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이었어요

감동의 무대

카산드라 윌슨의 공연을 국내에서 볼 수 있다니.
떨리는 마음에 순식간에 예매를 마치고 공연 볼 날만을 기다렸었지요.
행여나 싸인을 받을 수 있을까 씨디도 챙겨가고, 기쁜 마음에 공연을 보는데.

첫순서였던 게이코리의 공연..
할 말이 없네요. 록페스티벌의 난해한 야외 공연장보다도 소리가 안 좋았습니다.
기대를 너무 많이 했었나 싶어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인데...
보컬만 크게 들리고 후반부에는 베이스에서 딱,딱, 거리는 소음까지 계속 들리고.
전체적인 소리가 커질 때는 지지직 거리는 것처럼 소리끼리 부딪히는 느낌도 들고.
원래 게이코리의 공연은 보고 싶었던 게 아니어서 1부 관람하는 동안 너무 지쳤습니다.
이 공연 때문에 티켓 값만 더 낸 것 같아서 기분도 안 좋았습니다.
열심히 공연해주신 뮤지션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정말 별로였습니다.

사운드가 너무 조악해서 2부 공연이 걱정되었어요.
저한테는 우상이나 다름 없는 카산드라 윌슨의 공연마저 이런 소리로 듣게 되면
정말 두명분 27만원 돈 주고 본 공연.. 인디밴드 공연이나 15번 볼 걸 하고 후회할까봐요.
그렇지만 다행히도 전체적인 악기 소리도, 카산드라의 목소리도 잘 들리는 음향이었어요.

Until, Throw it away, Love is blindness, Saddle up my pony, Time after time,
등등 앨범마다 골고루 선곡한 느낌이에요. 감격에 감격을 하면서 들었습니다. 그 중에
콘트라베이스랑 기타랑 카산드라 윌슨만 노래,연주했던 노래가 있었는데 그 노래는
제목이 기억이 안나네요. 악기 두 개와 목소리 하나 만으로도 완벽했던 노래였어요.
나머지 여백의 공간에서 다른 악기들의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어요. 드럼이 없는데도
드럼이 들리는 것 같고, 뭐 그런 거요.

카산드라 윌슨은 인도풍 그린 펀자비 드레스에 비리디안 녹색 바지를 입고 맨발로
노래했어요, 우리나라에서 산 듯한? 부채를 들고 연신 부채를 부치면서 노래했는데
너무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숲에 사는 정령같은 느낌이었어요.
아이같기도 소녀같기도 하면서 모든 게 괜찮아 질 거라고 달래주는 어머니 같기도 했어요..
너무 행복해서 눈물 콧물 빼면서 공연 보았습니다. 음향이 안 좋았더라면..어땠을까
상상도 하기 싫으네요..

카산드라의 노래를 처음 들었을때까 17살이었는데.. 이제 전 서른을 넘기고..
카산드라는 오십대 중반이 되었네요..저에겐 평생 한번일 수도 있는 공연이라
감회가 깊었습니다. 아 그런데 오십대 중반인데도 어떻게 그렇게 목소리가 고울 수
있을까요.. 목관리?도 너무 잘했나봐요..

이번 공연에서 아쉬운게 있다면, 페스티벌이라는 명목하에 1부 2부 같이 묶어 공연한 것.
게이코리의 공연의 조악한 음향. 티켓값은 오지게 비싼데 그 흔한 셋 리스트 브로셔도
안 주네요. 그다지 페스티벌 같은 느낌도 모르겠고.. 페스티벌이라면 4-5팀 이상은 볼 수
있어야 페스티벌 아닐까요..? 록페스티벌 3일권 가격으로 3시간 봤네요..
(어쨌든 카산드라 윌슨이니까 개인적으로 용서는 됩니다.)

개인적으로 피곤했는지..

내내 그만 잠들고 말았다

쉽지 않은 곡

멋있는 공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