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익스피어는 정말 위대하다. 그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그의 저서가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려서가 아니다. 그리고 그가 그의 작품들을 통해 살아생전 당시의 영어단어 숫자를 획기적으로 늘려서도 아니다. 거기에다 아직도 그의 작품들이 여러 논문에서 분석되고 180여개 국가에서 지금도 공연이 올려져서도 아니다. 그건...... 아직도 그의 작중 인물들의 성격과 행동에 대해 다방면에서 거쳐 해석되고, 이론의 여지가 많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현대의 우리들은 아직도 ‘부처님 손바닥 안의 손오공’이다.

벌써 3년이 지났다. 서울시극단에서 ‘오셀로’를 올렸을 때 일이다. 세종 소극장에서의 공연 시 기억이 새롭다. 이해랑 선생부터 유인촌까지 역대 유명 연기파 배우만 맡았던 ‘이아고’역을 당시 박봉서가 맡았었다. 당시 박봉서는 악으로 가득찬 악을 위한 악를 행하는 이아고를 연기 했었다. 그 작품을 보고나서 ‘이아고’라는 매력적인(?) 인물에 대해 많이 생각했었다. 그리고 평을 써서 입상해, 다음해 모든 공연에 vip 초대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여류 한태숙 연출의 작품이다. 그럴 수도 없겠지만.. 작품을 첨 대하는 관객들을 위해서 원작의 흐름과 대사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이아고라는 인물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다는 것이 관람 전 사전 지식의 전부였다.

난 처음에 이아고의 알 수 없는 행동에 대한 단초를 발견할 수 있을지 알았다. 왜? 이아고는 주변 사람들을 파멸시키는 악을 행했는가? 난 한태숙 연출이 그 해답을 주는 줄로만 알았었다. 그런데.. 보고나서 언뜻 떠오르는 생각은 연출 기법의 신선함은 인정하지만, 이아고의 해석에 대해서는 피해간 것으로 생각했었다......그런데, 며칠 지나서 다시 생각하니 한태숙은 분명 해답을 준 것이었다. 다만, 상징과 은유를 사용했을 뿐......

이 작품은 한태숙의 특징이 그대로 들어난다. 우선 등장인물을 최소화 했다. 그래서 시작 장면도 베니스공국이 아닌 싸이프러스 섬에서부터 시작한다. 정극은 아니다. 당시의 의복이나 살인에 필요 불가결한 장검내지 펜싱검도 없었다. 단지, 병사들이 짧은 단도만 차고 다닐 뿐..

무대 세트는 크게 세가지다. 한쪽 면이 기울어진 회전하는 무대. 등대를 연상케하는 높은 탑. 부두의 다리같은 계속 이어질 것 같은 다리. 이것들은 현대적 감각의 디자인과 재료를 사용한 결과이다. 작품에서는 침실이나 집무실 등을 나타내기도 하며, 탑은 높은 곳에서 악을 퍼뜨리는 이아고의 마음과 행동을 대변한다.

한태숙의 해석을 짚어 본다. 시작 장면에서 데스데모나의 뒤에 천사를 상징하는 무용수가 등장한다. 그녀는 그야말로 순진무구한 때묻지 않은 천사표 여성. 이아고와 함께 어둠을 달리는 검정개. 이 개는 악의 화신일 수도 있으며, 혹은 이아고의 마음속에 자라고 있는 악의 구체화일 수도 있다. 이것이 세가지 무대장치와 더불어 이번 연출의 특색 (* 천사는 사라지고, 검정개는 악의 화신이 되어버린 이아고에게 죽임을 당한다)

우선 배우들의 목소리가 매우 좋다. 발성법과 성량이 일반 다른 배우들에 비해 뛰어나다. 그 넓은 엘지를 커버 할수 있는 배우들만 섭외한 것 같다.

이아고는 박지일이 맡았다. ‘보이체크’에서의 기억과 ‘리틀샵 오브 호러스’의 인상이 180도 변한다. 그의 연기에 아무런 허점을 발견할 수 없다. 대단한 호연이었다. 오셀로의 장우진, 뜨겁고 단순한 남자라는 캐릭터에 충실했다.

연희단 거리패의 작품들에서 눈에 띌 수 밖에 없었던 김소희가 이번 데스데모나이다. 듣기 좋은 음색과 성량이 첨부터 맘에 들었다. 그녀에게서도 대배우에게서나 느낄 수 있었던 흡인력을 느낄 수 있다. 뮤지컬 계에서 알아주는 이석준은 일종의 외도(?)를 했다. 그러나 캐시오의 연기에는 연극배우로서도 합격점 이상이다. 에밀리아 역의 이연규도 비중은 적지만 또렷했다.

결론을 내려 본다. 한태숙의 해석을 나름대로 해석해봤다. 데스데모나는 짜증날 정도로 바보같이 순진한 천사표. 오셀로는 우직하고 뜨거운 질투에 눈이 먼 남자. 캐시오는 잘못된 신의 때문에 인생이 절단나는 불쌍한 남자. 그런데...

이아고..이아고는 악을 행하는데 있어서 전혀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고 악을 행하는 자다. 처음에는 마음 속에 악이 자라는 것을 경계하고 들킬까봐 조심하지만, 이내 마음 속의 악과 대결하고, 끝내 그 악의 존재를 사라지게 하는 악의 본체(* 악령과 악귀의 상급자인 악마 정도로)였다.

우리나라에서의 대표적 여류 연출가 한태숙도 이아고의 본질에 관한 해석에 조심스레 단초만 상징과 은유를 보일 뿐이다. 그리고 수많은 연출에 의해 이아고의 해석이 또 행해질 것이며, 오셀로는 언제까지나 무대에 오를 것이다. 그래서 세익스피어는 정녕 위대한 거장이다..

차분하고 인상적인 공연이었습니다
꼭 한 번 보고 싶었던 연출자 분의 공연이어서 기대가 컸는데
대체로 만족스러웠습니다.

무대와 연출이 돋보였던 거 같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었구요...
음악과 조명...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공연이었어요.

라는 말....
이말이면 표현이 될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