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도 두 달이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올 해의 웨스트엔드 뮤지컬 시장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찾아 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다.

올 한 해 웨스트엔드 뮤지컬 시장의 추세를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현재 웨스트엔드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2008년 웨스트엔드의 뮤지컬 시장을 요약하면 리바이벌 뮤지컬들의 계속된 성공, 브로드웨이 뮤지컬들의 안착, 대형 창작 뮤지컬들의 실패로 정리할 수 있다.

그나마 뮤지컬 <조로, Zorro>의 웨스트엔드 입성이 돋보이기는 했는데, 기존의 유명 그룹인 집시 킹즈(Gipsy Kings)의 음악이 뒷받침 된 상태에서 작품이 예술성보다는 오락적인 요소를 많이 추구하고 있어서 현재 웨스트엔드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어떤 해결의 실마리를 던져주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포스트 로이드 웨버는 누구?

그러기에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6년 전 영국의 주간신문 옵저버(The Observer)와의 인터뷰를 통해 웨스트엔드의 창작자 부족 현상의 문제점을 지적한 대목은 아직도 유효하다. 팀 라이스와 자신이 웨스트엔드 경력을 쌓기 시작했던 1968년 이래로, 로이드 웨버 다음 세대를 책임질 만한, 지속적으로 웨스트엔드에서 활동한 작곡가가 누가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 쉽게 떠올릴 만 한 인물은 없어 보인다. <레미제라블>과 <미스 사이공>의 숀버그(Claude-Michel Schonberg)도 로이드 웨버보다 나이가 많아 이제는 힘이 부치는 모습이고, <라이온 킹>, <빌리 엘리엇>의 엘튼 존(Elton John)도 포스트 로이드 웨버라고 하기엔 나이가 너무 많다.

브로드웨이와 비교 되는 웨스트엔드의 경직성

이러한 웨스트엔드의 고민에 비해 브로드웨이는 꾸준히 신예 창작자들의 진출이 돋보인다. 미국의 오프-브로드웨이 및 지역 극장들은 그들의 일년 프로그램 중 중요한 부분으로 창작 뮤지컬을 찾으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는데, 최근 2년간만 해도 <스프링 어웨이크닝, Spring Awakening>, <금발이 너무해, Legally Blonde>, <인 더 하이츠, In the Heights>, <두 도시 이야기, A Tale of Two Cities> 등이 모두 신예 창작가들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들이다. 이러한 브로드웨이의 노력은 <헤어 스프레이>나 <애비뉴 큐>, <저지 보이스>, <스프링 어웨이크닝> 등의 브로드웨이 성공작들이 꾸준히 웨스트엔드로 수입되고 런던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는 결과를 낳고 있으며, 이는 신예 창작자들에게 꾸준한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간접적으로 증명해 주는 예가 될 수 있다.

아쉽게도 영국의 경우 미국과는 달리 어떤 극장도 정기적인 프로그램으로 창작 뮤지컬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노력의 부재는 결국은 신예 뮤지컬 창작자들을 겨우 킹스 헤드(King’s Head Theatre)나 핀보로(Finborough Theatre)와 같은 프린지 극장에서의 실험에 만족하도록 하는 결과를 낳고 있는데, 문제는 이러한 창작자들이 프린지 극장과 같은 공간적 제약이 큰 공간에서 창작활동을 할 경우, 많은 부분에 있어서 그들의 창의성이 제약 받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한계를 가지고 창작을 할 수 밖에 없는 문제가 생기는 데에 있다. 또한 이러한 프린지 극장에서의 창작 뮤지컬의 시도가 어떤 정책적 지원과 웨스트 엔드의 프로듀서들의 관심과 지원 없이 이루어지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창작물들이 쉽게 웨스트엔드의 큰 무대로 진출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내셔널 시어터의 경우에도 2003년 <제리 스프링어: 오페라> 이후 신작 뮤지컬 제작에 손을 댄 적이 없는데, <제리 스프링어>의 경우 내셔널과 웨스트엔드로 진출하기 전 비에이씨(BAC: Battersea Arts Centre)와 에딘버러에서 계속적으로 충분히 작품이 다듬어질 수 있는 과정을 가진 다음에 중앙 무대로 진출한 흔하지 않은 경우이다.

계속되는 가능성 찾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웨스트엔드 전문가들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은 아쉬운 부분들이 많지만, 창작 뮤지컬을 찾아 선보이려는 노력은 계속된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신작 뮤지컬 <이매진 디스, Imagine This>는 이러한 웨스트엔드의 깊은 고민과 그에 상응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현재 프리뷰 공연을 시작한 상태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 바르샤바를 점령했던 나치가 유태인들을 격리하기 위해 만들었던 게토(Ghetto)를 배경으로 하는 이번 작품은 당시 유태인들의 사랑과 삶을 통해 인류애의 어떤 보편적인 주제를 전달하려는 노력으로 주목 받고 있다. 작품이 관객들에게 어떠한 영감을 줄 수 있을 지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실패 이후 새로운 대안을 찾고있는 뉴 런던 극장에도, 또 창작 뮤지컬의 새로운 유입을 기다리고 있는 웨스트엔드를 애정과 걱정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전문가들에게도 이번 공연은 그래서 중요하다.

한편으로는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신작 뮤지컬 소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프로듀서 앤디 반스(Andy Barnes)가 연간 행사로 기획하는 퍼펙트 피치 페스티벌(Perfect Pitch Festival)이 이러한 웨스트엔드 창작 뮤지컬 찾기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번 11월 말 웨스트엔드의 트라팔가 스튜디오(Trafalgar Studio)에서 6개의 신작 뮤지컬들을 각각 45분간 워크숍 형식의 쇼케이스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하게 되는데, 이번 행사가 앞으로 웨스트엔드에 어떤 역할을 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밖에도 런던 이외의 영국의 지역 극장들도 웨스트엔드로 진출하기 전의 트라이 아웃 형식으로 창작 뮤지컬들을 선보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웨스트엔드 뮤지컬 시장의 창작 뮤지컬 부재의 문제점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지, 아니면 만성적인 고질병이 될 지는 조금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