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과 그리스 비극의 조화가 돋보였던 작품입니다.
지난번 왕세자 실종 사건, 오이디푸스에 이어 악녀까지 죽달이 만든 무대는 믿고 보게 됩니다.
사랑, 배신, 그리고 비극적인 운명으로 얽힌 음악극이어서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습니다.
워낙 오래된 그리스 비극이어서, 사랑했던 남자에 대한 복수가 최약체인
아이들 살해로 이어진다는 줄거리가 섬뜩했고, 가장 비극적이었습니다.
부모라는 이유로 아이들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비극이었습니다.
현대의 메디아는 다른 선택을 하면 좋겠습니다. 복수를 하되, 그 대상을 정확히 겨냥하는 현명함을 지녔으면 좋겠고, 자기 돌봄을 통해 남은 인생을 멋지게 개척해나가는 여성이길 바랍니다.

그리스 최대 악녀라 알려진 메디아의 절망과 복수가 한의 정서를 담은 우리 소리와 만나 강렬한 작품을 관객들에게 선사합니다. 막장 중의 막장이지만 배우들의 혼신을 담은 연기가 메디아의 소리에 귀기울이게 합니다. 피해자는 아니지만 적어도 악녀라 불리게 된 이유를 알려주기에 충분한 전개라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흥미진진하게 관극했습니다. 멋진 무대와 연기였어요.

"부셔버릴거야!"라는 희대의 유행어를 남긴 드라마 ''청춘의 덫'' 심은하의 독기어린 복수는 감히 댈 것도 아니다. 그리스 신화 속 메디아의 핏빛 복수는 그 잔혹함을 어디 비할데가 없다. ''청춘 18대1''과 ''왕세자실종사건''의 한아름 작가-서재형 연출 콤비가 희대의 악녀 메디아에 대한 변호에 나섰다. 고대 그리스의 작가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이아''를 재해석한 음악극 <악녀: 메디아에 대한 오해>가 그것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 사랑한 남자에게 처절하게 버림받은 여자는 자신의 분노와 복수를 이해해 달라 울부짖는다. 그.러.나 메디아의 광기어린 복수는 선을 넘었다. 더구나 버림받기 이전 (아무리 이아손의 가스라이팅에 의한 것이라 변명해 본들) 근친살해의 죄업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 메디아는 아무리 잘 봐 준다해도 사랑 때문에 미친 사이코패스 살인마일 뿐이다. ''비탄으로 목욕을 하고 불행으로 화장을 한'' 메디아가 시종일관 ''억울해''라며 귀곡성을 울리고, 코러스가 ''죄를 짓는 것은 남자, 벌을 받는 것은 여자''라며 반복해서 노래한들, 음악극 <악녀>가 메디아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되돌리기에는 그녀의 죄가 너무 크고 깊다.

송스루로 전개되는 <악녀>애서 음악의 비중은 압도적, 절대적이다. 퓨전 창극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인데 우리네 판소리와 국악선율이 고대 그리스의 비극적 서사와 이렇게나 잘 어울리다니 놀라울 따름, 멋진 경험이었다. 특히 정은혜 배우는 처절함의 끝을 보여주는 한맺힌 소리 그 자체만으로 메디아의 자기 변호에 거의 성공할뻔 했다.

''청춘 18대1'', 그리고 ''왕세자실종사건''의 야간고궁 공연의 인상적이었던 무대 미술을 기억하는 나에게 <악녀>의 그것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다소 조악하고 덜 정돈된 느낌이었는데, 차라리 이미지 영사 포함 무대 위 오브제를 최소화하고 배우들의 소리와 연기에 집중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다.

한국판 오페라 음악극 악녀!
극이 끝나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연기가 미쳤다. 메디아 배우 진짜 대단하다. 였습니다.

그리고 우리 소리와 뮤지컬 소리가 섞은 연출까지!!

판소리가창, 창작국악 전통 가창, 뮤지컬 가창 이 세가지 창법이 섞여서 들리는데
전허 이질적이지 않고, 색다르면서도 굉장히 잘 어우러져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게 이렇게 가능하다니..

대단한 도전과 시도에 아낌없는 응원을!!

나의 문화적 견해를 넓혀준 악녀 메디아에 대한 오해

이런 극을 만들어 준 극단분들에게 영광의 박수를!

잘 보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