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의 존중

10대 소녀와 40대 중년 남성. 호수가에 앉아서 대화를 한다. 무슨 대화일까..지금 갈 곳이 없다. 바로 여기 호수..
속상하거나 고민이 있으면 혼자서 카페에 멍하니 앉아있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내가 좋아하는 카페라떼 한잔과 음악 속으로 들어간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가만히 앉아 있는다. 그리고 하루를 보낸다. 힐링의 시간..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놓고 싶지만 지금 내 옆에는 아무도 없다. 솔직히 털어놓고 싶지 않다. 단지, 옆에서 기댈 나무가 필요할 뿐..
10대 소녀 프티 피유는 가출을 하였다. 부모님으로부터 버림을 받았다는 소녀. 소녀의 허리에는 물고기 아가미와 같은 상처가 있다. 상처를 통해 숨을 쉬는 것인지..가출을 해도 아무도 찾지 않는다. 소녀는 쉼없이 이야기를 한다. 마치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40대 중년 남성은 그랑드 므시외는 특이한 사람이다. 랜덤 채팅을 통하여 사람을 만난다. 화장과 귀걸이를 한채..여자 옷 입는 것을 좋아한 소년..부모님은 그를 바꾸기 위하여 차에서 그를 내리게 한다. 그리고 소년은 차를 쫓아가지만 차는 서지 않는다.
프티 피유의 부모는 사고로 죽는다. 부모를 잃은 프티 피유를 위하여 그랑드 므시와는 슬픔을 위로하는 장례 의식을 치르자고 제안한다. 며칠동안 눈물을 모아서 어항을 꽉 채운 뒤 거기서 물고기를 키우는 것이다. 일주일이 지나면 그 물고기를 튀겨먹고, 그게 소화가 되면 장례가 끝나는 것이다. 아저씨는 금붕어를 사오고, 바닷물고기는 아니지만 적응할 거라는 말로 대충 장례의식이 시작된다.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한다. 얼마나 아팠었고, 힘들었었는지..다름을 존중하면서..

<벨기에 물고기> 는 프랑스 신진 극작가이자 배우 레오노르 콩피노의 희곡으로 2015년에 프랑스에서 발표하였다. 2016년 프랑스 연극상에 노미네이트 되며 초연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상처받은 두 사람이 우연히 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며 어린 시절의 ‘나’를 찾아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어릴 적부터 남과 다르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고 본성을 숨겨온 이가 고통의 사슬을 풀고 나오는 이야기다. 스토리 구성은 벨기에 브뤼셀의 익셀 호수 앞 벤치에서 40대 중년 남성 그랑드 므시외와 어린 소녀 프티 피유가 우연히 만난다. 그랑드 므시외는 ''엄마 아빠로부터 버림 받았다''고 말하는 프티 피유를 마지못해 집에 데리고 간다. 단, 그랑드 므시외 배역이 40대 중년 남성인데 배우가 나이대가 맞지 않아서 어색한 느낌이다.
그랑드 므시외 역의 나정택 배우는 소녀에 대한 연민, 정체성에 대한 혼란의 감정을 잘 표현한다. 프티 피유 역의 조은정 배우는 10대 소녀로서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 수다쟁이, 아픔을 티내지 않고 웃는 소녀의 감정을 잘 연기한다.

희곡 내용이 워낙 좋은 것이기도 하고 금붕어를 사람으로 표현한게 정말 재밌었고 기발했어요. 남자배우는 내용상 48세 인 것에 비해 외적으로 너무 대학생티가 많이 나서 메이크업에 좀 더 신경쓰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조명 사용하는 거나 소품들 사용을 잘 하셔서 좋았습니다. 음향도 전반적으로 매치가 잘되었습니다.

슬프기도 했지만 큰 에너지를 주는 작품이었습니다

원작이 궁금해지는 공연이었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되는 반전 결말임에도 서사 자체가 꽤나 잘 짜여졌고, 젊은 배우들의 연기도 나무랄 바 없이 괜찮았습니다..

씬스틸러였던 물고기 역의 배우.... 이름이 궁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