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훌륭한 연극인건 맞고요..

배우님들 정말 훌륭 하심요..

근데 조금 어려워요.

시간, 돈 전부 아깝지 않았다.
자극적인 요소들이 가득했지만
자극적이지 않았다.
맨발이 잘어울리는 극.

연출의 의도를 강요하기보다는
보는 사람대로 해석할 수 있는 극이었던 것 같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중 하나인 <멕베스>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할인을 받아서 만원에 공연을 관람했다. 만원 그 이상의 값어치를 하는 작품이였다.

작품은 결코 가볍지 않다. 많은 생각들을 요하는 작품이다. 이번 지방선거와 맞물려서 정치와 관련되어 생각해보기 좋은 작품이다.



<게릴라극장>은 일명 혜화 변두리에 위치한 극장이다. 혜화1번지에 있지 않고 혜화로터리를 지나는 자리에 위치해 있다. 지리적으로 불리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매진이였다.

비주류의 극장처럼 보였으나 내부 시설은 공연을 관람하기에 충분했다.



현재의 멕베스는 누구인가



자. 이제 작품 해석을 한 번 해보겠다. 연극을 잘 모르는 한 사람의 해석으로 생각보다 많이 ''오버''한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뭐 어쩌겠는가. 내가 그렇게 느꼈는걸.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미리 보지 않고 어떠한 배경지식도 없이 연극을 관람했다. 장점은 원작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사고를 통해 볼 수 있었다는 점이였고 단점은

원작을 이해하고 보았으면 훨씬 더 깊은 사고를 할 수 있었을텐데하는 아쉬움이다.



한 ''bar''에 남자들이 모여든다. 그리고 느닷없이 옷을 벗고 여자속옷을 입고 여자원피스를 곱게 차려입는다. 그들은 게이인가? 아니다. 단지 일상의 틀을 깸으로써 스트레스를 해소하고자

함이다. 인간은 원래 초원을 뛰어다니는 동물들처럼 자유로운 존재가 아니였을까? 하지만 지금은 9시까지 출근을 해야하고 야근을 합하면 밤늦게까지 업무에 시달리는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삶이 대부분의 삶이니, 대사 속에 이런 말이 있었다. "오늘 하루도 버텨냈다."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이 ''행복''일지도 모르는데 그저 오늘 하루를 죽지 않고 하기 싫은 일들을 하면서

''버텨냈다.''니. 그가 외치는 멕베스는 어쩌면 자신을 지배하는 회사의 사장일수도 있겠고 대주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여기서 멕베스를 한 사람을 생각하지 않고

회사원의 멕베스는 사장. 군인의 멕베스는 대통령 등으로 소시민들의 ''돈줄''을 쥐고 있는 자로 정의했다.



자신의 삼촌을 죽이고 왕이 된 군인출신 멕베스. 그는 드디어 고대하던 멕베스가 되었다. 하지만 전혀 행복하지 않다. 인간은 어쩌면 ''죽을때까지 욕망을 추구하는 존재''가 아닐까.

욕망이 채워지면 또 다른 욕망을 만들어내는 존재. 그 욕망이 진짜 내 욕망인지 아니면 타인의 욕망인지는 부차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멕베스가 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격식과

예의를 갖춰야 한다. 책임감은 커진다. 수 많은 피를 흘리면서 얻은 자리이지만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기위해 더 많은 피를 흘려야만 했다. 마치 드라마 ''정도전''이 떠오르지 않는가.

대업은 허상이라는 정몽주와 조선이라는 새로운 나라를 건국하기 위해서 왕씨를 비롯한 많은 피를 흘리게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성계. 정도전이 꿈꾸던 제상정치는 결국 왕권강화를

원하는 이방원에 의해 좌절된다. 어쩌면 정몽주가 말한 ''대업은 허상''이라는 말이 무게감이 더 실리는 부분이다. 진보와 보수 프레임을 갑자기 들이밀자면 기존체제를 지키려는

정몽주는 보수세력이고 새로운체제를 만들려던 정도전은 진보세력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새로운 멕베스의 탄생과 새정치를 염원하는 마음은 허상일까 아닐까? (궁금궁금)



군인출신으로 최고실세가 된 멕베스. 그를 보고있자니 자연스럽게 ''박정희''가 떠올랐다. 오히려 레이디 멕베스를 보면서 박정희가 떠올랐다. 레이디 멕베스가 멕베스의 옷으로

갈아입는데 그것은 멕베스가 최고의 실세가 되고도 흔들린다면 나라도 이 권력을 지켜내겠다는 의지다. 더 많은 피가 필요했고 더 많은 억압이 필요했다. 레이디 멕베스가 마지막까지

손에서 칼을 놓지 않은 이유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칼로 지킨 권력은 결국 칼로 인해 무너질 것이다. 조선의 건국에서 정도전이 원한 것도 바로 칼이 아닌 민심이였다.



우리는 흔히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어하고 돈이 많기를 바라며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기를 원한다. 그러면 행복해 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으면서. 하지만 이 연극에서는 그러한 위치의

멕베스가 되더라도 꼭 행본한 것은 아니라고 말해주는 듯 했다. 행복은 그 사람의 지위가 아닌 다른 곳에 있다고 말해주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회사원의 아들은 무슨 의미일까?

