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oove master'라고 거침없이 소개받은 토토의 사이먼 필립스의 드럼솔로도 보았고,
중3때부터 10년넘게 락콘서트를 수없이 보았지만 드러머보단 밴드 자체에게 더 집중되었었다.

어찌됐건 나에게 존경하는 드러머는 없었다.
좋아하는, 인정하는, 손꼽는 드러머들은 많았지만
'경외'하는 드러머는 없었다.

그건 Harvey Mason과 Dave Grusin의 공연을 보기 전까지의 이야기다.


Fourplay의 내한공연,
그들을 항상 따라다니는 수식어, 최고들이 모인 최고의 밴드,
Harvey Mason은 어찌됐던 Fourplay에서는 백업의 비중이 강했고
간간히 나오는 그의 드럼솔로는
많은것을 '못' 보여주는 것이 아닌, 많은것을 '안' 보여주었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2005년 6월 7일,
난 제대를 했다.
2년간의 군인생활을 마치고 민간인으로 돌아오는 첫날이었다. (사실 그날 자정까지 군인이다;)


그날 처음 소개받은 아리따운 아가씨와 함께 공연장으로 향했다.
음대 작곡과 전공인 그녀인지라 만난 첫날 공연을 본다는게 그닥 어색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기대하는 눈치인 모습이 내 마음을 즐겁게 했다.



공연은 15분정도 늦게 시작됐고,
평생 느낌을 잊지 못할 몇가지 장면이 스틸컷처럼 내 가슴속에 지금도 박혀있다.



Dave Grusin의 피아노 솔로곡 It might be you,
논산 훈련소의 내 모습이 왜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지,
그 시절이 다 지나고 이런 순간이 왔다는게
믿기는 듯, 안 믿기는 듯,
어지러운 내 마음을 피아노 선율이 포근히 안아주는 순간
눈물이 흘러버렸다.


피아노 솔로가 끝난뒤의 드럼 솔로,
몇번째 드럼 솔론지는 정확히 기억할 수 없다.

"타라라라라...."

스네어 롤의 모래 부서지는 소리만이 적막한 공연장을 가득 메웠고
사람들은 숨을 죽였다.
뭔가 시작되겠지..
뭔가 터져나오겠지..
나와 함께 긴장의 끈이 당겨진 사람들의 귀와 심장을 향해 밑바닥에서 밀려나온
베이스 드럼 Roll 소리를 잊을 수가 없다.
아니, 소리는 잊었을지 몰라도
그 순간의 충격은 잊을 수가 없다.
사실 지금도 난 그 소리가 베이스 드럼 롤이라는걸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소리가 날수 있는건 베이스 드럼 뿐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그리고 그 소리는
내 마음에 천둥으로 다가와 심장을 흔들어버렸다.




마지막곡 Days of Wine & Roses의 열광과 박수, 환호
사람들의 기립박수를 향해 그들이 다시 무대에 올랐다.


"드럼은 특성상 리듬은 있고 멜로디는 없는데
하비는 퍼커션까지 공부해서 멜로디가 있는 드럼 연주를 합니다.
드럼 자체만으로 멜로디를 구사한다는 것이
다른 드러머와 차이나는 장점이죠." - by Dave Grusin.



말렛을 손에 쥐고 있는 하비 메이슨,
'라', '시', '도', '미'

4음으로 구성된 드럼 솔로였다.
재즈 드럼은 탐으로 멜로디 연주를 하는 것이라던
누군가의 말이 내 귀 앞에서 현실로 벌어지고 있었다.


마지막 앵콜곡이었던 '아리랑'에서
'모두 같이 따라부르자'던 그의 제안을 어겨가면서까지
피아노 한음, 드럼 한 스트로크에 귀기울일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그들의 공연은 끝났다.





Q: 드럼 연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비평가나 청자의 말에 귀기울이기보다는
내가 드럼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최선의 소리를 만들어내려 노력한다.
이것은 나로서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과제이다.

나는 'Touch', 'Sound', 그리고 'Feel'에 집중한다.







물론 최고는 한사람일 수 없다.
청자 각자에겐 개인의 취향이 있을테고,
스틱 잡는 법에서부터 나뉘는 소리의 차이, 성향의 차이 때문에
'최고'라는 말을 함부로 쓰는것보단 '초일류'라는 표현을 쓰는게 적절하다 생각한다.

하지만 하비 메이슨, 그는 나에게 있어선 최고가 되었다.
짧다면 짧지만 25년이라는 시간을 살아오면서
열손가락 안에 꼽히는 행복한 날을 만들어준 사람이다.
열흘이 지난 오늘도,
몇년이 지난 그날에도
2005년 6월 7일 이들의 공연을 잊지는 못할것 같다.



*p.s: 왠지 건방져 보이는 말투 죄송합니다 _(__)_
실력과 능력의 부족으로 굉장히 개인적인 감상으로 글을 적었습니다.

잘 모르고 갔던 공연이었는데 연주가 정말 훌륭했어요.

