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루틴… 시놉시스를 보아도 줄거리를 명확하게 알 수 없었고 전체적으로 미스터리하고 은밀하고 어두운 느낌이었다. 원래 공연전에 자세한 내용을 일부러 검색을 안하고 가는 편이지만 사람들의 ‘자기합리화’를 모티브로 했다는 말에 끌려서 관람을 선택했던 것 같다.

살면서 나 또한 자기합리화는 거의 일상처럼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다. 타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같은 사건을 겪어도 나와 그는 다르게 생각한다. 이러한 발상도 너무나 좋았고 흥미로웠다.

연극은 배우의 연기에 화가난 것이 아니라, 그 내용과 결과가 드라마를 볼 때 몰입해서 생기는 그 욕하면서 보는 딱 그 느낌이었다. 앉은자리에서 무대위로 당장에 올라가서 이 개싸이코! 하면서 한바가지 욕을 퍼부어 주고 싶은 걸 꾹 참았다. 가해자이면서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그것으로 자기를 옭아매서 스스로를 파멸시키고 있는 주인공을 보고 있자니, 한숨과 그 비열함에 몸서리가 쳐졌다.

마음 약하시고 여리신 여성관객분들께는 심심한 위로를 드린다.

하지만 이 연극! 뭔가 몰입하게끔 하는 힘이 있다. 대놓고 불편한 연출을 하신 것 같아, 그렇다면 그 불편함을 즐겨드리지요! 이런 마음으로 그 불편함을 몰입하면서 관람했다.
하나의 모티브에서 영감을 받아 이렇게 희곡을 쓰고 무대에 올리기까지 모든 노고가 고스란히 느껴진 공연이었다.

"루틴" (부제:벗어날 수 없는 작,연출:박성찬 출연:함수연, 정재진, 정승욱, 김기성 제작:잘한다프로젝트 극장:대학로 알과핵 소극장 별점:★★☆☆☆) 초라하고 비좁은 반지하방에서 한 남자가 악몽에서 깨어난다. 과거의 한 사건 때문에 15년 동안 고통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남자에게 빚독촉을 하는 친구가 찾아오고, 의문의 여자도 자꾸 나타난다. 좀 뻔한 얘기가 지루하고 흡인력이 떨어진다. 그러나, 집중력 있는 배우분들의 연기가 스토리에 대한 아쉬움을 덜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