기도 한다. 어렸을 땐 무조건 스파르타 식으로 진행했다. 딱딱 맞는 칼군무를 원했고, 연습실에 성에가 낄 정도로 연습을 해야 끝냈다. 거친 호흡을 좋아했고 어쩐지 그래야 내가 배우들을 열심히 가르친 것 같았다(웃음). 물론 배우들에겐 지독하단 소리도 들었다. 지금도 에너지를 좋아하지만 유연성이 가미된 것 같다. 배우는 무대에서 열심히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놀 줄 알았으면 좋겠다. 조일 땐 조이고, 풀 땐 풀 수 있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강점을 굳이 꼽자면 다양한 경험이다. 뮤지컬 안무만 하는 게 아니라 쇼적인 안무도 많이 해왔다. 가수, 미스코리아, 수퍼모델 안무도 맡고 최근엔 테마파크 상임 안무자를 겸하고 있다. 덕분에 중국 테마파크 쪽에서도 함께 하자고 제안을 받은 상태다. 또 영광스럽게도 내년 아시안게임 개폐막식을 맡게 됐다. 이런 경험 때문에 뮤지컬에서도 순발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예를 들어 뮤지컬 리허설 때, 생각하지 못한 변수가 나오면 바로 다른 제안을 할 수 있는 것도 다양한 경험 덕분이다.

반면에 무거운 작품은 힘들어 한다. 순발력이 좋은 대신 대본을 깊게 독파해서 심오하게 접근하는 작품은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금발이 너무해(리걸리 블론드)> <젊음의 행진> 등은 잘 하지만 <레미제라블>은 만들 수 없다. 나는 수험생, 직장인들, 일반 주부들이 아무 생각 없이 스트레스를 풀다 갈 수 있는, 가볍지만 드라마가 있는 작품을 추구한다. 깨알 같은 웃음을 주고 공감을 이끌어 내고 싶다. 10분 이상 지루한 건 싫다(웃음). 객석에서 일어날 때 참 재미있게 잘 봤다고 생각하게 하고 싶다.




어렸을 땐 단순히 춤 잘 추는 걸 좋아했다. 1차원적이었다(웃음). 어떻게 하면 남들과 다른 동작을 하고, 어떻게 하면 가요 춤처럼 유행을 시킬 수 있을까에 초점이 맞춰 있었다. 그런데 작업을 계속 하며 시야가 넓어지고 드라마를 보니 뮤지컬은 종합예술이더라. 할수록 어렵다. 안무가이지만 조명, 의상, 무대, 드라마를 모두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내 안무를 보고 사람들이 행복해 했으면 좋겠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




에피소드는 많다. <젊음의 행진>에서 상남이가 무대를 탁탁 뛰어다니는 모습은 내 고등학교 때 모습이다(웃음). 고등학교 때 완전히 상남자였다. 계단도 세 칸씩 뛰어 올라가야 멋있다고 생각하고. 그 모습이 상남이에게 온전히 녹아 있다(웃음). 또 하나는 안타까운 이야기인데, <대장금>이 중국 공연을 하루 앞두고 태풍때문에 공연이 취소된 일. 정말 열심히 연습했는데 가지 못해서 배우들도 울고, 안타까운 기억이다.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아직 없다고 하고 싶다. 그래도 기억에 많이 남는 작품을 꼽자면 나에게 안무상을 안겨준 <금발이 너무해>다. 하나하나 절절하게 아이디어를 생각했다. ‘굽히고 튕겨’ 춤. 2막 ‘줄넘기’ 춤 등 배우들이 굉장히 고생한 장면이었지만 큰 박수를 받았다. <젊음의 행진> 역시 남다른 작품이다.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다 학교, 롤러장, 체육대회, 특히 커튼콜은 호응이 굉장하다.




2010년 미스코리아 안무를 맡았을 때 평창을 지나고 있는데 도로에 ‘평창동계올림픽’이라고 써있었다. 이렇게 큰 행사는 무용계의 대모들께서 맡아서 조교들을 쓰는 게 관례처럼 돼 있어서 나에겐 2%의 가능성도 없다. 그런데 놀랍게도 내가 아시안게임을 맡게 됐다. 내 목표는 돈도, 명예도 아니다. 아시안게임에서 나라에 누가 안 되는 거다. 아시안게임을 잘 마무리 하면 평창동계올림픽도 조금은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한다. 물론 2014년 아시안게임을 잘 마무리하는 게 우선 목표다.



예전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다. 전에는 셋업 기간이 2~3일이었는데 지금은 일주일, 보름이 주어지고, 무대 규모도 커졌다. 장족의 발전이다. 배우들 역시 등용할 수 있는 문이 다양해졌다. 뮤지컬 댄스과도 생기고, 연극영화과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그에 비해 스태프는, 이들을 양성하는 단체도 없고 시스템도 없다. 전문 교육기관이 생겨 재능있는 인력을 넓히는 게 우선 필요하다. 창작자들의 권익 보호도 필요하다. 무대, 의상, 안무, 작가 모두 제 1 창작자이고, 이들을 조금이라도 배려해 주는 게 향후 공연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안무는 만만하지 않다. 그런데 다들 쉽게 접근한다. 댄서로서 뛰어나다고 안무가가 되는 것도 아니다. 각 춤을 섭렵하는 건 기본이다. 그 무엇이 되고 싶든, 본인이 원하는 장르에 5~10년 정도 있어야 한다. 나도 10년을 있었다. 역경도 있었지만 배운 것도 정말 많았다. 그때 배운 것들이 초석이 되고 있다. 실패도 해봐야 한다. 누구도 가르쳐 줄 수 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좋아해야 한다. 돈도 명예도 생각처럼 오지 않는다. 본인이 좋아하고 삶의 일부가 되야 한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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