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회 전통을 자랑하는 서울무용제 경연대상부문에서 대상을 자치한다면 얼마나 기쁠까? 시상식이 끝난 직후 영광의 주인공 Han 댄스프로젝트의 한효림 안무가를 만났다. 나란히 마주한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와 상기된 표정에서 대상 수상의 행복감과 들뜸이 전해졌다. 한사코 자신의 능력으로 상을 받은 것이 아니라는 한효림 안무가는 수줍은 듯 웃었다. “긴장되고 정신이 없어요. 생각지도 못한 큰 상을 받아 지금 마냥 행복해요”라는 그녀의 음성은 가느다랗게 떨렸지만 기쁨에 젖어 있었다. 이날 Han 댄스프로젝트는 음악상, 한국무용 여자부문과 수상식의 꽃이라 불리는 대상까지 3관왕을 거머쥐었다.

- 마음을 비우니 수상의 영광이 돌아오다

3관왕을 수상한 그녀는 만나는 사람마다 축하인사를 받느라 바빴다. “상에 대해서 마음을 비우고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이렇게 큰 상을 받았어요. 다른 것보다 Han 댄스프로젝트를 인정받고 싶었어요.” Han 댄스프로젝트가 인정받게 된 것이 더없이 기쁘다는 한효림 안무가다. 서울무용제의 수상후보에 오른 것만으로 기쁘다는 그녀는 참여에 그치지 않고 상을 휩쓸었다. 그러면서도 상을 받게 된 것은 무용수와 스태프 덕분이란다. 모든 공로를 무용수와 스태프에게 돌리는 그녀에게서 함께 땀 흘린 이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묻어났다.

단체로 움직이는 Han 댄스프로젝트는 한 사람이 잘한다고 해서 수상의 영광을 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무용수도 그렇고, 음악을 비롯해 무대 등 좋은 분을 만난 것이 행운이었어요. 석 달 동안 동고동락하면서 큰소리 한 번 난 적이 없어요. 다들 마음이 잘 맞아 서로 믿고 마음 편히 작품 활동에 임했어요. 제가 만든 동작을 무용수들이 잘 표현해줘서 작품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어요. 전 정말 인복이 많나 봐요.” 자신의 안무를 잘 표현해 준 무용수들에 대한 고마움과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한 작업의 만족감을 드러냈다.

Han 댄스프로젝트는 3부문에서 상을 자치할 정도로 멋들어진 작품을 선보였다. “작품 ‘터-無始無終’은 너무 추상적이지 않고 관객이 작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무용에 벗어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한국무용과 현대무용을 접목하되 전통성을 살리고자 애썼습니다. 남자무용수의 동작 하나하나를 선봐줄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어요.” 그러한 그녀의 노력이 빛을 발해 신선하고 새롭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 역시 한효림이다

그녀의 작품은 ‘능소화’를 배경으로 한다. 남편을 그리는 여인의 절절한 마음을 모티브로 작품을 구성했다. “작품에서 터는 두 가지로 분류됩니다. 살아 있는 사람의 공간은 죽은 사람이 머무는 안식처와 같은 공간이지요. 두 가지 공간은 다르지만 하나의 공간으로 이어집니다. 시공간 차이는 있지만 하나의 공간으로 설정했어요. 무대는 이승, 중간세계, 저승으로 분리돼 표현했어요.” 이승과 저승이라는 시공간의 차이를 두는 Han 댄스프로젝트의 작품은 슬픈 이야기지만 언젠가는 다시 만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승과 저승을 표현하는 작품을 무대로 옮기는 작업은 쉽지 않았을 거다. “세트가 거대해서 무대 리허설까지는 세트를 접할 수 없었어요. 여자무용수가 고생을 많이 했어요. 2.5M에 이르는 울타리 없는 공간에서 과격한 움직임을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멋지게 해 보였죠. 다만 그 부분은 무대 리허설에서만 할 수 있으니까 걱정을 많이 했죠. 무대를 제외하고는 이번 작품을 하면서 마음 쓴 부분이 전혀 없어요.” 웅장한 작품의 세트 이면에는 위험을 무릅쓴 여자무용수의 대담함이 숨겨져 있었다.

Han 댄스프로젝트를 알리고 싶었던 한효림 안무가는 이번 서울무용제 경연대상부문에서 대상을 거머쥐며 모종의 목표를 달성했다. “이 상은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알고 성실히 작품 활동을 할 것입니다. 게으른 모습이 아닌 부지런히 작업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요. 그리고 ‘역시 한효림이구나’하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자신의 포부를 당차게 말하는 한효림 안무가에서 무한한 긍정의 에너지가 느껴졌다.

글_뉴스테이지 박수민 기자, 사진_뉴스테이지 강태영 기자 (newstag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