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남겨진 사람들은 누구입니까?
현실의 유가족, 극중의 배우들, 배우들의 배역, 객석의 관객, 현실에서 과거의 그 사건을 뒤로 하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남겨진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극중의 모습으로 무대에 남아있는 배우들을 뒤로 하고 극장을 나오면서 극 내내 울려오던 울림이 하나의 망치처럼 가슴을, 머리를 내려치고 큰 울음을 울리는 느낌이었습니다.
한분한분 열연해주신 배우분들, 좋은 작품을 만든 제작진 분들, 그리고 공연을 집중하여 본 관객들, 현실의 비극을 딛고 살아가는 모든 분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단 세명의 배우들이 70여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이 무겁고 가슴을 후벼파는 연극을 또 너무 울부짖고 소리지르는 분출이 아니라 내면에 겹겹이 쌓이고 짓누르는 것 같은 연극을 통해 보여주는 슬픔, 원망, 죄책감에 대한 면면들을 보며 우리 안에도 무언가가 생겨났습니다. 그건 없던 것이 생긴 것이 아니라 그때의 충격과 슬픔이 10년의 시간 동안 희미하게 잠들어 있다가... 마치 잊고 지내던 오래된 상처를 다시 발견하는 것 같은... 그런 감각이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비극은 몇번이고 일어났습니다. 슬픔을 슬픔으로, 아픔을 아픔으로 덮어버리는 이 현실 앞에 씁쓸함을 느끼고 맙니다.
단지 소재나, 주제만이 아니라 그것을 무대화한 연출과 배우들의 밀도 있는 연기가 이 작품을 더 깊이 있게 한 것 같습니다.
좋은 작품, 좋은 무대, 좋은 연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