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열린 대학로소극장축제(D.Festa) 참가작인데... 일본 홋카이도에서 건너온 참가작이다. 일본 극단이 만든 순수 일본 작품이라 ''가모메''처럼 한국어와 일본어가 섞여 나오는 것아 아니니, 자막을 보여주는 스크린이 있다. 언듯 듣기에 모든 말을 다 번역해주는 것 같지는 않던데, 어쨌거나 통역이라는게 의미와 분위기 전달만 되도 좋은 것이니 크게 상관은 없을 것 같다.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정신과 의사를 지망하는 학생이 병원으로 찾아와 세계적 권위를 가진 의사를 만나 그의 환자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우연한 기회에 간호사와 환자를 직접 대면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고 있다...라고 하지만, 마지막 10분에 이 모든 것을 뒤집어버리는 큰 반전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일단... 재밌다.
일본 영화에서 많이 보던 다소 과장된 인사법을 비롯하여 다소 익숙하지 않은 연기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어차피 언어 자체가 다르니 생경하게 느껴질 정도는 아니다. 그런 부분만 고려한다면, 네 명의 인물들을 가지고 만드는 사건이나 주고받는 대사들, 그렇게 만들어가는 상황들이 무척 재밌다. 예컨대 학생과 의사가 처음 만났을 때, 의사가 학생을 새로 오는 환자로 오해하고 있는데도 이상한 점 없이 진행되는데, 이 때 주고받는 대화들이 묘하게 맞물려 있다. 그 다음 학생이 간호사를 만나 서로를 환자로 착각하였는데도 그다지 무리 없이 각자의 상황에서 이야기를 한다는 점이나 마지막으로 환자와 만난 학생이 환자의 페이스에 완전히 휘말려 위기에 처하게 되는 것까지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빠르게 진행되면서도 깨알같은 웃음을 던져준다.

그런데 이 작품이 또 단순한 코미디만은 아니다.
네 명의 인물들이 서로와 처음 마주치는 모든 상황에서 서로에 대하여 오해를 하였음에도 한동안 무리 없이 대화를 이어나갔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까지 인물에 대하여 보여주는대로(환자, 의사, 간호사, 학생) 인지하고 있을 관객들의 뒷통수를 확 후려쳐버린다는 점 같은 것들을 보면 연극 ''거북이 혹은''이 관객에게 주고 싶은 메세지가 드러난다. 특히 초반 학생과 교수가 나누는 대화에서도 ''정신병을 어떻게 판정할 것인가'',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정신병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인가라는 점에 이야기를 한참 하기도 하다. 1시간 동안 그들의 대화와 행동을 보면서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관객들에게 그들이 무심하게 저녁을 먹으면서(정말 먹는다!!) 툭툭 내뱉는 대사들은 앞서 학생과 교수의 대화에서 나왔던 그런 질문들을 다시 상시키시는 것이다. 정말 정신병이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건가??
사실 중간을 넘어갈 때쯤에는 이 작품이 어떤 종류의 반전을 가지고 있을지 짐작이 가기도 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상황을 수습하기도 어려워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예상을 뛰어넘는 화끈한 반전을 보여줌으로써, 정말 환자와 건강한 사람을 구분하는 경계 자체가 모호함을, 또는 학생이든 의사든 간호사든,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정신병자처럼 또는 건강한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최근에 보았던 어떤 연극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대놓고 노골적으로 말하는 바람에 도리어 그 메세지가 사라져버리고 ''말한 것''만 남는 경험을 한 적 있었다. 그에 비하면 연극 ''거북이 혹은''은 무대에서 그저 재밌는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이 했던 말이나 행동들을 곱씹으며 더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그리고 뭐 설령 작가나 연출자(둘 다 같은 사람이지만 ㅋ)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그게 아니라 하더라도 어떤가. 어차피 공연이 무대에 올라가고 나면 그것을 해석하는 것은 수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니, 그게 다 소통되는 과정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무 의미 없이 그냥 웃기는 작품으로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배우들이 보여주는 호흡이나, 적은 소품과 움직임으로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낸 좋은 작품이었다.
다만 딱 하나 이해안됐던 것이라면 왜 굳이 인사까지 한 후에 관악 4중주를 연주하며 퇴장했던 것일까. 잘하지 못하는 수준을 넘어 최근에 배운 정도인 것 같던데... 그냥 슥 퇴장하는게 더 여운을 남겼을 것 같은 아쉬움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