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도 또 공연하겠죠?^^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 뭘까..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

2008. 9. 25(목) 오후 8시 스튜디오 76에서..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습니다. 이런 날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는 연극 한 편이 제격이겠죠?
혜화역 1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있는 스튜디오 76을 찾았습니다. [늦게 배운 피아노] 라는
작품을 보기 위해서 인데요. 좋은 작품이라는 얘기가 벌써 입소문을 타고 있더군요.
표를 받아 줄을 서서 1등으로 들어가 젤 가운데 중간 좋은 자리에 앉았습니다. 좋은 공연은 좋은 자리에서 봐 줘야 그 감동이 또 살아나는거니까요.

공연의 내용은 한 가족의 이야기 입니다. 생활보호 대상까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풍족할
것도 없는 이 집에 어머니는 없습니다. 아버지와 두 딸이 있죠. 아버지는 노름으로 돈 좀
잃으시고 집에서 옆집총각 '만두' 와 장기 두고 소주 한 잔 하는 것이 삶의 낙인 분입니다.
그의 둘째 딸은 재능은 없지만 음악에의 꿈을 포기하지 못하고 음반이네 낸답시고 집에
돈도 끌어다 쓰구요. 밤무대에서 연주해 주는 것으로 겨우 먹고 살고 있네요.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첫째 딸이 있습니다. 우리 고전적인 어머니를 떠올리게 합니다. 집안을 위해서 모든 것을 희생하는 그런 것 말이죠.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를 대신해 엄마 노릇도 다 했구요 가족들을 위해 진학도 포기하고 공장에서 돈을 벌어와서 이 집안을 먹여살린 인물입니다. 당연히 자신의 꿈이니 욕망이니 이런 것은 억누르고 살았구요. 나이는 많이 먹었지만 시집도 못 갔습니다. 그래도 결코 다른 사람을 원망하지 않는 착한 심성의 소유자이기도 하네요.

이렇게 살던 그녀는 어느 날 부터인가 동생이 치는 피아노에 빠져듭니다. 언니가 무슨 피아노야~ 라는 동생의 핀잔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서점에서 홀로 피아노 교본을 구입하여 홀로 연습을 시작합니다. 남들은 늦었다고 할 지 모르지만 그녀 인생에서도 뭔가 꿈을 찾고 싶어서였겠죠?

그리고 그녀는 차츰 변해가기 시작합니다. 결국 그녀는 피아노도 배우고 옆집 총각 만두의 사랑도 얻어내지요. 이렇듯 이 공연은 표면적으론 중년 여성의 자아찾기~인 작품인 것 같습니다.맞습니다. 틀린 얘기는 아니지요. 하지만 이 작품에는 우리 주인공 말고 다른 사람들의 꿈도 많이 등장합니다. 실패한 둘째 딸, 실패한 아버지, 밤무대 여가수들. 그들은 남들이 볼 땐 루저~ 라고 할 지 모르지만 결코 좌절하지 않습니다. 밝고 건강하게 살아가지요. 그리고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는 을 향해 나아갑니다. 그 과정을 따뜻하면서도 재미있고, 설득력있게 그려낸 작품이 이 작품이라고 하겠습니다.

'꿈을 포기하는 순간, 인생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사실 가장 빠른 것이라고 하지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라는 말은 이제 우리에게 익숙한 말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이 공연을 보는 관객의 절반 이상이 4,50대 아주머니들 이었습니다. 깊어가는 가을 저녁 이 공연을 보고 자신의 꿈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랜만에 대학로에서 연극을 봤다.
극장이 꽉 찼고, 결국 늦게 도착한 관객 두명은 입구에 간의 의자를 놓고 앉았다.
그 때 그 두 관객보다 한발 먼저 도착했다는 것에 조금은 뿌듯하기도 했다.

'늦게 배운 피아노' 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피아노를 칠줄 모르는 대다수의 여자들에게 피아노는, 언젠가 꼭 배우고 싶은 꿈같은 것이다.
일종의 여자들의 로망이랄까?

가장이 되어 가족들을 책임져야 했던 주인공.
자신을 버리고 가장으로만 살아야 했기에, 꿈같은 건 잊고 살았을 것이다.

그러던 주인공은
어느 날, 장을 보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피아노 소리를 듣게 된다.
주인공은 문득(그녀가 그렇게 표현했다.) 피아노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피아노를 치는 동생을 보며 그 생각이 더욱 간절해 진다.

동생은 주인공에게 묻는다.
"언니, 왜 피아노를 배우려고 해?"
정확하진 않지만 이런 질문이었다.
"어느 날, 장을 보고 오는데 어디선가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데...(중략) 문득 ....(생략)"
어쩌고 저쩌고...

주인공은 '문득'이라고 했지만,
그건 그 순간, 갑자기, 증흥적으로, 기분내키는 대로 내뱉은 말이 아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피아노에 대한 꿈이 있었을 것이다.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 아닌,
온전히 그녀 스스로를 위한,
꿈.

그렇게 그녀는 뒤늦게 피아노를 배운다.

그러면서 뒤늦게 자신을 찾는다.

피아노를 통해서...


어찌보면 무거울 수 있는 소재지만,
조연들의 코믹한 연기가 중간중간 관객을 웃게 한다.
특히 '만두'라는 캐릭터의 자신의 이름에 대한 대사 재밌었다.
(공연을 관람하실 분들을 위해서 그 대사는 밝히지 않느다. 남들 웃을 때 혼자 안 웃으면 낭패.)
그렇다고 가볍다는 건 절대 아님!!

트로트~클래식 까지.
배우들의 노래와 연주가 따뜻하고 재밌다.
캐릭터에 딱 맞는 연주 실력이 아닌가 싶다.
전문가처럼 연주되거나 노래되었다면 과연 그 맛이 살았을까?
(의도된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우와~)

피아노를 배우면서 변해가는 주인공의 표정에 주목!
지금 나의 표정은 어떨까?
연극을 관람하면서 자신은 무얼 통해 밝은 표정을 지을 수 있는지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