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은 처음이라 조금 어렵더라구요

좌석도 좀 불편하고

근데 열심히 하시는 모습은 보기 좋았습니다.

◆ 공 연 명: 맥베드

◆공연장소: 대학로 스튜디오76

◆공연장르: 세익스피어의 고전 내용

◆출 연 자: 성홍일, 박채익, 이철은, 장명갑, 이재인, 이자경, 이창수, 김혜정

◆후기내용:

연극을이마치고 일어서면 마치 2시간동안 다른 세계에 있다가 갑자기 현실로 던져진 것처럼 느껴진다. 연극이라는 장르가 갖는 특성인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으나 엄연히 관객을 소외시키며 '현실과 구분된 무대 위의 공연'으로 이루어진다는 측면에서 매우 성공적이었던거다. 이것은 차라리 하나의 굿이다.라는 말이 왜 부제로 달렸는지 이해할 만 하다.

셰익스페어 비극 중 가장 장엄하고 숨가쁘게 몰아치는 맥베드가 이렇게도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운 실험극이다. 연극은 내내 음침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로 관객의 몰입을 유도하고, 화려한 배경 속에서 넘치는 감정을 절규하는 대신 완전한 어둠속에서 몸짓과 속삭임으로 맥배드와 측근들의 복잡한 권력욕과 관계들, 그리고 살인을 저지른 후 맥베드를 죄여오는 죄책감을 표현한다.

촛불, 무채색의 옷, 의자와 책상, 물을 담은 양동이, 대걸레 라는 아주 무형적인 소품으로 그 당시 왕궁 생활을 모두 나타냈다. 만찬, 칼싸움, 사형까지. 그 소품들이 부족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대신 그 소품들의 구성과 그 가운데 공간을 활용하는 배우들의 움직임이 꽉 차있다. 반복되는 움직임과 동선은 매우 역동적이며 철저하게 계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두움 속에서 인간의 어두운 면을 나타내고 천천히 그 부분을 조이며 조명하는 방식이 매우 새롭게도, 맥베드와 잘 어울린다.

배우들의 걸음걸음과 연기 모두 좋으며 특히 맥베드와 여왕의 권력에 미친, 그리고 다시 모든 것을 잃은 허망한 눈빛 연기가 돋보인다. 견딜 수 있을줄 알았지, 하는 속삭임과 순수하게 슬플 수 없다면 죽음을 달라는 맥베드의 마지막 절규 역시 마음을 울린다.

셰익스피어의 4대비극 중 하나인 '맥베드'는
셰익스피어의 다른 비극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내면을 정확히 건드리는 작품이다.

이번 공연은 대사를 줄임으로 관객이 주인공의 내면을 더 깊게 생각하게 하는 여유를 주었다.
그렇다고 극의 전개가 느슨했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절제된 대사와 여러 효과음(의자 끄는 소리, 세숫대야, 배우들의 몸에서 나는 소리..),
그리고 배우들의 몸짓과 소품을 이용한 볼거리(?) 퍼포먼스(?)는
빠른 전개를 통해 '맥베드'의 내면의 고통과 갈등이 잘 표현되었다.

이번 공연에서 특이한 점이 또 있다면,
나무 의자와 책상이 극의 모든 소품으로 활용되었다는 점이다.
투구, 칼, 감옥.......그리고 효과음까지...

의자와 책상을 아슬아슬하게 쌓아올린 모습이나 흔들리는 촛불들은
'맥베드'의 심리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욕망 앞에서 과연 흔들리지 않고 태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열연하는 배우들의 모습을 통해서
"정말 고생 많이 했겠구나..."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더운 날씨에 몇배로 힘들었을, 명연기를 펼친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맥베드'라는 공연을 이처럼 멋지게 연출해주신 연출가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관객들이 공연의 시작부터 끝까지 절대 몰입할 수 있었던 그 힘은
아마 그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커튼콜 때 그 감정의 연장선에 있느라,
박수만 열심히 치고, 큰 목소리로 환호하지 못해 배우와 연출가, 스탭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공연장에 불이 켜지고서야 '아차' 싶었다.

집에 돌아와 귓가에 맴도는 "맥베드~ 맥베드~" 하는 목소리...

지금 내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