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살면서 여러가지 시련을 맞이합니다. 인생은 계획하는 순간에 이미 계획과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도 하며, 나름대로 평온하고 괜찮다고 생각되었던 삶은 예기치 못한 사건/사고가 겹치면서 불운과 불행으로 변모하기도 합니다. 고층 빌딩으로 둘러싸인 도심의 숲속에서 현기증을 느끼며 위태롭게 균형을 유지하려고 버티던 오늘의 소확행에 겨우 하루를 살아가기에도 벅찬 시대일지도 모릅니다.

억울하고 속상한 일을 당하면서도 하루를 무사히 살아 남았음에 안도하며,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는 미래에 불안과 고독을 느끼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고장난 우주선 안에서 은하계를 10년째 표류중인 남녀의 상황에 비유한 묘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영화 <패신저스>처럼 우주선 안에 고립된 두 남녀가 10년이라는 시간의 무게와 고립을 견뎌야 했을 절망적인 상황을 상상하며,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른채 방황하고 헤메이는 내일을 맞이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어쩌면 실없는 농담과 같은 느긋함과 낙관에 가까운 작은 희망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외부의 소리에 반응하는 두 사람의 엇갈린 대응 또한 흥미로웠는데, 구원이 다가올 때까지 최대한 버티며 기다리는 남자와 알 수 없는 미지를 향해서 과감히 첫 발을 내딛고자 하는 여자의 용기를 바라보면서 단막극의 매력과 2인극의 묘미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고장난 우주선에 두 사람이 남겨진 것은 분명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며, 이번생은 글렀다고 포기하기 보다는 누구나 지구에 태어난 이유와 역할이 분명 존재할 것이라는 주제에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받았습니다. 달콤한 콜라 한모금에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스파이스가 되어줄 테니까요.

10주년을 자축하거나 매일 규칙적인 생활로 삶을 유지하고자 하는 비행사역의 홍대표 배우님과 조금씩 죽음을 대비하는 시니컬한 과학자역의 박선혜 배우님의 호흡은 오래도록 좋은 추억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친절하게 맞이해주신 연출가님의 배려에 감사드리며, 극단 비행술의 차기작을 즐거운 마음으로 기대하며 응원합니다. 단막극의 묘미를 느껴보고 싶으신 관객들께 강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