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디비 <전문가20자평>을 통해 일년 365일 공연에 대해 날카로운 20자평과 평점을 메겨주시는 플디 전문가 필진들이 올 한해 베스트 공연을 꼽았습니다. 연극, 뮤지컬 평론가와 공연담당기자들이 생각하는 2010 베스트 공연은 무엇일까요?

이진아
<숙명여대 국문학과 교수, 연극평론가>

1. 2010년 연극 요약평
정치사회적 문제를 다룬 공연들이 유독 눈에 띈다. 중요한 변화다. 폭압적 권력과 폭력이 체감되는 시대여서 그런지 국내외 공연들 중 유달리 멕베스가 많았다. 올해의 장소 특정적 공연들은 장소의 의미, 관객과의 관계, 사회적 이슈 등, 여러 면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보여주었다.

2. 2010 베스트 공연

<1동 28번지, 차숙이네>
희곡의 새로운 가능성, 참신함을 발견하다. 전문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일종의 렉쳐 퍼포먼스와 삶의 드라마가 함께 어우러진 작품.

박돈규
조선일보 공연담당 기자

1. 2010년 연극 뮤지컬 요약평
연극도 뮤지컬도 부진했다. 연극계에서 문제작이라고 부를 만한 작품은 나오지 않았다. 특히 중극장 이상의 무대는 빈곤 그 자체였다. 그런 가운데 '33개의 변주곡' '에이미' '루시드 드림' '잠못드는 밤은 없다' 등이 밀도와 집중의 힘을 보여줬다. 뮤지컬도 예년에 비해 저조했다. 미흡한 구석이 있지만 라이선스로 '빌리 엘리어트', 창작으로는 '서편제'는 기억해둘 만한 뮤지컬이다.

2. 2010 베스트 공연
마당놀이 '마당놀이전'. 마당놀이 30년을 가로지르는 잔치상. 윤문숙 김성녀 김종엽의 솜씨와 희극성, 그 환상적인 조합은 영원히 다시 보기 어려울 것이다.



김고금평
문화일보 콘서트 전문기자 
 
1. 2010년 콘서트 요약평
무엇보다 `페스티벌 정착'의 해였다. 록과 재즈, 힙합, R&B-솔, 일렉트로니카 등 모든 장르의 페스티벌이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음을 확실히 보여줬고,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참가율이 앞으로 더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드러냈다. 국내 가수들의 공연은 대체적으로 퍼포먼스 중심으로 변화와 실험의 단계를 맛보는 여행의 과정이다. 음악의 핵심 장치인 청각에서의 의존성을 벗어나, 시각을 입체적으로 투영시킴으로써 음악을 종합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리려는 시도가 많았다.(음악(청각) 그 자체를 유지하고 그 자체로 승부하려는 뮤지션의 공연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 아이돌그룹들이 잇따라 방송에서 무대로 활약상을 넓힌 것도 올해 공연이 보여준 눈여겨 볼 만한 특징 중의 하나였다.

2. 2010 베스트 공연
스티비원더 첫 내한공연 : 음악이 다른 외적 요소 없이 음악 그 자체로 사랑받고 환호받고 감동받을 수 있음을 여과없이 보여준 무대. 무대의 기본인 가창, 연주, 협연, 사운드가 일관성있게 `의미를 갖고' 설득력있게 다가온 가장 대중적인 공연의 표본이었다. 많은 히트곡, 앨범과 크게 다르지 않는 편곡 솜씨,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가창과 연주는 대중음악 공연에서 언제나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했다.




김일송
씬플레이빌 편집장

1. 2010 연극 뮤지컬 요약평 
춘추전국시대
연극올림픽과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 등 각종 축제를 통해 내로라하는 해외 거장들이 대거 내한했고, 연극열전과 무대가 좋다 등을 통해 그 어느 해보다 다수의 연예인들이 무대 나들이에 나섰지만, 군계일학이라 부를만한 작품을 발견하기는 어려웠다. 모두가 자웅을 겨루는 군웅할거 형색으로, 공연은 끊임없이 무대에 올랐지만 어느 하나 두드러진 작품을 찾을 수는 없었다.

2. 2010 베스트 공연
순우 삼촌
국내외를 막론하고 그동안 보았던 <바냐 아저씨>가 줄잡아 수십 편은 될 듯. 하지만 <바냐 아저씨> 관람은 늘 입 찢어져라 하품하고, 쏟아지는 졸음을 참아야 하는 고역이었다. 지루하지 않게 본 <바냐 아저씨>는 <순우 삼촌>이 처음 아니었을까? 배우들의 연기나 연출도 뛰어났지만, 특히 원작자인 체호프마저 놀랄 정도의 문학성마저 보여준 각색이 일등공신 아니었을까?



조용신 
예술감독, 뮤지컬 평론가, 뮤지컬 이야기 저자 

1. 2010년 뮤지컬 요약평
2010년 한국 뮤지컬은 지난해 시장침체를 경험한 탓인지 대형 신규 창작물 보다는 재공연과 라이선스에 집중하는 보수화된 제작 경향을 나타냈다.
주요 상업 제작사들이 몸을 사리는 분위기에서 상대적으로 지자체와 공공단체에서 직접 제작하는 이른바 '관제 뮤지컬'은 꽃을 피웠다. 관제 뮤지컬은
대부분 그 지역이나 단체와 연관있는 전통 소재를 주재료로 활용하면서 사극 뮤지컬의 양상을 띄기도 했다. 또한 2010년은 벽두부터 레전드급 아이돌인 김준수의 출연과 함께 매진 사례를 불러왔고, TV의 위력을 실감하게 한 박칼린 음악감독의 전국구 스타화, 군 제대후 복귀한 조승우의 녹슬지 않은 티켓파워 등 뮤지컬이 공연계를 넘어서는 정치/사회적인 이슈까지도 만든 한해였고 그 중심에는 어김없이 스타가 있었다. 

2. 2010 베스트 공연
서편제 : 소설, 영화로 기성세대에 잘알려진 컨텐츠를 뮤지컬에 맞게 새롭게 탄생시킨 창작진의 노력이 돋보인다. 대중음악과 판소리와의 병치. 주연배우들의 열연, 모던한 무대디자인과 무대 연출 등 작품이 이룬 성과속에서 앞으로 한국적인 뮤지컬이란 무엇인가라는 해묵은 과제와 전통 소재를 우리 뮤지컬 문법에 도입하는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플디 전문가평은 2011년에도 계속됩니다. 쭈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