공연은 6월 7일... 티켓을 예매한 날은 약 3개월 전인 3월 초...
대략 3개월을 기다렸습니다...
우선 공연을 보고 좋았던 제 마음도 그렇지만.. 그 보다 더 기분 좋은 건.. 공연을 기다린 약 3개월의 시간이 아닐까 싶네요...
데이브 그루신이나 하비 메이슨은 재즈를 어느정도(저도 초보^^;) 아시는 분이라면 많이 들어보셨을 유명한 뮤지션들이져...
데이브 그루신은 약 10여년전 재즈를 처음 접하게 되면서 알게 되었고.. CD도 몇장 살만큼 많이 좋아했습니다. 하비 메이슨은 Fourplay를 좋아하게 되면서 알게 되었고여..
Fourplay는 지금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팀입니다..
암튼.. 공연을 본 후의 느낌은 3개월의 시간이 정말 좋았고.. 그 시간이 지나 공연을 보고 난 후의 느낌도 상당히 좋았다는 겁니다...
와이프는 조금 지루해 하는 듯 했지만(^^; 항상 빠른 가요 듣자고 합니다.ㅋㅋ) 저는 아주 좋았습니다..
달리 표현할 말이 떠오르지 않네여.. 그냥.. 좋았습니다.. 닭살 돚을 정도로..^^

원래 데이브 그루신의 크로스오버로 구분되는 풍을 좋아하던 터였고, 배철수 아자씨는 하비 메이슨의 내한에 무게를 두고 소개하던 라디오 프로를 들어보기도 한 바, 예매하고 감상했다.
하지만, 애초부터 트리오에는 레코더나 신디사이저가 사용될리는 만무하였으니, 보사바로크의 느낌을 기대하고 간 내 의도 부터 적절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공연은 인터미션 없이 1시간 30분을 넘게 주욱 진행되었다. 그러나 중간에 데이브 그루신이 자신의 아카데미 수상작을 포함한 영화음악들을 피아노로 연주하던 타이밍은 중간휴식으로 쓰였어야 했다. 계속해서 느린템포의 레퍼토리로 진행되고, 드럼과 베이스의 솔로부분이 지속되곤 했기 때문에 지루함을 떨칠 수 없었다. 로버트 레드포드가 감독했다는 그 영화의 우리나라 개봉 제목이라도 미리 알아서 관객에게 얘기 해 주었더라면 조금이나마 공감이 갔겠지만, 그 원제를 듣고 무슨영화였는지 알 수 없었다.

그루브 넘치는 각 악기 주자의 솔로를 듣고 싶었다면 속편하게 올댓재즈로 가서 나초에 칵테일끼고 와이프랑 편하게 머리를 흔들면서 즐겼을 터, 오디토리움의 음향은 그런 종류의 현장감을 매우 반감시켰다. 악기의 악센트에서 조차 음향의 진동이 다른 방에서 울리는 듯한 그 작은 볼륨설정은 이게 클래식 실내악도 아니고 장르의 매력 중 하나를 죽여버렸다.

레퍼토리 전체의 지루함과 음향의 비적절한 설정, 무언가 장소와 어울리지 않는 장르는 본 공연을 감상하고 나서 와이프랑 '씨댕... 이태원이나 갈껄...'하는 뒷다마를 낳았지만, 연주자들의 실력을 평가절하 하고자 함은 절대 아니다. 그렇지만 하비메이슨은 더 호흡이 잘 맞는 다른 세션들과 함께 했었더라면 더욱 기량과 녹아듬이 빛을 발했을 것이고, 데이브는 연주자 외의 작곡가 및 녹음기술을 겸비한 프로듀서로서의 자신의 작품세계를 보여 줄 레퍼토리가 있었더라면 더욱 감동적이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크다.

앵콜 첫쨰곡 듣고 그냥 나가려 했으나, 결국 둘째곡까지 앉아있어서 듣게 된 둘째 앵콜 아리랑은 준수한 편곡과 연주였으나, 기존의 편곡의 관점 즉, 아리랑의 멜로디는 차용하되 화성 및 선율진행의 뿌리는 자신의 것에서 변함이 없는... 그런 모습으로 아주 조금의 진부함이 느껴졌다.

세 명의 조합이라는 기획은 내겐 별로 성공적이지 못한 조합이었고, 레퍼토리 및 장소, 음향 등으로 더욱 감동을 차감시킨 아쉬운 공연이었다.

상대적으로 이름값이 떨어지는 폴란드 출신의 베이시스트 데렉 올스를 제외한다면, 하비 메이슨과 데이브 그루신 모두 이런 트리오 편성의 "정통" 재즈에는 낯선 이름들이다.

실제로 메이슨의 연주는 퓨전 재즈풍(?)의 솔로에서 피아노 트리오 공연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형형색색으로 변하는 조명과 함께 더 빛이 났고, 그루신의 서정적인 터치 역시 자신이 작곡한 영화음악들을 연주 할 때 더욱 빛을 발했다.

지금까지는 아쉬운 소리만을 한 것 같은데, 이 공연의 백미는 역시 두번째 앵콜 곡으로 연주한 아리랑이었다. 외국 뮤지션들의 아리랑 연주는 다양한 음악 쟝르에서 이제 드문 일도 아니지만, 외국 뮤지션들 아니 국내 뮤지션들을 통털어서 이렇게까지 아리랑의 맛을 잘 살린 연주는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