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레조프스키를 학교과제로 동영상을 틀어주면서 알게 되었는대요.
리스트 에튀드 동영상을 보여줄 때 대부분의 자료가 베레조프스키였어요.
그냥 힘좋고 잘 하고 이 사람이 있으면 피아노가 참 작아보인다라고 생각했었는대
이번에 제일 좋아하는 라흐마니노프 피협 2번을 연주한다길래
예매를 해서 갔어요.
합창석에 앉아서 소리는 잘 못 듣고 피아노를 치는 손은 정말 잘 보였는대
합창석에 앉은 사람들을 위해서 피아노 뚜껑을 없애서 연주했으면 참 좋았다라고 생각을 했어요.
A석이였지만 6만원이나 주고 보는 건대 피아노 소리가 오케스트라 소리에 묻혀서 잘 들리지 않더라구요
그래도 너무 멋진 공연이었어요.

솔직히 기대에 못 미치는 공연이었어요..
워낙 좋아하는 협주곡에다가 베레조프스키라 엄청 기대했었는데..
브람스 협주곡이 제일 괜찮았고..
쇼팽협주곡때 피아노줄이 끊긴게 기억에 남네요.
다음날 기사에 실린것도 웃겼고..

거금을 들여 처음으로 C블럭 6열에 앉았는데 건반과 제 눈높이가 딱 같은 높이에 있더군요. 오른손 밖에 보지 못할거라 생각하니 좀 안타까웠어요.잠시 후 무대 뒤로 향하는 문이 열리고 커다란 두 장정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상대적으로 마른 편인 한 사람은 피아노로, 또 다른 사람은 지휘대에 올라섰죠. 피아니스트의 고갯짓을 신호로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이 시작되었습니다.

드미트리 야블론스키의 지휘 아래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음악의 돛을 화려하게 펼쳤습니다. 1분이 넘도록 조용히 침묵으로 일관하던 피아노가 드디어 음표의 파도를 타고 등장. 배가 앞으로 나아갈수록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한 에너지를 끌어안은 사람처럼 보리스의 얼굴은 발갛게 상기되었습니다. 그러다 첫 번째 클라이맥스의 마지막 음을 치기 바로 직전.

티잉!

그의 초절기교 연습곡 영상물을 보던 중에도 들어본 적이 있는 소리였습니다. 보리스는 스타인웨이 위로 몸을 숙이고 끊어진 현을 돌려 걷어내고는 '문제 없으니 계속 연주합시다'라고 말하듯 지휘자에게 손을 흔들어보였어요.

이 협주곡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아름다운 피아노 솔로로 시작하는 2악장의 도입부입니다. 까만 밤하늘에서 깜박거리는 별처럼, 피아노의 높은 음이 섬세하고 우아하게 반짝거리지요. 무대와 가장 가까이에 앉아 있는 청중들조차 숨을 죽여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럽게 속삭이는 보리스의 피아니시모는 실로 매력적이었습니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에서 연주자들은 제가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고도의 집중력과 음악에 대한 헌신을 보여주었습니다. 현악과 목관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리다 이내 한 자리에서 만나 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피아노는 오케스트라 뒤로 숨었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합니다. 극심한 우울증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선 작곡가의 승리를 연상시키는 마지막 부분에선 눈물과 웃음을 함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전 라흐마니노프의 피협 2번을 그리 즐겨듣지 않았습니다. 리흐테르의 도이치 그라모폰 녹음이 뛰어난 연주임에는 십분 공감했지만, 그런 감동적인 음반을 듣고서도 이 곡에 애착을 갖기는 힘들었어요. 그렇지만 사람일이란 모를 일이지요. 이 공연에서 실황으로 듣고 완전히 빠져들어버렸거든요.

중간 휴식시간이 지나자 마음은 오늘의 마지막 곡에 대한 기대감으로, 머리는 연주자들의 체력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찼습니다. 긴 협주곡을 벌써 두 작품이나 연주한데다 이제 거대한 산(브람스의 두 번째 피아노 협주곡)을 넘어야하니까요. 게다가 이 곡은 빠른 템포의 아르페지오 때문에 도입부에서부터 피아니스트에게 상당한 심적 부담감을 준다고 들은 기억이 있어서 말이지요.

지휘봉의 움직임과 함께 혼이 노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노래는 피아노의 소리를 빌어 더 풍부한 메아리가 되고 목관악기는 또 다른 선율로 그 뒤를 따라옵니다. 바로 여기서 피아노가 격렬한 카덴차를 쏟아내지요. 희고 검은 건반을 훑어내리는 보리스를 눈도 깜박이지 않고 바라보며 속으로 탄성을 질렀습니다. 그의 두 손은 절대 건반을 두들기거나 때려대지 않았습니다. 가장 어려운 부분에서도 하나로 이어진 동작처럼 그저 부드럽게 쓸어내릴 뿐이었죠. 그에 대한 피아노의 반응 또한 놀라웠습니다.

마침내 피날레에 다다른 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의 얼굴을 찬찬히 훑어보며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음악을 향한 진실함과 애정으로 환하게 빛나고 있었거든요. 분명 공연 내내 관객들뿐만 아니라 자신들도 음악이 주는 선물을 즐기고 있었던 거겠지요.

러시아가 낳은 천재 피아니스트라고 해서 정말 기대를 많이 하고 갔다... 시작전 막 떨면서 공연장 여기저기를 감상하며 베레조프스키를 기다렸다 드디어 저녁 8시가 되고 공연장의 적막이 흐르면서 연주자와 지휘자가 등장하였다 ... 먼저 쇼팽 소나타 2번 조금 생소한 곡이었지만 워낙 연주가 뛰어나서 그냥 빨려들어가고 말았다.. 32분여간의 연주가 끝나고 쉬는 시간 없이 다시 입장 내가 공연을 온 목적인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2번 오케스트라의 우렁찬 전주와 함께 연주가 시작됐다 숨을 죽이고 완전 집중... 가슴속에서 뭔가 폭팔할듯한 느낌이었다 전제 베레조프스키의 연주회를 가본적은 없었지만 참 남성다운 연주와 포스를 지녔다고 생각이 들었었다. 역시나 오늘 가장 남성다운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을 가장 잘 연주한다는 명성 그대로였다 . 두곡의 연주가 끝나고 나니 1시간이 지났다 휴식시간 잠깐 휴식을 취한 후 마지막 곡인 브람스 2번 음악의 아버지인 브람스와 남성적인 연주자 베레조프스키가 만났으니 연주는 극에 다했다 50분에 달하는 대 곡을 연주하고도 전혀 흐트러 짐이 없어 보였다. 곡의 연주가 모두 끝나고 3번의 커튼콜 마지막에 앵콜이 없어 좀 아쉬웠지만 본 공연에서의 열정을 다한 연주자게에 무리라 생각하며 아쉬움을 접었다..

소름이 돋게 멋집니다.
기대이상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