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파블로 베즈노슈크의 바이올린 소리가 마음에 안 들어서 둘째날 공연을 취소할까 고민을 했다. 하지만, 이 단체가 가진 역량을 보여주기엔 둘째날 프로그램이 더 나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한번 더 가서 들어보기로 마음먹었다. 빈 자리가 좀 많아서 가장 좋은 자리에 가서 들었는데, 소리가 확실히 달랐다. 첫날 음색이 안 좋다고 느꼈던 건 음색 때문이 아니라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던 탓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파블로 베즈노슈크는 힘빼고 연주하기의 진수를 보여주는 스타일이었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이번 연주를 위한 홀로는 너무 큰 셈이었다.

다시 들어봐도 참 밋밋한 연주였다. 강약의 진폭도 크지 않고, 프랑스 단체같은 아기자기한 맛도 없다. 묵묵하고 꾸밈없이 소박하고 담백하게 하는 연주였다. 그런데, 들을수록 그 매력이 전해져 왔다. 첫날은 사계와 임선혜씨의 노래가 반복되어 재미는 있었지만 연주에 집중하기엔 어려운 면도 있었는데, 둘째날 연주를 집중해서 들어보니 지루한 부분이 전혀 없고 몰입감이 아주 좋다.

1부에서는 바이올린 두 명과 첼로 수석이 가운데 모여서 협주곡 분위기로 연주를 해주었다. 바흐의 두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외에는 자주 듣지 않던 곡들이었는데, 아는 곡은 역시 좀 밋밋했고, 익숙치 않은 곡은 단정하니 좋게 들렸다. 집중해서 들어도 피곤하지 않고, 들을수록 귀가 정화되는 듯한 연주였다.

2부는 1부보다 더 좋았는데, 하이든 바협은 악장마다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2악장의 스타카토 리듬이 인상적이었고, 2악장과 3악장이 다 좋았다. 모차르트의 아다지오와 푸가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던 곡인데, 정말 좋다. 서정적인 아다지오도 환상적이었고, 푸가도 아주 제대로였다. 이날 연주중 가장 즐겁게 들었던 곡이다. 아다지오에서의 따뜻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그윽하게 울려퍼지는 첼로 선율이 정말 좋았다. 모차르트 세레나데 역시 좋았다. 이 팀은 바로크보다 하이든, 모차르트가 더 좋은 것 같다. (내가 바로크를 잘 몰라서 그런지 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