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세레모니』는 말 그래도 어떠한 일을 축하하고 기념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데, 그 축하하고 기념하는 것은 바로 한국과 일본의 화합으로 상징되는 한국 남자와 일본 여자의 결혼이다. 첫 아이의 탄생을 앞두고 있는 일구와 이치카가 딱 1년 전 두 사람의 결혼식이 열리던 그 때를 회상하는 것으로 극은 시작된다. 해당 결혼식이 있었던 시기는 한국과 일본의 축구 경기가 이뤄지던 때로 그로 인하여 도시는 혼잡하고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생기면서 결혼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이 피어오른다. 축구 경기가 전반전, 후반전 그리고 연장전이 있듯이 연극 역시 그렇게 전반전, 후반전 그리고 연장전으로 나뉘어 진행이 된다.


한국과 일본의 극단이 모여 하나의 극을 만들어 나가는데, 역할 자체가 한국인 가족과 일본인 가족이고 대사는 한국어와 일본어 모두 등장하게 된다. 당연히 일본어 대사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자막이 등장하게 되는데, 일본어를 조금이라고 공부한 사람이라면 자막을 보지 않아도 내용이 이해가 될 정도로 기본적이고 쉬운 회화를 대사로 하고 있어서 좋다. 그러나 역시나 나오는 자막을 무시할 수는 없어서 의식적으로 자막 쪽을 바라보지 않으려 애를 써도 쉽지는 않다. 지난 2회차 공연에서 일본 극단의 공연을 너무 기분 좋게 본 나였기에 이번 연극에도 기대하는 바가 아주 컸었다. 다만, 그때와 같이 좀 무거운 주제는 아닐까 했었는데 오늘의 작품은 가볍고 개성이 강하며 너무 재미있어 웃음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기분 좋은 연극이었다.


부산의 상남자 일구의 좌충우돌 엽기적이기까지한 가족들과의 에피소드도 쉴 새 없이 웃겼지만, 이치카의 소심하고 여린 아버지와 제멋대로인 언니 등 일본의 흔한 명랑 가족 드라마의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은 그 나름대로의 매력으로 다가온다. 배우 중 누구 하나 어색함 없이 자연스러운 연기를 맛깔나게 잘 보여줬고 포커스 밖에 있어도 쉬지 않고 자신의 연기를 이어나가는 배우들로 인하여 애정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다. 1인 3역을 맡은 김초록 배우님은 다양한 연령대의 다양한 캐릭터를 얼마나 잘 소화해 내는지 그저 감탄스러울 뿐이었고 이치카의 친구 역을 맡은 세이카 양은 한국어를 너무 잘해서 놀라웠다.

6월 15일부터 18일까지 단 4일간만 진행되는 본 연극이 창작 초연이라는 말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너무 좋아서 아쉬울 뿐이다. 가능하다면 다음엔 좀 더 긴 기간동안 해당 창작극이 또 한국에서 무대에 올라 관람을 할 수 있길 바란다. 특히나 직장인에 타지 사람이라 가까운 부산에라도 주말에 잠시 겨우 나갈 수밖에 없는 나의 경우 해당 극을 회전문 돌 수 없다는 것이 너무도 슬프다. 그리고 오늘 저녁 공연으로 말미암아 배우들의 사진을 찍을 수 없었던 것도 아쉽다. 다음엔 이런 경우 커튼콜 사진이로라도 남길 수 있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