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움직임과, 무대의 기호학에 매료된 공연. 배우들 각각의 동작과 전체의 파도치듯 요동치는 모습이 간결한 메시지를 날카롭게 던져주고 대사는 알쏭달쏭해서 계속 머리를쓰고 생각하게 하는 연극이었다. 책을 보고 올걸... 무대 자체의 프레임과 의자, 책상을 움직여 새롭게 만들어내는 공간의 변화또한 신선했고 배우들 하나하나 예사롭지 않은 연기, 그리고 조명의 쓰임새들 또한 경탄... 앞으로도 사다리움직임연구소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게다가 작품을 다함께 만들기위해 세미나의 연속, 고민과 연구를 거듭하는 배우들이라니~ 수준높은 결과물이 나올수밖에 없다! 다만 아쉬웠던것은 나같은 중년을 위해 좀더 친절한 극을 만들어주실 의향은 없는지(생각을 많이 하게하는 연극이라~ 난해했음. 아마 끝나고 감독~배우와의 대화가 없었다면 이해가 힘들었을텐데 운이좋아서 질의응답을 들으며 이해도가 상승ㅋ) 같이간 딸의 아쉬운점은, 책에서는 여성을 그런식으로 그렸다 하더라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인물의 성격으로 표현했음 좋았을텐데 여성이라는 존재가 그런 구시대적인 표현으로 점철되어 있어서 좀 불편했다고.

조명이라든지, 오브제라든지, 배우들의 절제된 몸사위 같은 것들이 시각적으로 무척 아름다웠습니다.
저는 <소송>의 이전 무대를 보지 못하고 간 것이어서, 다른 극과의 비교는 할 수 없었습니다만,
확실한 주제로 극을 끌고 나가기 위해서 인물의 성격과 다소 산만하다고 볼 수 있는 내용들을 압축하고 집약적으로 활용하고, 시도한 부분들이 소설과 비교했을 때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싶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책에서 읽고, 느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소송>이어서 나름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제가 느끼기로는 소설보다 캐릭터가 너무 많이 변형이 되어서, 물론 설정한 주제에 맞춰 캐릭터를 확실하게 만들어야 했겠지만, 레니와 변호사가(그밖에도) 너무 전형적인 인물이 되지 않았나 하는 것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저는 카프카의 책에선 ''''모두들 소송을 열심히 준비하지만 이것이 효용이 있는지도 알 수 없고, 끝이 있는지도 알 수 없고, 단지 모두 윗분들의 결정에 맡겨야 하기에 우리는 그저 당장의 소송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비극적인 감정으로 읽었기 때문에 그 점이 조금 아까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연기도 좋았고, 무대 연출은 정말 아름다웠어요. 베리드라는, 다음 공연도 기대가 됩니다.

연출이 잘되거나 못&#46124;다는 평보다는 의도하고자하는 바가 완벽히 전달되진 못했다. 적어도 연극매니아 들에게는 이해되어야 했다. 배우의 고함, 몸짓, 음악, 오브제 환경에도 이유가 있을터인데 그것 또한 이해시켜야 한다. 기본 줄거리만 이해되도록 하였기에 옆자리 예술관련 노교수님은 잠을 주무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