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았습니다.
긴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작가분에게도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작가분의 소설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이런 시도가 앞으로도 많았으면 합니다.. ^^
좋은 공연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낭독의 발견이라는 TV프로그램이 있는 데, 소리로 들려주는 문학작품과의 만남이 좋아 애청하는 프로다.
그런 문학작품을 무대에서 만나보게 된다. 배우의 목소리로 말이다.
직접 무대에서 보니 TV프로를 통해보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경험이다. 낭독의 진수를 볼 수 있다고 할까?

두 배우가 낭독하는 소설은 김애란 작가의 <칼자국>이다.
제목을 들으면 얼핏 범죄소설이 떠오르겠지만 이 소설은 어머니를 추억담을 담고있다.
두명의 배우가 무대를 마주보고 앉아 소설을 번걸아가며 낭독하고 추민주 연출가가 무대에서 직접 칼국수를 만든다.
극이 진행되자 자그마한 소극장에 구수한 칼국수 냄새가 기득 차오른다.
청각과 후각을 자극하는 아나로그적인 감성이 신선하다.


사람좋지만 대책없던 무능력한 가장을 대신해 어머니는 ''''''''맛나당''''''''이라는 칼국수집을 운영하셨다. ''''''''나''''''''의 기억 속 어머니는 언제나 칼을 쥐고 계셨다. 그 칼은 우리집의 생계수단이었고 나를 대학에 보내주었고, 어머니가 뇌졸증으로 쓰러지던 그 순간에도 어머니의 손에 쥐어져있었다. 그리고 ''''''''나''''''''는 어머니의 장례식장을 나와 집에 홀로 앉아 어머니를 추억하며 그 칼로 사과를 깍아 먹는다.

칼국수를 썰고, 김치를 썰고, 자식을 먹이기 위해 음식에 남겨진 수많은 칼자국들.
작가는 그 칼자국들이 음식과 함께 자신의 몸에 새겨져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내 몸 어둠속으로 들어온 수많은 칼자국들이 어머니의 기억으로 내몸에 새겨진다고 말한다.
소설에 빠져들 수록 칼자국이란 제목이 기가막히다라는 생각이 든다.

부모는 자식의 입에 먹을것이 들어가는 것을 볼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그리고 자식은 어머니가 해준던 음식들의 맛과 냄새로 어머니를 기억한다.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추억을 담은 이야기들을 접하고 나면 늘 가슴이 묵직해지곤 했는 데
이 <칼자국>은 더운 여름 땀 흘리며 먹는 칼국수의 맛처럼 따뜻하고 훈훈한 경험이다.

연극을 낭독현식으로 진행하는 시도도 좋았고, 무엇보다 내용이 너무 좋았다.
이 연극을 엄마와 함께 봤는 데, 공연장을 나오면서 집에 도착할 때까지 엄마의 팔짱을 계속 끼고 있었다.

보길 참 잘했다~~

김연수의 단편 소설을 무대 위에서 낭독회로 보여준다는 것에 기대가 컸다.
딱딱하고 약간은 지루할 거라 생각했던 그 작품이 배우들의 입과 연출의 손을 빌려 쓸쓸하고 아련한 정서를 타고 관객에게 전달되었다.
특히 공연 후의 김연수 작가 및 성기웅 연출, 김종태, 이미지 배우와의 관객과의 대화는 깜짝 선물처럼 반갑고 즐거웠다.
소설근본주의자에서 이제는 열린 마음으로 무대화를 반기겠다는 김연수작가의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더불어 예쁜 서울의 길들을 지도를 통해 형상화한 성기웅 연출의 집념에도 박수를!
무엇보다 무대에서 더욱 빛나는 김종태 배우님, 좀 더 많은 무대에 서 주세요!!!

나는 김연수 작가의 팬이다.
그래서 잡지에 김연수 작가의 단편 소설을 낭독하는 공연이 있다길래,
아무 망설임없이 제일 첫번째 공연 티켓을 예매했다.
하지만 나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을 한번도 읽어보지 않았다.
작가의 다른 책들은 모두 읽었는데, 이상하게 이 소설이 실린 책만은 읽지를 못했다.
그렇지만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소설을 미리 읽지 않았던 것에 감사했다.

공연은 전체적으로 깔끔했다.
''입체''라는 말을 쓸 수 있게 영상물과 배경음악이 낭독과 조화를 차분하게 조화를 이루었었다.
낭독자가 무대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도 좋았다.
덕분에 낭독을 들으면서 훨씬 집중하기 좋았던 것 같다.
다만, 여성 출연자의 목소리가 너무 높고 명랑하셔서 차분하게 말하는 남성 출연자랑 약간 부조화스럽지 않았나 싶다.

공연이 끝나자마자 나는 이 단편 소설을 읽었다.
소리없이 눈으로 읽고 있지만 극장에서 들은 목소리와 음악, 영상들이 생생히 살아나서
다시 공연을 보는 것 같았다.
앞으로 이 소설을 읽을 때마다 공연을 다시 감상하는 것 같을 것이다.
그래서 소설을 미리 읽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일요일 공연에는 김연수 작가가 직접 공연을 보러 온다는 것이다.
ㅠㅠ아 아까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