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끝난 공연이라 추천은 소용 없겠지만,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금방 또 올라왔으면 좋겠네요.

사실 예술은 유희고 유희는 사치죠, 당장 먹고 사는게 급한 사람들한테는. 다른 한가한 시절도 아니고 사람이 죽어나가는 전쟁상황에, 연극을 하겠다고 떠도는 유랑극단은 아무에게도 환영을 받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연극이 사람을 먹고 살게 해주는건 아니지만 사람이 왜 먹고 살아야 하는지를 말해준다며 꿋꿋하게 공연을 해나가고 결국은 유희가 인간성의 최후의 보루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물론 유희가 현실을 이기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최소한 현실을 인간으로서 버티게는 해주었지요.

특히 연극이나 뮤지컬 좋아하는 분들은 고개 끄덕이실 부분이 많았어요. 아니 뭐 꼭 공연일 필요는 없겠죠. 독서라도 괜찮고 게임이라도 괜찮고 연애라도 괜찮겠죠. 먹고 사는데 도움 안되는 쓸데 없는 짓들이 사람들을 잠시 현실에서 다른 세계로 데려가 웃고 울게하고, 거기에서 잠시 또 살아갈 힘이 생기는거라고. 그렇게 끄덕이고 다독여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지막 회차 공연! 여자친구와 함께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소설 장마와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이 떠오르기도 한였습니다. 전쟁 통에서 지켜야할 소중한 가치는 무엇인가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잘 짜여진 각본과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
예쁘게 꾸며진 무대 세트들....
대학로 소극장에서 멋진 연극 보고 감동 받아 갑니다.

극의 전개도 탄탄하고 소소한 부분들을 잘 묘사해서 좋았습니다.

그 당시 사람들의 아픔과 갈등, 그 속에서 베어나오는 순수함 등이 참 좋아요.

배우님들의 탄탄한 연기력은 정말 가히 최고!!!!


보통 연극에서는 한국전쟁을 심각하게만 그리는데,

그리 무겁지 않게, 그렇다고 가볍지 않게 그려낸 것도 참 좋았습니다.


많은 관객분들이 꼭 보셨으면 합니다. ^_^

1950년 6월 24일.
전쟁의 전운이 감도는 전라도 벌교의 어느 강변 마을에 단원이라고는 단 4명뿐인 로풍찬 유랑극단이 찾아온다. 이들은 번안극인 <노민호와 주인애>를 공연하려고 하지만 통행증을 분실한데다 수상한 사람들로 의심받아 경찰지서에 연행되어 조사를 받아 공여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한다. 우여곡적 끝에 겨우 경찰의 상랑, 귀엽 부부의 집에 짐을 풀고 공연연습에 매진한다.
그곳에서 여순사건으로 남편을 잃은 정순과 부모를 잃고 정신줄을 놓은채 이집 저집을 배회하는 끝심이. 우익청년단원인 피창갑을 만나게 된다. 전쟁이 아니었다면 그저 순박한 삶을 살아갔을 이웃들이지만 전쟁의 기운과 알 수 없는 정치적 이념은 이들을 서로 둥들리게 한다.

이들에게 연극을 하는 유랑극단은 그저 속절없는 사람들로만 비춰질 뿐이다. 이들의 연극에 관심을 가지는 이조차 없다. 관객이 없으면 배우도 존재할 수 없는 법. 아무리 연극을 사랑하고 무대에서 살아있음을 느끼는 배우들이지만 마을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은 이들을 지치게만 한다. 하지만 연극이 밥먹여주냐고 단원들의 푸념어린 말에 로풍찬은 단호하게 말한다.

''연극은 사람이 왜 먹고 살아야 하는 지를 보여준다. 쌀보다 더 귀하다''

그리고 그 말을 확인 할 수 있는 장면이 극에 등장한다.
바로 <노민호와 주인애>를 보기위해 극장안에 모인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다.
극이 시작되자 객석으로 몸을 돌린 이들의 표정에서는 전쟁에 대한 어떠한 공포도, 이념으로 갈라진 마음도, 사랑하는 이를 잃은 상실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극에 웃고 우는 관객들만이 있을 뿐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배우들의 표정 하나, 하나에 눈을 땔 수 없고.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귀기울이게 한다.

극은 끝나고 이들은 다시 삶과 죽음이 혼재하는 살벌하기만 한 현실로 돌아오지만 분명 마을 사람들의 마음에는 그전에는 없던 그 무엇인가가 새겨졌음을 알 수 있다. 처음부터 약한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온통 피를 둘러쓴 피창갑도 가슴 한구석엔 따뜻한 피가 흐르는 순박한 청년이었음을, 남몰래 빨치산을 도와주던 정순에게는 어떠한 정치적인 성향도 없는 그저 사랑하는 이를 위하는 마음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한 편의 연극은 그렇게 마을 사람들이 잊고 있던 작은 행복과 위안을 선사하지만 유랑극단은 다시 길을 떠난다.

로풍찬 유랑극단에게 벌교 ''새재''마을에서의 공연은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은 공연이지만 극의 마지막 장면, 하얀 소복을 벗어던지고 빨간 치마를 입고 유랑극단의 뒤를 &#51922;아가는 정순의 모습에서 로풍찬 유랑극단의 공연은 결코 잃은것만은 아니었음을 말해준다. 그들의 무대를 통해 누군가의 삶이 실제로 변했기 때문이다.

웃음과 행복, 위안과는 거리가 먼 전쟁직전의 마을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단 하루의 이야기는 연극의 가치와 존재의 이유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다양한 인간군상들도 배우들의 연기에 힘입어 잘 표현된다. 특히 가슴속에 쌓인 감정을 누르고 누르며 표현하는 조귀엽역의 이지현배우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로풍찬 유랑극단>은 김은성 작, 부새롬 연출의 이전 작품인 연극 <뻘>과 벌교라는 무대배경과, 사회적인 폭력과 광기라는 시대라는 시대적 배경, 예술가가 등장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하지만 같은 듯하지만 사뭇 다른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작품이 작품의 의도를 더 잘 담아낸것 같다.
무엇보다 사람냄새가 물씬 나는 작품이라 아주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