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라틴아메리카 거장전> 먼 나라의 낯설지 않은 감동을 만나다
작성일2008.10.02 조회수15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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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가을 햇살을 품은 운치 있는 덕수궁 안을 걷다 보면 만나는 덕수궁 미술관. 이곳에서 이색적인 전시가 열리고 있다. 20세기 초반부터 혼돈의 역사를 겪어온 라틴아메리카를 생생하게 만날 수 있는 <20세기 라틴아메리카 거장전>이 열리고 있는 것. 고즈넉한 고궁 안에서 만난 남미 거장들의 숨결은 순탄치 못한 역사를 겪어온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감동을 전해주고 있었다. 
<20세기 라틴아메리카 거장전>은 서유럽 미술에 비해 자주 접할 기회가 없었던 라틴아메리카 거장의 작품을 한번에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이 때문에 전시장에는 남녀노소 각양각색의 관람객이 삼삼오오 화려한 색감의 작품을 즐기고 있었다.
이번 전시회에는 멕시코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디에고 리베라, 호세 클레멘테 오로스코, 다비드 알파로 시케이로스뿐만 아니라, 디에고 리베라의 아내이자 멕시코가 자랑하는 화가 프리다 칼로, 에콰도르의 오스왈도 과야사민, 루시오 폰타나 등 라틴아메리카 84명의 작가의 작품 12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는 19세기 이후 각기 민족국가로 독립하며 격동의 시대를 보내며 독자적인 혼혈문화를 형성해 왔다. 태양과 정열, 음악과 춤으로 떠오르는 라틴아메리카의 특색도 이들의 역사와 문화에서부터 나온다고 할 수 있을 것. 
<20세기 라틴아메리카 거장전>은 20세기 라틴아메리카의 복잡한 정치, 사회, 문화적 상황과 인종적 문제를 그들만의 감각으로 표현한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서유럽 아방가르드 미술에 영향을 받아 살롱풍 미술에 반대하며 자신들의 조형언어를 찾아 나선 라틴 아메리카 모더니즘 미술의 흐름을 20세기 초반부터 1970년까지의 미술을 살펴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4가지 주제로 나뉘어 전시되고 있다. 멕시코 혁명이 미술에 영향을 미쳐 나타난 벽화운동, 다양한 인종과 혼혈 문화의 결합으로 독특한 문화를 형성한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와 정체성, 개인의 세계를 표현한 초현실주의, 그리고 경제 호황 뒤 나타난 구성주의로 구성되어 라틴아메키라 미술의 흐름을 느낄 수 있을 것. 라틴아메리카만의 감성이 제대로 묻어나는 대표 작품을 살짝 살펴본다.
디에고 리베라 다비드, 알파로 시케이로스
라틴아메리카 대가를 만나다
1920년대 멕시코에서 시작된 벽화운동은 1910년 발발한 멕시코 혁명이 미술에 영향을 미친 결과다. 라틴아메리카 민중의 삶과 생활을 반영하는 작품들이 주를 이루는데, 디에고 리베라, 알파로 시케이로스, 호세 콜레멘테 오로스코, 프란시스코 고이티아 같은 대가들을 낳은 흐름으로 눈여겨 볼만 하다. 
전시 들어서면 멕시코의 화가이자 공산주의자, 그리고 프리다 칼로의 남편이었던 디에고 리베라의 작품이 우선 보인다. 그의 ‘테완테펙의 목욕하는 사람’과 ‘피놀레 파는 여인’으로 멕시코의 자연과 생명력, 민족성을 나타내고 있다.
이어 사회주의 리얼리즘 화가이자 멕시코 벽화운동을 이끌었던 시케이로스의 상징적인 작품들 ‘멕시코의 여명’ ‘노동절’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멕시코의 대표적인 벽화가인 오로스코의 작품도 볼 수 있다. 그는 멕시코 혁명으로 피를 흘린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고통받는 인간의 모습을 ‘멕시코의 언덕’ ‘죽음과 부활’ 등에서 표출하고 있다.
프란시스코 고이티아도 혁명의 혼란 속에서 소외된 가난한 거지들, 상처받은 여성들을 화폭에 담았다. 이번 전시에는 ‘예수 그리스도’ ‘쓰레기터의 노인’ 등으로 만날 수 있다. 이외에도 에콰도르 화가이자 조각가인 과야사민의 ‘엑소더스’ 등이 관람객의 시선을 끈다. 이 작품은 억압받는 하층민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음울한 색체로 3폭의 제단화 형식으로 담아내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의 정체성이 담긴 화폭 
라틴아메리카의 향취가 듬뿍 묻어나 특유의 화려하고 생동감 넘치는 색감을 볼 수 있는 섹션이다. 다양한 인종으로 이루어진 라틴아메리카의 정체성이 전통 인디언 문화와 중앙아케리카의 나이브한 미술, 그리고 그들간의 혼혈을 통한 문화를 풍부한 색상과 원초적인 조형미로 표출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라틴아메리카의 풍습과 문화, 자연을 담은 화폭이 우선 눈에 띈다. 전통민속 음악가들의 흥겨운 연주 장면을 그린 요르위 모렐의 ‘민속음악 바차타’, 마을 풍경을 보여주는 호세 안토니오 벨라스케스의 ‘산안토니오 데 오리엔테 풍경’ 등이 눈길을 끈다.
자연환경을 드러내는 작품들도 관람객들을 끌고 있다. 바나나 농장을 그린 테옫리코 키로스 알바라도의 ‘바나나 플랜테이션’과 베네수엘라의 열대작물과 여인들을 그린 에우랄리오 톨레도 토바르의 ‘나라의 열매들’, 그리고 베네수엘라의 거대한 정글을 열정적인 색체로 표현한 펠리시아노 카르바요의 ‘쾌적한 여름’이 눈을 즐겁게 한다.
프리다 칼로, 엑토르 폴레오
개인을 통찰한 작가들
라틴아메리카에 초현실주의가 본격적으로 소개된 것은 1940년 국제 초현실주의 전시가 개최되고부터. 프리다 칼로, 마리아 이스키에르도 등의 작가들은 스스로 초현실주의 작가로 인식하지 않았지만 자신과 주위를 충분히 통찰한 후, 여러 가지 모티브를 활용해 작품화 하고 있다. 
형상의 재현에 반대하다
구성주의에서 옵아트까지
제2차 세계대전을 경험하지 않은 라틴아메리카는 대전의 결과로 경제적 호황을 누리게 되고,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룬다. 이 시기 라틴아메리카 화단은 기하추상이 주도하게 되며, 근대화된 도시 이미지에 부합하는 환경미술의 일환으로 옵아트적 경향이 추진되기도 한다. 
글: 송지혜 기자(인터파크INT song@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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