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배우가 산 속 깊은 공간에서 조감독을 기다려요. 조감독이 오면 준비한 연기를 펼쳐 보이고 조감독의 OK 사인이 떨어지기 까지 기다려요. 번번이 실패를 거듭했는지 조감독이 가고 나서도 어느새 그 공간에 묶여 있어요. 그 두 배우의 모습은 참 잉여로워요. 잉여 라는 말은 쓰고 남은 것 이라는 말이래요. 잉여롭다는 말은 여유롭다는 말처럼 쓰인대요. 두 배우의 말이 여유로운지, 아니면 두 배우의 삶이 쓰다 남은 것 같은지는 잘 모르겠어요. 두 배우는 조감독이 다시 왔을 때 어떻게 연기할지, 이제 크랭크인 되는 영화에서 영화를 찍다보면 어떻게 생활할지를 이야기해요. 강원도에 가면 회 한사발을 호로록 마시고, 포항에서는 과메기??를 한 접시하면서 술 한잔을 기울이자고 해요. 같이 배우의 길을 걷는 동료끼리, 이렇게 긴 시간을 함께 한 동료끼리 술 한잔 못마시겠냐고 이야기해요. 혼자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혼자가 아니라서 경쟁심도 생겼을 것 같아요. 조감독이라는 사람의 장구소리에 맞춰서 연기를 펼쳐보이고, 오직 다른 배우만이 스포트라이트와 메시지를 받는 것에 질투와 화도 났을 거에요. 내가 저 친구보다 못하나? 비리가 있나? 라는 생각도 들었을 것 같아요.

잉여보이즈는 극중극 형식을 취하면서 기다려요. 그 기다림 속에서 오해와 원망이 쌓이고, 그러다가 분노가 폭발해서, 마치 처음 그 극중극의 한 장면처럼 서로에게 무기를 겨눠요. 그들이 정말로 기다리는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들은 어떤 존재였을까요? 수염이 가득한 남자배우가 “장구나 치다가 사라질 것처럼 팜플렛에 나왔는데 무대까지 나올줄은 몰랐다” 라고 하는 말에서 경계를 허물고 혼재를 유도하는 것 같은데, 의미의 중첩과 배경의 경계가 어느새 말끔히 사라져서, 어느 사이 관객들과 함께 인증샷을 찍고 무대를 정리하는 모습에서는 우리도 어느 무대의 배우로, 어떤 경우에는 뜻하지 않는 단역으로 출연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어느 순간순간이 이야기 속에서 맞물려 사람을 반성하고, 성장하고, 탈출하게 만드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면서도 이 모든 것이 한편의 기다림에서 출발한다는 것에 동의해요. 하나의 세계를 탈출하고 싶은 사람들은 탈출 후에 어떤 세계를 만나게 될까요? 잉여보이즈에서 살짝 그 질문을 엿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열연과 세계의 혼재가 즐거웠던 공연, 저에게 잉여보이즈는 부조리극을 좋아한다면 즐겁게 볼 수 있는 그런 공연이었어요. 감사합니다.

재밌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