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로창고극장에서 90분 정도 공연된 이번 연극은, 동 시대 젊은 여성의 사랑, 성, 욕망 등 정체성을 전면적으로 다루는 만큼 50여석의 소극장 객석이 2030 여성으로 꽉 찼다. 극본과 연출을 맡은 우지안은 여성, 청소년, 퀴어 등 민감한 이슈에 관심이 많은데 신체폭력, 욕설, 성행위 및 성폭력, 약물 사용, 자위, 자살 등 어느 하나 쉽게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거침 없이 담는다. 연극은 정이 많은 여대생 '구다정'을 중심으로 그녀가 사귀고 있는 레즈비언 여친 '부치걸' 그리고 그녀가 동시에 부적절한 관계를 꿈꾸는 '교수', 관음증이 있는 '바바리맨' 등에 얽힌 여러 에피소드로 전개되며, 극의 시작과 마지막 부분 주인공의 독백이 그녀가 느끼고 있는 수치심과 죄책감을 수미쌍관적으로 감싸준다. '구다정'은 평범한 대학생으로 바이섹슈얼이나 폴리아모리, 매조키스트라는 성적 정체성이나 욕망을 가지고 있지만, 단단히 고정되어 있지 않고 때로는 반대 방향으로 향하는 사람이다. 이처럼 유동적인 정체성(유동적인 것도 정체성이라면)이 다정하지 않은 환경을 만나고 좌절하는 과정이 연속되며, 그녀 역시 스스로에게 '다정' 하지 않다. 점점 더 침잠하지만 그래도 매번 다시 시작하는 그녀. 언제가 되어야 다정이는 미안할 일을 하지 않고, 더 이상 미안해 하지도 않게 될런지. 어쨌든 Can't help falling in love. 행복하지 않은,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은, 행복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머리를 잠식하고 있는 주인공의 복잡한 내면 세계를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폭력성이나 선정성이 높다는 노티스가 있었지만, 일반적인 성인이라면 불쾌감 없이 볼 수 있는 수준. 주역 하은빈 배우의 메소드급 연기가 감정적으로 잘 스며들었고, 바바리맨과 교수로 일인이역을 맡은 조의진 배우는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극의 긴장을 풀어주는 동시에 왜소한 남성상을 전형적으로 드러내는 감초역을 멋지게 소화한다.

보고 나왔는데 곧장 또 보고 싶어요!

거칠어도 거침없는 MZ세대 연극이 보고 싶어서 관람 했다. 중반까지는 구성과 흐름이 볼 만했으나 후반으로 갈 수록 펼쳐 놓은 서사가 수습이 안 되는 게 아쉬웠고, 과감한 엔딩이 안 되고 늘어지는 감이 있어서 러닝 타임도 길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대학로 연극판과는 다른 주제와 전개, 표현 방식은 나쁘지 않았다. 안티무민클럽AMC의 앞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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