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종전후 페미니즘과 여성 운동의 아이콘이었던 작가 시몬 드 보부아르의 작품을 각색한 연극 <위기의 여자>를 관람하기 위해서 주말 오후 아트홀 마리카 2관을 찾았습니다. 극단 아름드리의 전작 <별난 한쌍>을 재미있게 관람하였던 기억이 있었기에 이번 작품 역시 여성에 관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최소한의 정보만을 접하고서 편견없이 작품을 접하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결혼 20주년 기념일을 앞둔 44세의 평범한 가정주부 모니끄는 느닷없는 남편의 고백에 분노, 질투, 좌절과 절망을 느끼며 그동안의 결혼 생활과 자신의 인생을 다시 되돌아 보기 시작합니다. 현모양처로서 가정을 일구어 가족을 위해서 헌신하고 희생해왔던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부정당하자 비로서 자신이 누구인지, 얼마나 그동안의 인생이 허무했는지 깨닫게 되는 모습을 보면서 여성은 태어날때부터 여성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혼, 가족이라는 프레임속에서 현모양처로 만들어진 한 사람의 순수한 인간이 처음으로 자신과 마주하고 주체적인 인생을 살아나가고자 몸부림치는 모습이 마치 제 어머니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남편 모리스는 가정적인 사람이었지만, 가장으로서의 중압감과 자신에게 매달리는 아내에 대한 일종의 혐오마저 느끼며 새로운 애인을 만듭니다. 처음에는 자신이 애인이 생겼다는 고백부터 아내와 애인 관계를 양립하며 동등하게 시간을 분배하여 모두를 사랑하겠다는 안하무인격인 태도에 분노가 일기도 했지만 어찌보면 순수하고 여린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에 연민이 들었습니다. 특히, 아내를 향해 <당신이 가정을 위해 한일은 나와 자식들의 개성을 말살한 아집이었을 뿐이야! 맹목적인 사랑은 사람을 지치고 힘들게 만들어!>라고 분노하는 장면은 저희 가족과 제게도 어느정도 해당되는 말이었기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가족이란 프레임속에서 유지되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결국 남편이나 아내, 자식들 모두 각자의 개체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개인이라는 점은 저 자신과 비교하며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부모의 다툼을 알면서도 일정한 거리를 두는 딸 뤼시엔느의 모습을 보면서 더욱 확신이 들었습니다. 시몬은 남편 사르트르와 계약결혼 생활을 한 것으로 유명한데, 아마도 본인의 경험이 녹아든 연극이 아니었을까요?

비록 짧은 공연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배우님들의 열정적이고 사실적인 연기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모니끄역의 양희선 배우님의 분노와 좌절에 몸부림치는 여성 연기와 모리스역의 김우권 배우님의 냉정하고 차가운 남성 연기의 대비는 훌륭했습니다. 부부로서의 호흡도 좋았습니다. 다만, 다른 배우님들의 역할은 생각보다 크지 않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전작 <별난한쌍>이 떠뜰썩하면서도 유쾌하게 여성의 삶과 사랑을 그려내며 각 캐릭터들이 유기적으로 역할을 한 반면에, <위기의 여자>는 보다 진중하고 무겁게 여성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은 좋았으나 어찌보면 2인극 구조속에서 주변 인물들이 별다는 색감을 드러내지 못한게 아쉽습니다. 앞으로 공연의 경험이 쌓여 다시 상연된다면 보다 좋은 모습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믿습니다. 언젠가 다시 선보인다면, 전작 <별난 한쌍>과 같이 선보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연극 <위기의 여자>는 단순히 페미니즘과 여성의 주체성에 대한 이야기에서 나아가 부부와 가족의 이야기로서 오늘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멋진 연극으로서 적극 추천합니다. 주변에도 많이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멋진 예술 연극의 감동과 여운을 가슴속에 담아갑니다. 최고의 무대를 선보여 주신 배우님들과 극단 여러분들의 친절에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관람후에 단숨에 써내려간 후기를 보니, 너무 두서없이 써내려 간것 같아서 부끄럽네요;; 오타, 내용 일부 수정하였습니다.

배우분들 연기 짱이예요~ 연극 몰입감 장난 아니구요~ 여자의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네요~ 엄마들에게 강추!!

어느 날 신뢰하던 남편으로부터 여자가 생겼음을 고백받는 모니끄. 갑작스런 충격과 혼란으로 무의식 속에 잠자던 그녀의 이성이 깨어난다. 확인되지 않은 타자의 개입, 불길한 예언, 인생의 목표를 잃은 남편의 방황... 단순한 외도로 보이던 이 갈등은 행복하게만 보이던 부부에게 감춰져 온 위선과 원망, 불신 등을 들어내며 파국의 씨앗이 되는데...

사실 대학로에서 로코 연극만 많이 봤는데
이런 공연을 보게 되서 되게 좋았어요 ㅎㅎ
이자벨 역 맡으신 배우분도 재미있으셨고
의사역 맡으신 배우분 카리스마 넘치심~~
딸은 너무너무 사랑스러웠어요 ㅠㅠ 저도 저렇게 예뻐지고 싶은... ㅠㅠㅠ
남편은.... 하아.... 정말!!!
마지막으로 모니끄! 하시는거 볼때마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ㅠ
올해 첫 공연을 위기의 여자로 봐서 참 다행인거 같아요
앞으로 배우분들이 어떤 작품에서 만날지 기대되요~

연극 <위기의 여자>!
친구를 따라 간 거라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보고나서 정말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몰랐어요
배우들의 연기력에 푹 빠지고~
내용에 대해 또 푹 빠지고~
하나하나 놓칠 것이 없는 공연이었어요
모리스는 너무 얄미웠지만요 ㅋㅋㅋ
그래도 모니끄하신 배우님은 정말 연기를 너무 잘하셔서
반했어요!! 다음 작품도 꼭 기대할게요~