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 달랑 커다란 냉장고 빈 껍데기 하나가
그렇게 다양한 장면의 소품이 되리라 정말 대단한 발상이었다는.
이땅에 살아가는 열혈청춘들의 다양한 사고방식.
그리고 윤리란 과연 무엇인가?
윤리라는 주제로 A길을 택할것인지?B길을 택할것인지 많은 생각이 들게한 작품이었다.

젊은 배우들의 호흡을 마추고 신나게 춤추고 작품을 가다듬어서
그냥 슬기롭게 현재의 삶을 좀더 즐겁고 신나게 살아가자는 좋은 메세지가 전해져 온다
윤리..라는 틀속에 철학적이고 옯고 그름을 쾌락이나 이상학적 가치를 자신의 생각만으로
재단하지 말고 다양한 사람들의 사고방식도 인정하자는 메세지가...

홍대 대학로아트센터 바로 건너편이더군요. 건널목만 건너면 현대자동차 건물로 바로 들어가세요 그 건물 3층입니다. 계단을 올라가다보면 벽면에 공연 포스터가 잘 붙어 있답니다. 아주 반갑게 맞아주셨어요. 대한민국 땅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서서 윤리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하는 극이었다. 과거엔 옳았던 행동들이 지금에서는 해서는 안되는 것들이 되고, 그 옛날 하면 안되던 것들이 요즘엔 하든지 말든지 아무 관심조차 없을 수도 있는 세상이다. 과연 좋고 나쁨이 정해진 것일까? 햄릿의 유명한 대사처럼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이다 가 아니라 그냥, 말 그대로 그냥, 개인이 알아서 슬기롭게 생활하면 되는것이다. 냉장고를 극장으로 만들고 배우로 만들 수 있는 연출이 독특하고 신선했다고 볼 수 있었다. 각색을 하신 김세홍님의 말처럼 세상은 정의내릴 수 없는 것이다. 지금 이순간 여기에서 그냥, 슬기롭게 살자. 극단 낯선사람들이 최선을 다해 공연을 그냥, 열심히 슬기롭게 한 것처럼 나도 지금 여기 이순간을 그냥, 슬기롭게 살면 그만인 것이다. 좀 더 신선하고 다양한 장르의 연극을 보고 싶은 분들은 서둘러 보기를 ~~ 점점 진화해 가고 변이를 일으킬 극단이라서 앞으로 더욱 기대된다^^~

열혈 청춘들의 ‘윤리’ 그냥 뒤틀어 보기
[리뷰] 극단 낯선사람 도전 <그냥, 슬기로운 생활>

우선 “재밌다”는 점이 <그냥, 슬기로운 생활>의 강점이다. 재밌다는 말은 달콤하면서도 씁쓸하다는 ‘bitter-sweet’이 차원이다. 열혈 청춘들이 시대적 정의처럼 떠오른 ‘윤리(倫理 : 극중 한 단원이 냉장고 벽에다 분명히 쓴 한자)’를 그냥, 말 그대로 그냥 뒤틀어 보기 시작한다. 아! 창의적이다.

서울 의대를 때려치우고 연극을 하겠다는 아가씨와 단지 섹스만을 원한다는 청년, 시급을 계속 올려달라는 의혈 청년, 사진만 찍어대는 허당 청년, 쥐덫을 놓아야 한다는 햄릿, 창녀촌에 들어가버린 오필리아, 멍청하지만 비극을 후회하는 클라우디우스, 그리고 이 모든 이들이 모인 ‘스트레인저’ 지구 수호대. 연극은 시작하자마자 스트레인저 멤버들이 무대를 장악하고 누빈다. 스트레인저 리더는 중국집 철가방 뚜껑을 들고, 캡틴 아메리카 흉내를 낸다.

각색과 윤색을 맡은 김세홍은 연극 팜플릿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누군에게 의미없는 과정일지 모르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의미없는 존재 혹은 순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은 정의내릴 수 없다. 오늘과 내일은 다르듯.” 연극은 마치 각 단원들의 진짜 이야기인 듯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현실이면서 현실이 아닌 것 같은 상황. 우리의 삶과 비슷하다.

