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의 양녕대군을 소재로 하고 있다.
세자 자리에 앉아있었던 그가 동생 충녕대군에게 밀려나 평범한 왕자가 된 이후, 첩 어리와 정실부인, 측근 부하들과 얽혀 세자로의 복귀 또는 상대에 대한 복수를 위하여 벌이는 일들이 중심 내용이다. 이 과정 속에서 양녕과 그 주변인물들뿐만 아니라 세종이 된 충녕대군이나 이들의 아버지인 태종에 대한 이야기도 간소하게나마 펼쳐진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다른 이의 첩이었다 양녕대군에게 납치되어 온 어리의 양녕에 대한 복수극이다. 양녕이 폐세자 당한 이유의 핵심도 어리 사건이었고, 정실 부인과의 갈등이나 양녕의 수하들을 배후에서 조종함으로써 양녕을 궁지로 몰어넣기 위한 계획을 짜는 것 역시 어리이다. 작품의 시작과 중간, 끝이 모두 어리에게 모여있으니, 결국 이 작품은 어리의 이야기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양녕대군은 어리의 곁다리??

왕족과 그 주변인물들이 등장하고,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복수하는 그런 내용이라 무거운 분위기일 듯 하지만,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다. 등장인물 중 두 여자(정실부인, 어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한결같이 코믹한 인물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일종의 역사인물 비틀기라고나 할까...
만세의 성군일 것 같은 충녕대군은 왕위를 노리는 야심이 가득한 왕자였고, 왕이 된 후에도 아픈 몸을 전혀 참지 못 하거나 형의 존재를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사관의 기록으로 남는 이미지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왕자의 난을 일으킨 태종은 과연 그가 이런 인물이 맞나 싶을 정도로 겁쟁이이자 소심한 인물이다. 양녕대군 역시 난봉꾼 혹은 어리에게 휘둘려다니는 한량에 불과하며, 그의 부하들 역시 무언가 하나는 크게 부족하여 그로부터 웃음을 만들어주는 인물들이다.
이런 인물들의 코믹한 모습이 작품 전체를 좀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해주기는 하지만, 가끔은 그게 과해보일 때가 있기도 했다. 예를 들어 세종이 양녕의 처리를 두고 고심하는 장면에서 그의 캐릭터를 그렇게까지 비틀 필요가 있었나 싶었던 것이다. 세종-양녕이라는 대립틀 속에서 나타나는 성격을 비트는 것에서 나아가 인물 자체를 너무 비틀어버린 느낌이 든다. 양녕의 수하가 전국을 돌아다니는 부분에서도 춘향을 빗댄 인물의 등장은, 분명히 아주 재미있었고 그 역을 연기한 배우의 열연이 인상적이긴 했음에도 작품 전체의 맥락과 맞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인물과 에피소드들이 코믹하게 전개됨에도, 그렇다고 어리의 복수를 비롯한 중심 내용이 같이 가벼워지지는 않았다. 아마도 대부분의 인물들이 그렇게 묘사되는 와중에도 어리나 어리와 대립하는 정실 부인 등의 성격은 역사극에서 흔히 보는 그런 전통적인 것으로 그려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작품에서는 특히 어리의 성격이 변화하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정확하게는 변화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이라고 하는게 맞을 것 같기도 하고... 양녕대군에게 납치되어왔을 때에는 일부종사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세자와 세자빈 앞에서도 자신을 돌려보내 줄 것을 당당하게 주장하던 어리가, 양녕이 폐세자된 후에는 마치 원래부터 양녕의 첩이었던 것처럼 그 앞에서 갖은 교태와 유혹을 부린다. 그리고 앞에서 고개도 못 들던 정실부인에게는 마치 자신이 더 우위에 있음을 확인하는 것처럼 도도하게 대한다. 또한 양녕의 수하들을 대할 때는 그들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그것을 이용하여 자신의 술수에 따라 그들이 움직이도록 꽤 강한 카리스마와 지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런 여러가지 성격들을 2시간 동안 같은 무대 위에서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 보여주는 어리라는 인물 자체가 매력적이기도 하고, 그런 인물을 연기한 배우 채윤희 씨가 돋보이기도 한다.

작품의 내용이나 연기가 좋기도 했지만, 또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무대 연출이었다.
궁궐 내부, 산, 관아, 집안 등등을 표현하는게 필요하였던 것은 무대 뒷부분에 설치한 몇개의 판넬 뿐이었던 것이다. 그들이 때에 따라 방문이 되기도, 나무가 되기도, 관아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다양하고 많은 배경이 등장하였음에도 어색함을 전혀 느끼지 못하였던 것은 역시 무대 연출의 덕이다.

총평하자면 약간의 오버스러움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재치와 진지함이 함께 묻어있는 재밌는 작품이었다. 과연 어리를 다른 배우가 한다면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가 궁금하기도 하고...

* 기록...
어리 - 채윤희, 김홍근, 정충구, 신서진, 이호진, 이철희, 전지석, 김강수, 김지민, 정성우, 김종현, 김양희. 작 - 홍석진, 연출 - 김정근.

오늘 환장지경 공연을 보았다...
극장에 들어서서 처음 보여지는 심플한 무대...
역사극이라는 기사를 보고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하면서 찾은 공연.

보면서 잠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무대와 잘 어울리는 의상과 곳곳에 숨어있는 웃음을 짓게 만드는 극은 너무도 잘 어울렸다.

오랜만에 좋은 공연을 본 이 느낌은 돌아오는 발걸음마저 가볍게 만들었다.

많이 홍보할께여~~~

완전 완전 기억에 남아여^^*

퓨전사극이라고 해서 기대를 많이 하고 간 공연.
양녕에 대해, 그리고 그 외 인물들에 대해 새롭게 상상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ㅋㅋㅋ
공연이 약 2시간이었는데, 사극이라 약간 지루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지루하지 않고 재밌었습니다.
중간 중간의 웃긴 장면들도 있구요 ㅋㅋㅋㅋㅋ
그리고 배우들도 다들 예쁘시고 잘생기셔서 보는 내내 즐거웠습니당!!!!!!!
또 보러 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