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엔 '혁명'을 소재로 한 공연 두 편 관람.
일본 청년단의 '혁명일기' 그리고 극단 연우무대의 '라 레볼뤼시옹'

서도 : 이러다가 가장 소중한 것을 잃을 수도 있어요
홍규 : 후회안해
(라 레볼뤼시옹 中에서인데 정확하지는 않음)

혁명을 위해 뒤도 안돌아보고 소중한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각오로 돌진하는 홍규.

이 대사를 듣다가 문득 든 생각은 자동차 사이드 미러에 있는
문구였다. “사물이 보이는 것보다 더 가까이 있음”

청년단의 ‘혁명일기’에서의 혁명에 대한 논의는
일상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끼여드는 방문자들로부터 방해를 받는다.
‘합법적’으로 뿌려놓은 방어막도 이 방해에는 무력하다.

어떻게 보면 두 작품은 사상으로서의 ‘혁명’을 다룬다기보다
그 과정에서 소외된 ‘혁명의 사각지대’를 다루고 있더라

혁명에서는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었던 하찮은 것들.
두 작품에서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그 하찮은 것들의 역습으로
혁명은 ‘찌질하면서도 허풍만발한 반상회’ 내지는 ‘혁명을 빙자한 3류 로맨스’로
전락하고 있다.

애정, 가족과 이웃들의 사회관계, 일상적 폭력, 교육, 범죄 등
혁명 앞에서는 하찮아 보일 수 있는 문제들이지만
“‘혁명의 사각지대’는 생각보다 혁명에 더 중요하게 작동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지도 모른다. 그래서 있을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하라!
자동차 사이드미러의 문구가 경고하는 방향과 다름이 없으리라..

'혁명일기’의 작, 연출인 히라타 오리자는
작품에서의 ‘혁명’을 ‘종교’나 ‘예술’로 치환해도 상관없다고 했다.
일상에서의 여러 소통망들을 생각하다보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인이 초대권이 있다고 권해주셨는데 광고를 보고 직접 예매하고 갈 가치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일본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을 연상시키는 줄거리였습니다.

제가 제일교포이라서 그런지 연극을 통해서 일본 사람들의 일상을 보게 되었고, 또 다른 집에 방문했을 때의 관습적인 대화와 태도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일어를 전공하는 분들에게는 추천하고 싶습니다. 좋은 문하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특히 무대에서 이루어지는 연극은 관객들에게 뒷모습을 안 보이게 한다고 하는 고정관념이 저에게 있었는데,,,, 한 집에 있는 창가 너머에서 사람들의 생활을 엿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세밀하게 구조되어있는 대사가 사람들의 인간관계를 알려주고, 또 연기자들의 연습량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무대를 본 후 뉴스를 보게 되면 거게에도 만남과 이별이 있구나 라고 새로운 자신을 찾게 될 연극이었습니다.

히라타 오리자씨의 극은 이제 그냥 다른 나라의 연극이란 생각이 들지 않네요. 아, 물론 외국 작품이란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고 그만큼 친숙하달까요. 그리고 항상 기대하고 기다리게 됩니다.
잠못드는 밤은 없다에 이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본 그의 극이네요.
역시 특별한 막올림 없이 일상으로 그대로 빨려들게 하는 부분은 아, 내가 누구의 연극을 보러왔는가를 알게 해요.
혁명, 대단한 이야기 같지만 그건 결국 사람의 일이고, 생활의 일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거창하게 기치를 올리고 핏대 올리며 부르짖지만, 우리는 작은 일들로 싸우고 균열을 일으키고, 또 아파하지요. 어디까지가 객관적 혁명이고 또 어디까지가 그냥 생활인걸까요.
유쾌하고 재밌게 봤지만 또한 생각도 많이 하게 한 작품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