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중 인물에 나를 대입해서 많은것을 생각해보게 되는 연극인것 같아요
암전극이라는 처음 접해보는 시도에 정말 내가 그 공간안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지막으로 어떤 사람의 얼굴이 떠오를지, 무엇이 가장 생각날지
살고자했던 유하가 죽고 살아남는다는 것에 희망적이지 않았던 주인공은 구조되고...
극장문밖으로 나오면서 밝은 빛들 때문에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을 느낄 수 있던 연극이었습니다

극 내내 생각이 난 세월호 희생자들의 명복은 빕니다.

6월 18일 공연 관람했습니다.
스포일러가 있으니 참고해서 봐주세요.

보는 내내 불편한 작품이었습니다.
모순적인 대사, 상황등이 너무 많습니다.
다른 작품에서는 이런부분까지 걸고 싶지 않지만
이 작품에선 유난히 들어오네요.
아무래도 귀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대사가 더욱 중요했겠지요..

여러가지 이야기 중에 가장 중요하고 먼저 하고싶은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1. 조명이 ''전혀'' 없다
사실 이작품을 예매한 결정적 이유이기도 합니다.
정말 도전적이고 어려운 연출의 결정이었겠지요.

관객에게 한줌에 빛도 없는 공연장을 일단 고통입니다.
엄청나게 답답함을 이겨내야 하는 인내의 시간입니다.
작품 초반은 더욱 심하게 그렇구요...

저는 공연내내 이작품이 정말 빛이 없어야 가능한 작품인가?
아니, 그게 아니더라도,
빛을 없애서 관객에게 엄청난 답답함을 주고 시작하면서까지
공연이 조명이 없는 당위성을 가지고 있나?

개인적으로 이부분에 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분명히 조명을 가지고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물론 관객이 소리에 극도의 몰입감을 가지게 하는 것은 힘들겠지만
충분히 다른 방법이 있음에도,
''실험적''이라는 명분하에
연극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관객''에게
또한 매우 중요한 빛을 빼앗아 간다는건
너무 과도해 보입니다.
암전에서 진행되는 작품이기에
연극은 아니지만 체험전시인 ''어둠속의 대화''를 떠올렸습니다.
혹시 체험해보셨는지 모르겠으나,
관객에게 빛을 주지 않으려면 그정도 당위성은 가져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남이 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남이 하지 않은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며 실험적이어야 합니다.
적어도 그부분은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2. 인물에 몰입할 수가 없다
시놉에 "둘의 대화는 지극히 평범하고 아무런 의미 없다" 라고 나와있는데
의미 없는 대화라는 데에는 어찌어찌 동의를 할수도 있겠지만,
평범하진 않게 느껴집니다.
조명없이 소리, 대사에 극도로 몰입이 되는 상황이 주어져 있는데
배가 찔려 말하기도 힘든 준현은 모든말에 꼬박꼬박 대답을 해주고 있습니다
내가 준현이 되어 아프고 배고파 죽을 것 같은 상황이라면
절대 할수 없는 행동들이고 그 후로 몰입은 멀어졌습니다.
배우들은 뛰어다니는 것도 아니고 산소가 부족한 것도 아닌데
작품이 끝날때까지 끊임 없이 헐떡거립니다.
아파서 신음하는거야 그렇다고 쳐도
어째서 가만히 서있고 배고파서 종이도 먹는 사람들이
그렇게 계속 헐떡거리며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거지요?
작은 소리, 작은 움직임으로도 관객에게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상황을
관객에게 고통을 주면서 까지 만들어 놨는데
계속 숨만 헐떡이는건 정말 너무 아쉽습니다.
상황에도 너무 맞지 않아 몰입도 방해하구요.

3. 부적절한 상황
핸드폰이 수일동안 켜져 있었는데
그리워하는 엄마, 아빠, 동생에게 연락한번 안 올수 있는건가요?
그리고 아줌마의 생사를 확인하기위해 핸드폰으로 보라고 하고,
배터리가 나갔다고 타박까지 해놓고, 좀이따 라이터를 꺼내는건 뭐죠?
상식적으로 어떤 사람의 생사가 너무 궁금한데 담배피우는 사람이
들고있는 라이터를 떠올리지 못한다는건 담배를 피워본 사람은
정말 공감할 수 없을겁니다

뭐 여러가지 이유로 공감히 힘든 상황이었긴 했지만
갑자기 엄마에게 쓸 편지를 읽어준다며 오열하며 말하는 것도
감동코드로 가기위한 너무 급작스런 전개였고,
어떤 주제도 아무때나 튀어나올 수 있다고 한다해도
열흘넘게 굶은 힘들고 배고픈 상황에서 그렇게 크게 오열하는건
관객에게 "슬프다"라는 대답을 얻기위한 설정으로만 다가옵니다.




모르겠습니다.

저는 연극을 매우 사랑하며
누군가의 연출, 연기력, 특히 상상력에 감탄하는 일개 관객입니다.
그런 저의 평가에 어떤감정도 갖지 않으실 수 있지만
회사 워크샵에서 본 "죽여주는 이야기"가 없었다면
죄송하지만 제 인생 최악의 연극이 될뻔한 작품입니다.

정말,
이렇게 야박하게 말씀드리는 이유는
관객에게 빛을 빼앗아 가는 큰 일을 저지르고도
그만큼의 당위성을 보여주지 못해서 입니다.

저는 모든 연극인들을 존경합니다.
특히 저는 상상도 못한 연극적 표현을 보는데에 희열을 느낍니다.
극단 푸른달의 상상을 응원합니다.
저는 용기가없어 할 엄두도 못내는 일을 하고 계시니까요.

극단 푸른달에 작품을 반드시 언젠가 다시 보겠습니다.
"남들이 안하는 것을 하는 것"을 넘어,
"남들이 안하는 이유를 품고있는 그 무엇가를 하는 푸른달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