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람의 사천가는 브레히트의 <사천의 선인>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현대적인 고찰을 하고 있다.
기본 모티브는 이렇다. "과연 선하게만 사는것이 옳은것인가?" 이 부분은 세 선인(사천가에서는 불교, 기독교, 유교)이 주장하는 착하게만 살면 된다는 다소 논리비약적인 주장에서 그 모순을 드러내는데, 미련하리만치 착하게 사는 순덕에게 큰 돈을 안겨주고 사라진 선인들이 종막에 나타나 순덕이 제수로 변장해 저지른 수많은 악덕이 결국 태어날 자식을 위한 선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착한일로 규정해 버리는 것을 보고 처음부터 품어오던 무조건적인 선이 옳은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폭발하고야 만다.
과연, 그렇다. 선과 악, 이처럼 단순하면서도 담기 쉬운 말이 어디 있겠냐느만은 실상은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배곪는 걸인에게 푸짐하게 차려준 밥이 급성 소화불량을 일으켜 죽음에 이르게 된다면 이것은 과연 선인가? 악인가?
이렇듯 무조건적인 것은 없다는 것에 대한 에둘러진 성찰과 함께 다가오는 여러 가지 논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세상 어디에도 절대적인것은 없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공연 내내 놀라웠던 것은 그동안 우리와는 멀리 떨어져 있었던 줄만 알았던 판소리가 이자람을 통해 아직까지 우리 곁에 살아 숨쉬고 있음이었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팬소리의 맥이 끊겼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대부분 아는 사실이지만 그 누구도-적어도 내가 아는 한에서는-끊어졌던 판소리의 맥을 감히 다시 되살리려 노력한 이는 없었다.
알면서도 아무도 행하지 않던 사실을 용감히 행한 이자람에게 글을 마치며 다시 한번 찬사를 보낸다. "얼쑤~ 잘한다!"

판소리가 이렇게 친근한 것인줄 몰랐어요.

무조건 착하게 사는 것이 가능할까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공연이였습니다.

이승희님, 그리고 연주하시던 분들, 세명의 즐거운 신들.

감사합니다. 오랫만에 좋은 공연 보았습니다.

이자람의 공연을 본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트위터를 하다가 이번이 해외를 돌기 전에 하는 사천가 1부의 마지막 공연이라는 소식을 듣고 표를 구매하게 되었지요.
우선, 공연은 굉장한 열정과 함께 저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판소리를 제대로 접한 것 또한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처음에는 판소리로 불려지는 노래의 가사를 정확히 들을 수가 없었어요. 집중해서 듣다 보니 들리더군요.
솔직히 말해 이자람의 재능에 굉장히 놀랐달까요. 수시로 변하는 그 표정하며 목소리, 창법 등 등.. 제가 잘은 모르지만 판소리 창법에는 여자 창법과 남자 창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자람씨는 그 경계를 자유자재로 왔다갔다 한 것으로 보이거든요. 또한 그와 함께 의상의 디테일도 좋았고요. 솔직히 치마를 입고 있는 무대에 계신 내내 더워보여서 안쓰러웠는데 바지로 입는 순가 굉장한 폼이 났어요. 한마디로 멋있었어요.
판소리에는 같이 추임새를 넣어주는 연주자들이 있었고 세 명의 춤을 추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다들 굉장히 즐거운 듯 공연을 진행하였고 관객들의 박수가 터져나올만큼 관람 분위기도 꽤나 좋았고요. 굉장히 만족도가 높은 공연입니다.

이자람씨는 사실 아마도이자람밴드의 음악을 듣고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단지 그 이유때문에 이 공연을 보게 되었는데, 몰랐던 이자람씨의 놀라운 능력을 한 눈에 경험할 수 있는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브레히트의 사천의 선인을 우리나라에 맞게 재구성한 것이었는데, 중간중간 코믹한 요소를 더하여 자칫 지루할 수 있는 판소리를 흥미진진하게 진행하였습니다. 2시간 내내 1인 다역으로 열창한 이자람씨와 멋진 연주 들려준 연주자들, 재미있는 춤 보여준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이자람씨가 마지막으로 판소리는 아직 살아있다고 할 때 가슴이 찡해지더군요. 판소리 공연 기회만 있다면 다 보고 싶어요.

