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재벌 이야기도 이렇게 만들면 재밌을 것 같네요.

아메리칸 드림과 적응 세대간의 갈등과 사회에서의 이질감 3막을 어떻게 봤는지 모를 정도로 몰입감있었어요

세 배우의 열정 가득한 연기와,
샘 멘데스 감독의 멋진 연출,
돌아가는 유리 상자 무대장치,
살아있는 연극을 만들어주는 세시간동안의 라이브 피아노 연주까지.
정말 완벽했다.
길고 긴 시간이지만, 끝까지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공연이 좋은 건 새로움이라고 생각해요. 일상이라는 테두리에 갇혀서 살다보면 사람은 좁아지고 상상력은 사라지고 마음은 공허해져요. 공연 안에 보여지는 다양한 세계는 내가 직접 체험하지 못하는 현실의 아쉬움을 덜어내줄 뿐아니라 현실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낯설고 풍부한 세계와 만나게 해줘요. 우리나라 연극과 뮤지컬에도 그런 다양한 작품들이 있어요. 그래서 공연을 보는 즐거움을 알게 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의 유수한 공연들을 기대하는 건 아마도 시대에 다른 변화만큼이나 다른게 장소와 문화, 다르게 형성된 역사로 인해 창작된 공연들이 어떠할까 하는 막연한 동경과 그리움일지도 모르겠어요. 실제로 각 나라의 유명한 공연들을 보러 방문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말이에요. 저도 마찬가지에요. 번안극을 보거나 다른 나라의 유명한 공연의 라이센스를 취득한 공연을 보기는 하지만 그 나라에서 공연하는 실제의 무대는 또다른 분위기와 성격을 가지고 만날 것 같아서 더 기대하고 기다리는게 사실이에요. 가끔 오는 오리지널팀에 마음이 설레는 것도 사실이구요. 하지만 뮤지컬 등 대규모 공연에 비해 연극은 아무래도 오리지널팀이 내한해서 공연하는 비중이 많지 않고 흥행성도 아주 조금 덜한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해외의 좋은 공연을 국내에서 마주할 일은 더 적은 편이지요.

NTLive 공연 영상 상영을 처음 만났어요. 영국 국립극장에 올랐던 리먼 트릴로지 촬영분이었는데 2번의 휴식시간을 포함해서 총 210분에 달할 정도로 긴 공연이었어요. 공연의 호흡이 어떻게 나뉘고 연결될지, 공연 전반에 걸쳐 무엇을 보여줄지 기대되는 공연이었고 한편으로는 리먼 브라더스라는 미국발 대규모 경제충격이 있었던 사건을 포함하고 있어서 그 사건의 전말이 공연을 통해서 드러날까 하는 궁금증도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당일 공연장은 국립극장 답게 손소독후 열화상카메라 체크를 한 이후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입정전 체크 작업이 귀찮기는 해도 한편으로 철저한 체크로 인해 안심이 되기도 했습니다. 공연은 3부작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트릴로지 라는 말이 3부작이라는 말이라서 리먼 트릴로지는 제목만 봤을 때 리먼가를 3부로 나뉘어서 보여준다는 의미도 있고 3대에 걸친 리먼가의 흥망성쇠를 보여준다는 의미도 있는 것 같습니다. 공연은 하나의 무대가 유리박스 형태로 무대 위에 올라 있었고 그 안에 세 사람의 리먼가 형제들이 출연해서 공연을 진행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 안에 있는 소품들은 다양하게 활용되었고 공간은 다시 전면과 후면을 나누어 사용되면서 그들이 장소의 이동이나 시간의 이동이 있을 때마다 전면과 후면을 넘나들면서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유리로 된 사각의 움직이는 무대는 마치 땅이 움직이는 것처럼 커다란 흐름이나 성장 등의 의미에서 움직이는데 무대가 움직이는 순간에 배우들도 움직이면서 시대가 흘러가는 그 흐름이 사람과 별개로 움직이는게 아니라 극중 인물들의 성장과 함께 하는 인상을 주어서 감명 깊었습니다. 또한 무대 뒤로는 거대한 스크린이 각각의 배경을 담고 있어서 관람하고 있는 관객들의 시선이 흩어지지 않게 만들어주는 작용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공연은 저에게 공연의 즐거움을 다시 한번 알려주는 공연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작품 중에 이런 한 가문의 거대한 서사를 긴 호흡에 걸쳐서 따라가는 작품들을 아직 만나보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명배우들의 다양한 배역과 시간의 흐름, 무대의 구성이 해외 작품이라는 선입견과 더불어 생소하고 완벽하게 다가왔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여러 가지 이유를 차치하고라도 한 가문의 거대한 서사를 세 명의 배우가 풀어내면서 인생의 흥하고 망하는 순간과 도전과 변화와 성장을 풀어내는 과정들이 놀랍고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영상으로 보는 리먼 트릴로지의 공연이, 실제 영국 국립극장에서 배우들의 호흡과 관객들의 반응과 함께 볼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지에 대해서도 더욱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에도 저런 멋진 서사가 공연으로 발현되기를 진심으로 소원해보았습니다. NT Live 리먼 트릴로지, 혹시 기회가 되신다면 한번 만나 보시는 것도 좋은 선택일거라는 추천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다른 기회에 NT Live 시리지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새로운 공연에 대한 영상들을 만나보러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진짜 개서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