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주의 연극의 가장 모범적인 시범케이스 극이 아닌가 싶다.

그들의 삶은 과연 그들의 잘못된 선택의 결과일까? 아니면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된 것일까...
개인의 노오력 부족을 원인으로 삼는 보수주의자들은 당연히 전자를 지지할 것이고 진보라면 후자에서 나온 것이라 여기리라..

이 작품의 묘미는 사회적 불평등과 곰치 개인의 선택을 절묘하게 조화시켜 양자를 100프로까진 아니지만 모두 만족시킨다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극악했던 박정희 독재 정권 하에서도 절찬리에 공연이 가능했을 것이다..

어쨌든 잘 만들어진 작품이고 50년이 다 된 현재까지도 그 의미를 제대로 찾을 수 있는 연극이다. 해석이야 각자가 가진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리얼리즘 좋아하긴 하지만, 과거의 리얼리즘은 자주 숙명주의로 빠진다고 생각하던 차에(물론 그것이 그 시대의 전반적 태도였을 수도 있겠지만요...) 예술가와의 대화에서 연출가님이 만선의 숙명론적 태도를 지적하셔서 시원했어요. 곰치는 뱃놈을 자신의 숙명이라 여기고 구포댁은 뱃사람의 아내를 자기 숙명이라 여기는 것 같더라고요. 구포댁의 경우는 애매하긴 한데, 자신의 아들에게 뱃사람의 숙명을 주는 것은 거부할 수 있었지만, 자신이 뱃사람의 아내라는 숙명은 거부하지 않았으니까요. 숙명보단 관성일 수도 있겠고요. 애초에 그 둘에 얼마큼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 장면(에필로그)은 집이라는 공간과 배라는 공간이 중첩된다는 인상을 줘서 좋았습니다. 항해, 파고, 만선 이 개념들의 이중적 의미 또한 한층 직접적으로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곰치가 널빤지를 들고 사라져버린 후 곰치의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태의 여운 속에서 극이 끝나는 쪽이 평소의 제 취향이긴 합니다... 그래도 '그것은 취향일 뿐이고 장면의 압도감으로 설득 가능하다!'라고 주장하는 듯한 에필로그였어요. 좋았습니다.

친절한 대사 자막, 순식간에 몰입되는 출연자들의 연기내공 모든것이 감동이고 완벽했습니다 작품도 공연장도 처음 접하는것이었는데 놓쳤으면 어쩔뻔했나할정도로 훌륭했습니다 주변에 입소문 많이 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