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아트센터가 2013년도 기획공연 작품들을 공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16편의 작품들은 연극 4편, 무용 4편, 클래식 5편, 뮤직 3편으로 구성됐다. 기획공연에는 러시아 연출가 레프 도진과 유럽 현대 무용의 거장 마기 마랭과 같은 거장들의 내한 공연이 있다.

대가들의 무대는 물론 아르헨티나 탱고 뮤지컬과 영국 출신 밴드 타이거 릴리스의 멀티미디어 콘서트 등 처음 내한하는 공연들도 있다. 이외에도 필립 헤레베헤, 하겐 과르텟, 쟝-기엔 케라스, 김선욱, 스테파노 볼라니의 음악공연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공연들이 눈길을 끈다. 2013년도 새롭게 선보이는 LG 아트센터 공연들을 살펴보았다.

안톤 체호프의 언어를 비틀다, 레프 도진 연출의 연극 ‘세자매’
4월 10일에서 12일까지 LG아트센터
 

러시아의 거장 연출가 레프 도진은 피터 브룩 이후 현존하는 최고의 연출가로 불린다. 그가 안톤 체호프의 ‘세자매’로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은 레프 도진이 이끄는 말리 극장의 4번째 내한 공연이다.

레프 도진은 삶의 본질을 꿰뚫는 연출로 호평을 받아왔다. 무대, 배우, 희곡 등 연극의 기본적인 요소들이 완벽하게 유기적으로 흐르다가 관객의 가슴을 쿵 내리치는 기법이 그의 특징이다. 그의 전작 연극 ‘가무데아무스’, ‘형제자매들’, ‘바냐 아저씨’는 그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안톤 체호프의 ‘세자매’는 전 세계 공연장에서 많이 공연되는 작품 중 하나다. 레프 도진은 이 작품을 체호프의 작품 가운데 가장 복잡한 희곡이라 설명한다. 인간 내면의 깊고도 다양한 얼굴을 표현한 체호프의 언어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레프 도진은 안톤 체호프의 언어를 새로운 각도에서 비틀고 해석한다. 레프 도진의 ‘체호프’는 이 이야기가 낡은 고전이 아니라 현대에도 여전히 유의미하다는 것을 보여줄 예정이다. 

이자람의 판소리 브레히트 ‘억척가’ 앵콜
10월 25일에서 27일까지 LG아트센터

이자람의 ‘억척가’는 2011년 초연 당시 관객과 평단의 만장일치 찬사를 받고, 2012년 재공연에서 두 달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2013년, 이자람의 ‘억척가’가 더욱 업그레이드 된 모습으로 3번째 LG 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이전 공연에서는 무대 위에 객석을 따로 설치했다. 2013년부터는 본래의 LG아트센터 무대와 객석을 유지해 더 많은 관객이 공연을 볼 수 있게 했다.

이자람은 소리꾼이자 재능 있는 배우다. 그는 직접 창작한 판소리가 50여 곡에 달한다. ‘억척가’에서 이자람은 혼자 15명이 넘는 캐릭터를 두 시간 반 동안 자유자재로 연기한다.

아르헨티나 현지에서 왔다! 오리지널 정통 탱고 뮤지컬 ‘탕게라’
4월 25일에서 5월 8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올해 LG아트센터는 처음으로 정통 탱고 뮤지컬을 선보일 예정이다. 탱고 뮤지컬 ‘탕게라’는 ‘탱고를 추는 여성들’이라는 뜻으로 아르헨티나에서 온 30여 명의 남녀 댄서가 출연한다. 이들은 대사 없이 춤과 음악만으로 탱고의 정수를 충실히 담아낸다.

이번 공연은 기존에 선보였던 탱고 공연들처럼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등에서 제작된 것이 아니다. 탱고 뮤지컬 ‘탕게라’는 아르헨티나 음악가와 프로듀서가 모여 제작한 오리지널 작품이다. 섬세하게 음악을 타고 움직이는 남녀 간의 농밀한 호흡, 절제된 듯 도발적인 몸동작이 우아하면서도 유혹적인 스타일로 선보일 예정이다.

‘암울한 유럽의 현실’을 담는다, 프랑스 마기 마랭 무용단 ‘총성’
6월 5일부터 7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프랑스 안무가 마기 마랭은 피나 바우쉬와 유럽 현대 무용의 양대 산맥으로 불린다. 2003년 내한공연을 했던 마기 마랭이 10년 만에 자신이 이끄는 마기 마랭 무용단과 함께 한국을 찾는다.

그는 ‘메이 비(1981)’ (1997년 서울연극제), ‘박수만으로 살 수 없어’로 한국 팬들에게 인기를 얻어왔다. 마기 마랭은 춤과 연극과 음악을 결합한 독특한 시도를 그동안 작품에서 꾸준히 선보였다. 기상천외한 동작과 다양한 분장 및 소품 등을 무용 언어로 차용한 그의 기법은 현대 무용계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이번에 내한하는 작품 ‘총성’은 2010년 프랑스 리옹에서 초연된 공연이다. 공연은 탈출구를 찾을 수 없는 ‘암울한 유럽의 현실’을 소재로 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총성’은 사회 전반에 스며들어있는 비관주의를 무대 위에서 선보인다고 밝혔다. 무용수들은 전쟁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 어느 한 도시의 가정집에서 탈출을 시도한다. 이들은 마치 다른 세계를 동경하는 듯한 몸짓을 보인다.

한 편의 재난 영화 혹은 연극 같기도 한 이 작품은 일곱 명의 무용수가 70분 동안 스피드하고 밀도 있는 움직임을 보인다. 댄스 플로어가 아닌 두꺼운 카펫을 깔고 공연할 만큼 과격하고도 강도 높은 움직임이 특징이다.

신선하고 새로운 무용을 보고 싶다면, 벨기에 피핑 톰 무용단 ‘반덴브란덴가 32번지’
11월 2일에서 3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피핑 톰 무용단이 9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2000년 창단한 피핑 톰 무용단은 인간의 삶의 조건에 주목한 작품들을 발표해왔다. 이들은 무용과 음악, 극적 요소들을 독창적으로 결합한 시도들로 눈길을 끌었다. 2009년 제작한 ‘반덴브란덴가 32번지’는 이들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반덴브란덴가 32번지’는 언덕배기의 막다른 골목, 허름한 주거용 트레일러들을 배경으로 한다. 무용수들은 음울한 하늘 아래 황폐하고 외딴 섬 같은 곳에 고립된 사람들처럼 보인다. 이들은 외로움과 절망, 두려움, 모호해져 가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이리저리 부유하며 표현한다. 적막한 눈밭 위의 몸부림, 바람처럼 차갑고 시린 유머, 독특하고 시적인 미학의 장면들이 공연의 주된 특징을 이룬다.

공연에는 김설진, 정훈목 무용수가 출연한다. 또한 벨기에 현대무용의 혁신성, 전위성 ,다양성은 한국 관객이 그동안 보지 못했던 무용의 새로운 모습이다.

배세민 기자 newstag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