2010년 07월 08일 사천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1층 B블럭(R석)

이 공연은 이자람 소리꾼의 공연을 보는게 당연하다. 이자람씨가 작, 작창, 음악감독을 맡고 있고 이전 공연들을 봐도, 심지어 프로그램북의 대본을 봐도 '이자람'이라는 이름 석자가 박혀있을 정도니까.
근데 왜 김소진 소리꾼의 공연을 들었을까. 글쎄. 시간이 맞아서? 그것도 있고, 공연장이 가깝고 티켓값이 저렴해서랄까. 판소리라고 되어 있기에.. 처음 접하는건데 뭐- 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예매한 공연. 어느정도냐면 티켓을 찾으러 부스로 갔을 때 어느 사이트에서 예매했는지도 까먹을만큼 무심했더랬다. 그런데 요런 공연들이 의외로 마음에 드는 경우가 있다. 바로 사천가처럼.

관객의 대부분은 일반 관람객이 아닌 소리꾼을 아는 사람들인 듯 했다. 여기저기서 추임새가 나오고, 바로 뒷자석에서 공연의 이모저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에...
또한 들어가기 전부터 인터미션이 없다고 들었는데 소리꾼의 목이 안좋아서였는지 15분 인터미션이 주어졌다. 요건 살짝 놀랐음.

사천가는 원안이 있다. 베르톨트 브레히트라는 낯선 이름의 작가가 쓴 사천의 선인(四川의 善人). 이게 한국에서는 사천가(四川歌)라는 판소리로 탈바꿈했다.
내용을 간략하게 말하자면 세 신(神)이 사천이라는 도시에 내려와 착한 사람(선인善人)을 찾는다. 하지만 착한 사람은 도무지 없고, 그러다 찾은게 가난하고 착한 뚱녀 순덕. 순덕에게 복(돈)을 주고 떠나는 신들. 그 돈으로 [마음분식]을 차렸지만 순덕에게 빌어먹으려고 모여드는 (과거에 순덕과 안면이 있었던 여러 사람들) 거지들. 이렇게 치이고 치이는 세상 속에서 착한 마음으로만 살아갈 수 없는 순덕은 허구의 사촌오빠 재수로 변장하게된다. 그리고 순덕이 한눈에 뿅~ 간, 허우대 멀쩡한 소믈리에지망생 견식. 사건들 속에서 착하게 살아가려는 순덕이 착하게 살아가지 못하는 소용돌이를 들려준다.

소용돌이 첫째. 앞에서도 간략히 말했지만 돈 냄새 맡고 달려드는 하이에나들.
소용돌이 둘째. 돈과 마음이 있는 걸 알아보고 이용하려는 남자
소용돌이 셋째. 아이를 이런 시궁창에서 착하게 키우려는 엄마의 마음.

옛날 이야기의 권선징악, "무조건 착하게"라는 구호의 허무함을 엔딩까지 잘 이끌어냈다. 한마디로 결론이 없었다는 소리다. 그런 결론을 순덕의 대사에서 볼 수 있다.
"아무것도 모르겠구나. 어느것이 진실이고 어느 것이 정답인지...."

인상 깊었던 장면은 착해빠진 순덕이가 엄마로 되는 순간-.
아이를 가졌다는 걸 알게된 후에 보여준 애잔하고도 따스한 침묵이 남아있을 때, 모든 것을 찢으며 순덕이를 급박하게 몰아붙이는 꽹과리의 말성(末聲). 아기를 위해 지금까지 겪었던 부정직과 파렴치로 무장한 순덕은 가공인물인 남재수가 되었다. 순간의 붉은 조명과 소리꾼의 강렬한 눈빛이 전율을 일으켜 사천가를 잊을 수 없게 만들었다. 또한 옛날부터 관객 정서에 맞춰온 판소리 특유의 사회 풍자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내나라당. 묻지마라 지전돈. 미쿡산 소고기. 그리고 추임새 '얼씨규!'
그렇다고 북과 고수만 있는 그런 판소리를 생각하면 안된다. 입장하자마자 보이는 베이스, 드럼, 장고, 북에 움찔 놀랄테니. 그 보이는 악기가 전부가 아니다. 드럼 앞 원통에는 온갖 음향효과를 내는 온갖 도구가 들어있으니 타악 연주자와 고수가 감초처럼 넣는 음향효과를 관찰하는 것도 감상 포인트 중 하나다.

프로그램북의 끝에는 사천가의 대본이 실려있다. 공연 시작 10분 전부터 훑어 내려갔는데.. 공연을 들으며 놀라움을 거듭했다. 텍스트 한줄, 똑같은 줄간격, 똑같은 쉼표, 마침표. 이런 것이 아니었다. 정말로 대본과 공연은 다르다. 메마른 텍스트가 소나기가 되기도 하고 가랑비가 되기도 하며 어떨때는 안개가 되기도 한다. 부진하게 말하자면 살아있음, 생동감 쯤으로 말할 수 있겠지.

대학로 뮤지컬, 외국 문화와 다른 신선한 느낌을 주는 공연을 찾는 분들에게 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