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와 피아노, 그리고 배우 뿐이었지만,
어느 오페라 무대보다도 깊고 웅장했던 무대였다.
조금 아쉬웠다...
연극적인 부분이 적은 오페라를 연극처럼 하려는 게 조금 무리였나 싶기도 한 무대였다
무대 자체는 대나무만 이용하면서 깔끔한 느낌이어서 굉장히 마음에 들었고 오페라 특유의 웅장함이 아닌 깔끔한 매력이 있기는 했지만,
90분으로 줄여서 그런가, 조금은 산만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피아노 한 대만으로는 역시 음악에는 무리가 있었고, 노래도 전율이 느껴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중간중간 유머러스한 부분과 연출 부분에 대해서는(연극적인 면에서는) 오~ 하는 느낌도 있었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강렬하지는 않았던 공연이었던 것 같다
''거장의 작품''이라고 하면 지루하거나 무거울 것이라 지레 짐작하게 된다.
장르가 오페라면 어렵다는 편견까지 얹곤 한다.
하지만 피터 브룩이 연출한 오페라는 더없이 가볍고 재미있었으며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는, 편하게 즐기는 가운데 행복해지는 공연이었다.
무대 장식과 악기 사용을 절제한 결과, 배우들의 소리와 움직임에 더 집중할 수 있었고
대나무 소품을 이리저리 변형해 무대장치를 대신한 방법은
내 속의 무뎌진,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상상력을 되살려내는 듯했다.
이 거장이 연출하게 되는 다음 작품이 무엇이든
LG아트센터가 기획하는 작품이 무엇이든
믿고 찾아갈 수 있을 것같다.
현대적인 마술피리, 피터 브룩의 마술피리!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서 이 오페라에 대해 객관적인 분석같은 건 못 하지만
''오페라''라는 단어가 주는 중후함이라든가, 고전적인 느낌과는 거리가 먼 오페라였습니다.
배우분들이 무대와 관객석을 넘나드는 모습도 이색적이고 흥미로웠고,
간결한 무대장치 역시 ''현대적이다.'' 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유쾌하게 누구나 웃을 수 있고 누구나 즐길 수 있게, 최대한 간결하게 만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페라 초심자가 보기에 딱 좋아! 일단 짧고, 기본 플롯은 충실히 따라가면서 유명한 노래들을 모두 들어볼 수 있으니까. 가수/배우들 모두 실력이 뛰어나, 마이크 없이도 깨끗하게 잘 들리는 멋진 노래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좋나? 초심자 입장에서 비록 영상으로나마 봤던 풀버전을 떠올려보면, <마술피리>야말로 동화적 상상력의 산물들-큰뱀/용, 야수들, 반인반새 등등-로 가득한데, 신비롭고 화려한 무대효과를 싹 걷어내버린 이번 무대는 연극적 실험에 익숙한 관객이나 이미 관습적 오페라로서 마술피리를 보아왔던 관객들에겐 신선했을지 몰라도, 특히 어린이 관객이 많은 이 작품의 경우, 초보 관객들에겐 딱히 추천할 만한 무대는 아니지 싶다.
물론, 전설적인 피터 브룩의 ''빈 공간''을 직접 두눈으로 살짝 맛보기나마 했다는 게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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