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을 현대에 번안하여 보여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전이 갖는 인간적 보편성에 관한 힘과 더불어 번안이 갖는 현대적 시의성에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연극 비계덩어리에서 그 점은 확실히 보여졌을까?
모파상의 비계덩어리라면 인간의 추악한 탐욕과 위선을 통렬하게 비판한 작품인데, 이번 연극 비계덩어리에서 그런 점은 확실하게 보이기는 하되 확실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수녀의 존재를 통해 수녀라는 '신'마저 결국 창녀를 위해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고, 오히려 음욕을 택한 정의를 행했음에도 '신'에 반한 사람이라 생각하는 일종의 위선이 잘 그려졌던 원작과는 달리 연극에서는 잘 다가오지 않는다. 그것은 다른 인물들의 위선에서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겠는데,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는 더욱 더 그랬다. 더 몰아붙이는 무언가가 느껴졌으면 좋았을 거라 생각한다.
물론 배우들의 연기는 상당히 인상적이었고 군데군데 부분적 웃음을 불러일으키는 연출도 어떤 면에서 감각적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어째서 굳이 고전을 번안하여 극을 올려야했을까를 생각해보면 그다지 다가오는 답은 없다. 고전을 번안하여 극을 올리는, 그래서 더욱 보여줄 수 있는 그 주제적 고찰과 정말 현 시대에, 사회에 통렬한 무언가를 줄 수 있는 시의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하에서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피난을 가게 되면서
겪는 일이지만 실제 우리의 일상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창녀라고 멸시하고 구박할 때는 언제고
피난을 못가게 되니
온갖 맘에 없는 소리를 해서 그녀를
설득하기에 여념이 없다.

화장실 갈 때와 올 때가 다르다더니
하지만 그런한 전시상황이라면
누구나 그러지 않았을까.
사실 자리에 앉아서 편하게 보기는 했지만
막상 내가 그러한 입장이라면
나 역시 그들과 똑같았으리라.

인간은 정말로 나약한 존재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비계덩어리라는 제목처럼
물욕, 정욕, 탐욕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추할 수 있는 지를 보여준다.

적어도 고상한 척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남에게 손가락질을 하기 전에
자기 모습을 먼저 살펴보자.
나는 도데체 얼마나 "깨끗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