연극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네 가지다. 첫째, 무대의 중요 소품인 ‘냉장고’이다. 이 냉장고는 생뚱맞게 타임머신이 되었다가, 연극 속 액자 연극의 주 무대가 되고, 창녀가 남자들을 받는 창(윈도우)이었다가, 시대풍자를 하는 도라에몽의 스크린이었고, 사람들을 내뱉는 괴물로 변하고, 관객들이 퇴장하는 통로로 변신한다. 냉장고란 무엇인가. 모든 음식들이 보관되는 곳이다. 음식들은 사람들의 땀과 눈물이 담긴 것이다. 즉 냉장고는 사람들의 땀과 눈물을 보관하는 곳이다.

둘째, 도라에몽의 화면에서 목소리들이 변한다. 일종의 액자 연극의 시대풍자이다. 햄릿과 오필리아는 도라에몽 애니메이션의 입을 통해 간접적으로 대한민국의 안전불감증을 드러낸다. 해학과 재치가 가득한 애니메이션 때문에 한참이나 웃었다. 목소리를 더빙하지 않고, 라이브로 한 것 같은데 매우 자연스러웠다. 다시 한 번 보고 싶다.

셋째,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엄청난 사건들의 날짜들과 한 주부의 날씨 이야기를 절묘하게 접합한 것이다. 삼풍백화점부터 세기말 집단 자살사건, 대구 지하철 화재와 세월호까지. 얼굴, 손과 지팡이, 두 다리와 인터뷰를 하는 방송 기자의 모습은 분명 비현실인데, 마치 현실인 것처럼 다가왔다. 그 아픈 사건들을 귀로 들으며 마음이 살짝 움직였다. 우리는 왜 그때 그 사건들을 막지 못했을까. 우리는 모두 피해자이자 가해자이다. 죄와 벌은 그 누구에도 해당할 수 있다.

넷째, 마지막에 단원들이 수십 분간 춤을 추는 장면이다. 춤이란 자신을 여과 없이 그대로 보여주는 본능에 가깝다. 윤리나 체면 같은 건 따라오지 못한다. 막춤이건 브레이크 댄스건 상관없다. 관객들 앞에서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추는 춤은 내 몸을 자연스레 흔들게 했다. 아! 나도 춤추고 싶었다. 춤은 해방이고 열정이고, 숭고함이다.

한편, 비판적으로 바라보자면 연극은 난해하고 어지러울 수 있다. 거대한 냉장고가 유일한 소품이었는데 타임머신이 되었다가 주택이 되었다가 의식의 뇌가 되었다가 한다. 좁디좁은 공간 안에서 삶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연극에서는 도라에몽 만화조차 현대 우리나라의 현실로 맞추어 비판적으로 만들어졌다. 잡다한 사건들이 얽혀 있어 난해한 연극이다.

시대의 변화로 윤리의 정의가 변했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연극은 세상을 지키겠다는 다짐으로 서로가 영웅인 것처럼 시작을 한다. 햄릿 줄거리는 평범하면서도 일상적이다. 아버지가 죽임 당하고 죽인 당사자가 있고 그 사실을 가족은 알게 된다. 시대와 지위, 삶에 따라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를 뿐이다. 현대적으로 보자면 셰익스피어 작품의 왕가처럼 윤리적인 가족은 없다. 단원들은 햄릿 주인공들의 역할을 바꾸어 섞었다.

연극 팜플릿엔 이번 연극에 대해 솔직한 소개를 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그 Major의 논리(시대적 윤리)에 대한 질문지다. 그렇기에 정확한 답을 내리기 보다는, 개개인들이 생각한 답들을 취합해 놓은 미완성의 문장들이다.” 미완성임에도 불구하고, <그냥, 슬기로운 생활>는 시도만으로 신선하고 ‘재밌다’. 즐길 준비가 되었다면 기꺼이 반가운 연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