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동물농장''은 ''성수 젊음의 연극제''의 일환인 ''젊은 연출가전''의 한 작품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득 조지오웰의 단편 ''동물농장''을 스핀오프하여 만든 연극이라고 한다. 원작의 배경인 농장을 실험동물을 생산하는 회사로 바꾸되 원작에 나오는 인물(獸물?)의 성격은 하나하나 그대로 현대 한국 사회에 살고 있는 개인으로 옮겼다. 내용 역시 원작의 전개를 그대로 따라가니 학대 당하는 동물은 사장에게 맘껏 조롱당하는 사원으로, 동물들의 봉기는 사장을 쫓아낸 사원들의 회사 장악으로, 나폴레온 등의 반혁명 책동은 일부 사원 그룹의 분위기 장악으로, 마지막 장면 역시 그들과 사장의 회동으로 변형하였다. 스탈린의 전체주의를 비판하기 위하여 동물을 이용한 풍자를 도입하였던 조지오웰의 원작을 다시 인간세계로 옮겨 재창조한 작품이라고 보면 딱 맞겠다.

그래서 무척 기대를 많이 했더랬다. 원작을 워낙 좋아하기도 했고, 풍자를 위하여 우화로 쓴 작품을 어떻게 다시 인간세상의 이야기로 풀어갈지도 궁금했다. 농장의 동물과 회사의 인간들의 에피소드를 그대로 1:1로 치환할 수는 없을테고 그렇다고 원작의 내용과 의미를 훼손하여서도 안되니, 이런 점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많은 기대를 했다.
결과적으로는... 차라리 극의 배경을 현대 한국이 아닌, 어느 시대 어느 지역의 인간 세상 정도로만 설정하였어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처음 시작부터 그렇다. 아무리 사장이 이상한 지시를 하고 해괴한 행동을 한다 하더라도, 이 연극 ''동물농장''에서 보여준 것처럼 사원들이 사장을 화장실에 감금하는 것만으로는 회사를 장악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주식 비중이나 공권력은 괜히 존재하는 것이 아닌데, 뻔히 현대의 한국을 배경으로 한다고 해놓고는 저런 식으로 회사를 장악한다고 설정한 것에 공감하기는 너무 어려웠다. 그 이후의 전개도 그렇다. 다같이 회사를 장악하고 원칙을 세워놓고는 일부 사원들이 특정 동료를 몰아내고 공간을 장악해가는데, 그것을 누구도 막으려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는 점은 너무 이상하다. 원작에서는 돼지와 소, 개라는 종의 차이와 그로부터 발생하는 지능 및 정보 해석능력의 차이 등에 의하여 돼지들이 쉽게 농장을 장악한 것인데, 연극 ''동물농장''에서는 사원들 사이에 그런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 것 아닌가. 그렇다보니 회사를 장악한 이후의 전개 과정에서 납득할 수 있는 설정은 오로지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화를 빌미로 착취하는 것 하나 뿐 밖에 없었다. 알 수 없는 어느 시점, 어느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그런 방식으로 회사를 차지하는 것이 합법적이고 인간들 사이에 그런 차이가 발생하는 것 역시 자연스럽다고 했으면 좀더 몰입하기가 쉬웠을까...
특히 원작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인 7가지 규칙이 서서히 변해가는 부분이 이번 연극 ''동물농장''에서는 하나의 장면으로 몰아 표현되었다는 점이 많이 아쉬웠다. 원작 소설에서 규칙의 변화를 그렇게 처리함으로써 혁명의 성공이 반혁명으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변해버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으니, 연극에서도 사건이 생길 때마다 내규를 적은 글씨판이 하나하나 바뀌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었더랬다. 그런데 내내 그대로 있다 결말에 가서야 바뀐 내용이 내려오는 것이... 극 자체의 배경에 대하여 공감하기 어려웠던 것처럼, 극의 전개 역시 원작의 여러 주요한 지점을 소화하기에 바빴을 뿐 관객에게 본래의 의미를 전달하는 것에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못한 느낌이었다.