아버지는 말한다. "살아야한다. 반드시 살아야한다. 살아있다는 것은 위대한 것이다." 정도전이 반박한다. "산다고 다 사는 것입니까. 사람답게 살아야 사는거지." (정도전 빙의)

그러면서 아들의 눈알을 직접 뽑아버린다. 그러면서 자신은 죽지만 아들은 살려낸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마지막 한가닥의 희망인 것 같긴한데 멕베스에게 그 아들은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가 헷갈린다. 그 아들을 국민들로 바라봐도 무방할까? 나중에 살기위해서 귀까지 스스로 찢어버린다. 그런 아들을 멕베스는 잔인하게 옥상에서 떨어트려 죽여버린다.

박정희 정권시절. 살기위해서는 눈과 귀를 막아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눈과 귀를 막고 산다고해도 목숨을 보장받을 수 있는 건 아니였다. 권력이란 그처럼 막강한 것이다.

있는 자들은 없는자들의 그나마 있는 것 마저 결국 빼앗아 버린다. 멕베스는 아들(원래는 죽은 회사원아들)에게 눈알이 뽑힌 것이 측은했는지 목숨만은 살려주겠다고 약속한다.

하지만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이 닥치면(그 아들이 나중에 왕이 될것이라는 예언을 듣고) 힘이 약속보다 쎄다. 지금의 정치인들도 이와 같지 않은가.

선거철이면 국민들에게 굽신굽신하지만 당선이 되고나면 갑을관계가 바뀐다. 그리고 공약이행은 미비하고 가진 권력으로 막대한 힘을 자랑질하는 꼴이란.



눈과 귀가 먼 아들은 옥상에서 떨어졌지만 기적적으로 다시 살아난다. 그리고 희망을 잃은 사람들의 유일한 희망의 지도자가 된다.

사람들은 바에서 멕베스를 외치면서 이제 더 이상 멕베스는 신적인 존재도 아니고 술 마시며 깔 수 있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멕베스와 레이디 멕베스는 서로 연애하던 시절을 떠올린다.

그러면서 "그때가 좋았지..."라고 이야기한다. 이 세상을 다 가진 지금보다 그때가 더 좋았다니... 이것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계속 정도전 이야기해서 지송)

정도전에서 보면 이인임이 이성계한테 말한다. "분수에 맞는 권세만 탐하시오. 당신에게 임금이란 불행의 시작이 될 것이오." 이성계가 임금이 된 후 왕자의 난과 끊임없는 피의 숙청들을

보면서 그 불행의 시작이 무엇인지 조금은 짐작이 갈 것이다. 정도전 또한 1등 개국공신으로 권력이 강해지면서 또 다른 권력(이방원)에게 결국 숙청된다. 정조의 홍국영 또한 정도전과

비슷한 길을 걷는다. 반면에 무학대사는 개국공신이지만 권세를 탐하지 않고 칩거한다. 조선이 불교를 버리고 유교를 국교로 삼을때도 침묵한다. 무엇이 옳고그른판단인지는 여기서 빼자.

정도전 또한 정몽주와 함께보낸 그 시절이 더 좋지 않았을까. 멕베스도 어쩌면 지금보다 과거의 어떤 순간이 더 좋을 수도. 우리가 지금 꾸고 있는 꿈들도 어쩌면 허상일지도.

현재에 충실하고 만족해하며 사는 삶이(무학대사처럼) 진리 인 것 같기도 하고. 마지막에 멕베스가 컵라면을 시켜먹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니 가슴이 짠했다. 왕이 컵라면이라니...



하늘아래 태양이 두 개일 수 없다. 멕베스(어느 분야이건 최고실세)는 한명이여 한다. 2인자가 강해지는 꼴을 보지 못 한다. 반역은 곧 죽음이다. 멕베스가 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피의

살육이 물가피하다. 내가 승진하려면 누군가를 밟고 올라가야하고 내가 대학에 합격하려면 누군가를 떨어트려야 한다. 멕베스의 자리. 쉽지도 않고 그렇게 행복해 보이지도 않는다.

어른들 편하자고 하는게 교육이고 기득권층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유지되는게 법과 질서 아닌가. 명문대를 나온 아이일수록 어른들 말을 잘 들을 가능성이 높고 국가와 회사의 규율을

잘 지킬수록 대통령과 사장이 좋아할 거 아닌가. 이 연극은 어쩌면 힘없는 국민들에게 ''궐기해도 괜찮다.''라는 메세지를 주려고 했던 것일까? 눈과 귀가 멀어도 결코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달라는 당부? 마지막에 멕베스는 자살한다. 멕베스는 죽어도 또 다른 멕베스가 나타날 것이다. 역사는 반복되는 법이니까.
http://deekelly.co.kr/220020650178

"길 잃어 헤매던 어느 저녁에 맥베스" (부제:셰익스피어의 자식들 작,연출:백하룡 출연:이동준, 황유진, 김아영, 배준일, 이흔지, 송준형, 김세영 제작:우리극 연구소 극장:게릴라극장 별점:★★★☆☆) "맥베스" 의 구성만 가지고 와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만든 작품이다. 중간에 맥베스와 레이디 맥베스를 바꾸어서 연기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현재를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을 끊없는 욕망의 화신인 맥베스로 표현하였다. 그러나, 지나친 욕망은 파멸만 불러올 뿐이다. 남자역의 이동준 배우님의 집중역 있는 연기가 좋았다. 그리고, 배보람 배우님 이후로 새롭게 발견한 여자역의 황유진 배우님의 에너지 있는 연기와 눈빛이 기억에 남는다. 극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진 배경음악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