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에게 ‘필모그라피’란 자신을 드러내는 ‘또 다른 이름’이다. 배우의 프로필에 적힌 ‘이러한 작품에 출연했다’는 한 줄 소개는 관객에게 ‘믿을만한 배우’라는 생각을 심어주기도 하고,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 이 배우의 연기 스타일과 소화해 낼 수 있는 연기의 폭 등을 짐작하게 하기도 한다. 몇 줄 안 되는 출연작이 배우의 이미지와 역량을 그려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한 작품 선택을 배우들은 어떤 기준으로 하고 있을까. 활발한 활동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는 다섯 명의 배우에게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에 대해 물었다.

“작품 선택 첫 번째 기준은 이건명의 행복이다”
뮤지컬 ‘잭 더 리퍼’, ‘투란도트’, ‘미스사이공’
이건명

제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예요. 대본을 봤을 때 기분, 팀워크, 멤버 구성을 생각해요. ‘그 안에서 내가 작품을 함께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 ‘공연의 막이 내릴 때까지 스스로 행복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죠. 작품 선택의 첫 번째는 행복, 이건명의 행복이에요.

“확실한 대본 또는 해보고 싶은 인물”
뮤지컬 ‘햄릿’, ‘로미오와 줄리엣’, ‘영웅’
김수용

저는 작품을 출연할 때 두 가지 기준을 두고 선택해요. 우선, 아예 ‘진지’하거나 아예 ‘재미’있거나 ‘확실한 대본’이 있는 작품을 1순위로 둬요. 두 번째 기준은 제가 해보고 싶은 인물인지를 보는 거예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해요.

뮤지컬 ‘뱃보이’, 뮤지컬 ‘헤드윅’,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뮤지컬 ‘엘리자벳’ 등이 첫 번째 기준에 해당되는 작품들이에요. 이 작품으로 제가 검증받았다는 느낌이에요. 두 번째 기준에 맞는 작품은 뮤지컬 ‘환상의 커플’,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 등이에요. 뮤지컬 ‘환상의 커플’의 ‘철수’는 제가 백수나 무대포 역할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해보고 싶었어요.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는 주변에서 잘 어울릴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해줬어요. 에밋이 워낙 멋진 캐릭터라 저도 기회가 된다면 열심히 해보고 싶었고요.

“잘할 수 있는 것과 안 해 본 것”
뮤지컬 ‘콩칠팔 새삼륙’, ‘카페인’, ‘지킬앤하이드’
신의정

예전에는 제가 잘할 수 있는 걸 하고 싶었어요. 지금은 안 해 본 것들에 좀 더 도전해 보고 싶어요. 제가 약한 장르가 로맨틱 코미디거든요. 제 개인적인 성향이나 보이스 컬러는 뮤지컬 ‘콩칠팔 새삼륙’에 가까운데, 지금까지 발랄한 역할을 많이 맡았어요. ‘블링블링’한 역이요.(웃음) 그 장르가 참 힘들더라고요. 무대 위에서 좀 더 유연해져서 사랑스러운 역할도 잘하고 싶어요. 약한 장르를 정말 잘하는 게 제 진짜 목표예요.

“음악을 가장 먼저 듣는다”
뮤지컬 ‘피맛골 연가’, ‘겨울연가’
김승회

저는 음악을 전공해서 그런지 작품을 시작할 때 ‘음악’을 가장 먼저 들어봐요. 유명하거나 성공한 뮤지컬들을 잘 생각해 보면 음악이 정말 좋거든요. 검증된 라이선스 작품들은 주로 대극장 작품이 많잖아요. 특히, 대극장은 음성으로 느껴지는 게 70~80% 정도 되니까 더욱 음악이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배역은 물론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많이 본다”
뮤지컬 ‘천상시계’, ‘겨울연가’, ‘잭더리퍼’
최수진

배역은 당연하고, 극장과 스태프분들을 많이 봐요. 창작이나 초연은 공연 스케일이 어떤지 모르잖아요. 극장을 보고 규모를 가늠하죠. 함께 작업해보고 싶었던 연출가, 음악감독 등의 스태프분들도 고려하고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작품’이겠죠. 좋은 작품이면 다른 요소에 상관없이 하고 싶어요.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