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봐서는 내용을 쉽게 유추하기 어렵지만, 공연을 보고 있노라면 이보다 더 잘 지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가진 유일한 자산인 ''몸''을 팔아 학업과 생계를 이어가고자 하는 여자와 다른 사람의 ''몸''을 해체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은 것처럼 보이는 남자가 등장하고, 그들 사이에 벌어지는 살기 위한 투쟁과 생존의 경쟁이 이 작품의 전체적인 내용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둘 모두 ''몸''을 팔아 살아간다는 점에서 고기류를 파는 장소를 의미하는 ''steakhouse''는 두 인물이 처한 상황을 아주 적절하게 묘사하는 제목이다.

이 작품은 ''몸''을 팔아야만 삶을 이어나갈 수 있게 만드는 현실에 대하여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두 인물들이 격렬하게 다투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부분에서 그들의 개인사에 초점을 맞추며 이들이 그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보여주려 하는데, 아마도 그런 삶에서 이 인물들이 가지게 된 정신적 스트레스(또는 질환)을 드러내고자 했던 것 같다. 이 연극의 연출이 설명한 기획의도에서도 ''자살하기 좋은 사회의 단면'', 즉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인물들의 모습을 그들의 과거와 함께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사는 이 사회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는 점이 드러나기도 한다.

''몸''이라는 하나의 매개체를 이용하여 현대 사회의 몰인간성을 보여주면서 개별 인간들이 그러한 상황에 빠져드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이 연극 ''스테이크 하우스''이 갖는 독창적인 부분이자 주제에 해당할 것이다.
하지만 딱 이 부분이 이 작품이 갖는 한계이기도 하다. 인간이 마지막 순간까지 ''스스로 가졌다''라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인 ''몸'' 마저도 팔아야만 하는 사람들을 보여주고자 할 때, 과연 그런 현실을 정신질환에 의해서만 설명할 수 있는 것일까. 그들을 그런 상황까지 몰아가는 것이 최종적으로는 정신질환일 수 있다 하더라도, 그보다 먼저에는 인간성보다 자본을 중시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현실이 나타나지 않을 수 없다. ''공부''를 하기 위하여 ''몸''을 파는 대학생과 다른 이의 ''몸''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는 것처럼 보이는 남자, 자신이나 부모가 충분한 자산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공부''조차도 할 수 없게 만들고 실직해버리면 기본적인 생활마저 보장해주지 않는 한국 자본주의의 냉정함이 있지 않았다면 이 작품의 기본적인 설정은 성립할 수 없었을 터... 이런 점이 작품에서 제대로 부각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운 것이다.
어찌 보면 남자가 단순한 ''인육 공급책''이 아니라 ''실직자''라는 인물로 설정된 것, 그리고 실제 여자가 인육이 담긴 것으로 오해했던 아이스박스 안에 인문학 서적만이 가득했다는 점 등은 연극 ''스테이크 하우스''를 만든 이들 역시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배경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나 짐작케 하긴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점이 연극 내에서 그다지 부각되지 않았기 때문에(남자가 실질자로 설정되었다는 것은 프로그램을 보고서야 알 수 있었다), 이 작품에 대해 남는 아쉬움은 해소되지 않는다.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대학생을 연기한 권윤아 씨였다. 프로필을 제대로 찾기 어려울 정도로 신인급 배우인 듯 한데,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고 데뷔작을 최근에 치른 배우인 것 같다. 이 공연에서 쉽게 소화하기 어려운, 매우 폭력적이고 굴욕적인 연기를 했어야하는 배역이어서, 오죽하면 ''저렇게 연기하고 나서도 정상적인 생활이 될까''하는 걱정이 들 정도였었는데... 그걸 무대에서 이겨내는 모습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 기록... 실직자 - 유석, 대학생 - 권윤아. 작 - 최규형, 연출 - 강민재.

프랑스극이라 어려울 거라는 선입견만 갖고 갔는데 공포스럽기도 하고 원초적이기도하고 심오한 철학적 의미를 던져주는 극이었어요. 석 장짜리 극본을 이렇게 멋있는 극으로 승화시키다니요. 대단한 것 같아요. 무대, 분장 모두 대단했고 배우들 연기도 돋보였어요. 저같은 문외한이 봐도 색다르고 후회없는 관람이 되실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