또 하나 아쉬웠던 부분은 스탈린주의를 비판하였던 원작 소설과 달리 몰인간적인 자본주의를 비판의 대상으로 삼았던 이번 연극이 그 비판을 너무 노골적으로, 또는 너무 드러나지 않게 보여주었다는 점이었다.
비판의 대상이 바뀌는 것이야 그럴 수 있다. 조지오웰이 원작을 쓸 때와 지금의 한국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고, 원작의 동기만을 따와 지금의 시대/공간적 상황을 비추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어느 부분, 예를 들어 부장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누군가가 사장과 직원을 노골적으로 비교하며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 너무 드러난다. 그래서야 이렇게 특정 공간과 상황을 만들어 비유하면서 이야기하는 의미가 없지 않은가. 유사한 지점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었던 어느 연극에서도 이렇게 과하게 드러내며 주제의식을 보여주려 한 경우가 꽤 있었는데, 정치모임에서 선동/유세를 위하여 발언하는 것과 연극이나 영화에서 주제를 드러내기 위하여 대사하는 것은 차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영화 ''파업전야''와 같이 애당초 의미와 배경이 하나가 되어 있는 작품이라면 그 속의 대사 역시 그렇게 시원시원하게 나와야할 수 있다. 하지만 ''동물농장''은 원작 소설이든 연극이든 비유와 풍자를 주요한 기제로 삼고 있지 않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이 꽤 있었다는 점은 다소 불편한 부분이었다.
그런데 반면 그 외의 부분들에서는 이 연극이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잘 보이지 않기도 한다. ''임을 위한 행진곡'' 같은 부분과 비정규직에 관련된 부분은 제외하자면, 원작의 진행을 그대로 따라가려 했다는 점 외에 작품의 주제를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나 대사가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몰인간성을 이야기한다고 할 때, 사원들 사이의 갈등이나 정보 조작이 그것을 대변하지는 못 하는 것 아닌가. 마지막 장면에서 쫓겨난 사장과 내통하는 모습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 앞에서 내내 보여주지 못했던 것을 만회하기에는 너무 늦고 짧은 분량이었다.

4일간의 짧은 공연이었는데, 그 중 첫 공연을 보아서인지 꽤 많은 실수가 있었다. 대사를 씹는 것도 몇 번 있었고, 책상을 밀고 옮기던 중 바퀴가 부러지거나 소품이 가로막아 동선을 바꾸는 것 같은 부분도 보였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배우들의 연기는 꽤 인상적이었다. 그 중에서도 변절하는 직원 그룹을 대표하였던 스퀴얼러 역의 강정우 씨가 가장 띄었는데, 처음부터 풍기는 엘리트의 느낌부터 시작하여 과장과 함께 할 때의 비열한 모습, 다른 직원 앞에서의 천연덕스러움, 의심하는이들 앞에서 폭발하던 장면 등등 넓은 폭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앞의 절반 밖에 등장하지 않았지만 유일하게 스퀴얼러의 카리스마에 대적할만한 모습이었던 스노우볼 역의 김지혜 씨, 원작의 복서에서 풍기는 느낌을 그대로 재현한 것 같았던 노태현 씨, 원작의 몰리와는 다른 입장이었지만 나름의 캐릭터를 만들어낸 박현진 씨도 기억할만 하다.

원작 때문에 상당한 기대를 했지만, 원작을 너무 따라가려 하는 바람에 실망하게 된 작품이라고 평할 수 있겠다. 역시 좋은 원작을 배경으로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것은 어려운가 보다.

신선하게 재해석한 죠지오웰의 동물농장 재밌게 봤습니다!
더 현실적으로 와닿았어요

이벤트 당첨되어 성수아트홀 젊은연출가전 동물농장을 관람하게 되었다.
이벤트 때 줄거리를 읽었지만 젊은연출가전이라 기대되고 공연이 어떨지 궁금.
공연전 음악과 스프레이아트는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드디어 동물농장이 시작되었다.
대학로 공연은 보통 3-4명인데 등장부터 배우가 많아 더 기대되었다.
현대 조직사회를 풍자...각색한 동물농장
강사원, 노대리, 김과장, 박인턴 그리고 비정규직 사원...
"비정규직이 비정상이었던 건가요?"는 비정규직보다 더 못한 임시직인 나에겐 비수처럼 꽂혔다.
그리고 충격적이었던 장면은
김과장을 빨갱이라며 욕을 하고 머리채를 잡고 끌고갔던 장면..
폭력에 약한 나는 리얼한 연기에 정말 놀랬고 그 충격은 지금까지도 ㅜ
코믹은 아닐 거라는 것 알았지만 동물농장은 이 시대의 비애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고 사랑타령(?)만 하는 요즘 연극과 달라 추천하고 싶다,
배우님 모두 수고 많으셨어요.

독특한 연출과 한국적으로 풀어낸 연출이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한국 사회의 심각함을 진지하게 때로는 코믹하게 풀어내서
재미와 드라마를 잘 보여줬습니다.

현실적인 캐릭터와 현실적인 이야기로
사회이야기를 참 잘풀어나간 극이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