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렵한 손 끝과 한껏 뒤로 뺀 엉덩이, 쭉 뻗은 다리에 비록 털이 무성하다 할 지라도, 이보다 더 매혹적일 수는 없지 않을까. 여자보다 더 여성스럽게 추는 군무라는 어려운 미션이 주어진 이곳은 뮤지컬 <라 카지 오 폴> 공개 오디션 현장이다.


게이 부부의 아들이 보수 정치인의 딸과 결혼하기 위해 상견례를 갖기까지의 일들이 벌어지는 <라 카지 오 폴>은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의 시선과 편견, 진정한 가족애 등을 유쾌하게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작품. 게이 쇼가 펼쳐지는 클럽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클럽의 주연 가수 자자를 비롯, 여장 게이들의 화려한 쇼가 매력으로 꼽힌다.


1차 서류 전형을 통과한 110명의 응시자들 중 남자 배우들의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은 것도 대단히 보기 드문 모습. 안무를 심사하는 오디션 첫 날, 서병구 안무가는 “얼마나 여성적으로 춤을 추는가가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남자들이 여장을 하고 추는 드레그 퀸(Drag Queen) 쇼가 큰 특징이다. 여자의 노래를 립싱크 하면서 평소보다 더 오버하면서 더 화려하고 에로틱하게, 그러면서 예술성을 표현할 수 있는 춤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춤을 잘 추는 것은 물론이고 얼마나 여성스럽게 자기를 표현하는가가 관건이다. 섬세한 손 끝, 표정과 같은 것을 중점적으로 볼 것이다.”


짙은 아이라인에 립스틱 등 화장은 기본, 긴 드레스를 입고 온 지원자도, 깃털을 소품으로 준비한 남자 지원자도 눈에 띈다. 오디션 용 주문 제작한 하이힐도 도착했다. 260mm, 270mm, 280mm 등 여성구두로 접하기에는 어색한 ‘대발’들을 위한 구두가 반짝거린다. 서 안무가의 한 마디. “이건 안돼, 10cm 넘는 킬 힐, 그게 필요해. 그걸 신고 춤춰야 한다고.”



앙상블의 조화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번 작품을 위해서 지원자들의 키, 얼굴 크기 등을 묻고 또 보는 것도 빠지지 않는다. 180cm가 넘는 예쁜 장신 언니들(?)의 현란한 군무를 볼 수 있을까. 2차 립싱크 오디션을 비롯한 춤, 노래, 연기 테스트의 관문을 뚫은 이들의 화려한 모습은 내년 7월 LG아트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 플레이DB www.playdb.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